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던 주거용 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한 때 내 집 마련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지며 거래량과 가격 모두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최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책을 대거 발표했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을 통해 사업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오피스텔 시장이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오피스텔 수요·공급 가뭄 이중고…매매가도 크게 하락
최근 오피스텔 시장은 고금리와 낮은 시세 차익으로 수요와 공급 모두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부동산R114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공급 가뭄으로 전국 오피스텔 분양 물량이 7000실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분양 계획 예정인 오피스텔은 6907실로, 지난해 분양 실적(1만6344실)의 42%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 오피스텔 분양 예정 물량은 지난해 (3313실)의 4분의 1 수준인 868실로, 2007년(832실) 이후 17년 만에 가장 적다.
오피스텔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12월 20일 기준)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7685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만4486건보다 절반(6801건)가까이 줄어들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가격 역시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4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56% 내려 전월(-0.37%) 대비 하락폭이 더 커졌다. 수도권(-0.26%→-0.45%), 서울 (-0.14%→-0.38%), 지방(-0.82%→-1.02%) 모두 내림 폭이 확대됐다.
경매 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76.1%(29일 기준)로 2020년 9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1~2년 동안 오피스텔 시장이 침체된 대표적인 이유로 ‘금리’와 ‘전세사기’ 등을 꼽았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투자 수요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지난해 불거진 역전세난이나 전세사기 등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오피스텔 전세금 회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임차인들이 오피스텔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로 업계는 분석했다.
또한, 공사비가 크게 오른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막히면서 신규 공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오피스텔 공급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오피스텔 규제 문턱 낮춰…“신축 주택수 제외”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1·10 부동산대책에는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이 포함됐다. 공급 절벽에 빠진 오피스텔 시장을 심폐소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책에 따르면 올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준공되는 신축 소형 주택(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지방 3억원 이하)을 최초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세금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주택중에서도 아파트를 제외하고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다가구주택 등의 비(比)아파트가 해당한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을 매수해도 주택수에 잡히지 않아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를 아낄 수 있으며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종부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아 부담을 덜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그동안 주택업계가 끊임 없이 요구해온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를 허용했다. 그동안 오피스텔에는 발코니 설치가 금지됐었지만 이를 허용해 쾌적한 주거여건을 갖춘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침체된 주거용 오피스텔 거래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존 오피스텔 시장이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번 대책이 새로 매입하는 오피스텔에만 적용되고, 이미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은 혜택을 못 받아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신축 오피스텔과 달리 기존 오피스텔은 임대 등록을 해야 하는 만큼 매매시장까지 효과가 바로 파급되긴 어려우며 대출금리 등이 떨어져야 오피스텔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