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을 엽서>훤칠하게 마른 빗줄기가 잠시 서성거렸습니다 바람 몇 다발 달려가다 넘어져 일제히 다시 구두끈을 조일 때 건널목 무단횡단하던 낙엽들 후이후이 휘바람 불었습니다 한 여자가 보도블럭 위에 또박또박 화장을 찍으며 지나가고 동전만 삼킨 커피자판기를 나는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빈 호주머니 속에서 아득하게 꼼지락거리는 불빛 불빛들 가을은 여전히 낯선 그리움이고 막차는 여태 오지 않는데 그대여, 얼마나 더 기다리고 얼마나 더 저물어야 합니까 <2.월식>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 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작가 소개)강연호1962대전출생.1991'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