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이 향기가 짙다
- 문하 정영인 수필
봄꽃 소식이 남으로부터 연달아 이어 올라온다. 바람결 따라 이곳저곳 꽃망울을 터뜨린다.
눈에 잘 띄는 진달래, 개나라, 목련 등이 금세 봄소식을 퍼뜨린다. 그러나 눈에 잘 안 띄는
회양목, 쥐똥나무, 제비꽃 등 앉은뱅이꽃은 저마다 피운다.
향기를 맡아보면 작은 꽃향기가 큰 꽃향기보다 짙다. 가만히 맡아보면 목련꽃 향기보다는
쥐똥나무 향기가 더 짙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꽃이 작으니 큰꽃과 겨루려면 향기만으로도 짙어야만 하나보다. 그래야 벌나비들이 찾아
들고 바람이 찾아든다. 대개 이런 작은 꽃들은 앉아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앉은뱅이꽃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크고 겉모습만 화려한 꽃을 좋아한다. 꽃중의 꽃 모란이라 하지만 그 향기는
좁쌀만한 조팝나무꽃 향기만 못하다. 작디 작은 금목서·은목서꽃 향기는 머언 동네에서
바람결을 타고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다. 생태계도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게 마련이다.
화려한 백목련이 핀 아래에 봄에만 피는 개불알풀꽃, 별꽃, 봄맞이꽃 같은 작은 꽃들은
보지 못한다. 콘크리트가 아주 작은 모래가 섞이지 않으면 굳게 양생할 수 없다.
세계 신문명의 꽃이라는 반도체는 작은 알갱이 모래로 만들어진다. 반도체, 유리,
콘크리트, 도자기들을 만드는 기초 원료는 모래이다. 일찍이 유대민족은 모래를
중요시하였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고 크다고 자랑할 것이 못 될 때가 있다.
작은 고추기 맵고, 키가 크면 싱겁다는 속담처럼….
남쪽으로부터 꽃소식은 연달아 올라올 것이다. 마치 계주하듯이 말이다. 꽃 릴레이
배턴은 바람이다. 은 세상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봄소식을 전한다. 계주에 1등하는
꽃도 있고 꼴등하는 꽃도 있다. 그래도 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태계의 몸부림이다.
그런데 자연생태계는 그들만의 질서는 꼭 지킨다. 자목련이 백목련보다 먼저 피지 않듯이….
바람의 말속에는 향기가 있고 빛깔도 있고 생명도 있다. 시인 서정주는 ‘자기를 키운
것은 90%가 오로지 바람이다’ 고 했다. 아직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봄에는 봄바람,
여름에는 여름바람, 가을에는 가을바람, 겨울에는 겨울바람이 불 것이다.
봄을 시샘하던 겨울바람인 꽃샘바람도 너누룩해지고 있다.
바람이 없다면 봄소식도 없겠지. 그리고 작은 꽃향기도 없겠지. 사랑도 바람 타고 오고,
바람 따라 가버리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