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웅덩이에 모험이라고 하는 작은 물고기가 살고 있었어요
그는 엄마 아빠, 또 친구들과 옹기종기 사는 자그마한 웅덩이를 사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소린가가 들려왔지요
“얘야 나랑 놀지 않을래?”
모엄이는 근처에 있는 친구들을 둘레둘레 보면서 물었어요
“네가 나에게 놀자고 했니?”
그런데 모두가 다 고개를 저었어요
모엄이가 의아해하며 하늘을 쳐다보자 거기에는 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어요.
“네가 누구니?”
“나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새란다. 그냥 너하고 친구하고 싶어. 왜냐면 너는 다른 물고기하고 뭔가 조금 느낌이 다르거든”
“무엇이 다른데?”
“그냥 느낌이 그래”
“그래? 그럼 친구하자.”
“그런데 너는 내 친구들과 다른 것 같아. 뭔가 더 자유로운 것 같아”
“그래? 나는 하늘을 날 수가 있단다. 그래서 너희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가 있지”
“그럼 너는 내 웅덩이 집 말고 다른 것도 보이니?”
“그래 무엇보다도 네가 사는 집도 보이고 끊임없이 매 순간 달라지고 있는 사물들이 보인단다.”
“내게는 언제나 똑 같은 걸”
“아니야 너의 집, 웅덩이 물도 언제나 바뀌고 있어. 네가 볼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솟아 나와 아주 자그마한 물길로 흘러나가고 있지. 자세히 보렴. 넌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주 작은 물길이 네 웅덩이에서 나 있는 것이 보이지 않니?”
“응 보여. 그런데 이 물길은 어디까지 가는 것인데?”
“무한함, 미지로. 너도 한번 따라가 보지 않을래?”
“모르는 곳을 어떻게 가? 편안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이곳을 놔두고!”
“그래. 두렵지? 모르는 길을 간다는 것? 그렇지만 나를 믿고 따라가 볼래? 그럼 굉장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 느낌으로는 너는 다른 애들과 어딘지 모르게 달라. 순수하고 용감해”
“나는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왠지 너에게 믿음이 가니 네 말대로 물이 나가는 물길을 따라가 볼까?”
모엄 물고기는 조금 무섭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걸렸지만 무언지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집을 나서기로 했지요, 그리고 어렵사리 가느다란 물길을 발견하고 그 물길을 따라갔어요
생각보다 여행은 재미있었지요
물길이 여러 갈래의 다른 물길들과 만나 점점 커지고 간혹 돌맹이들이나 바위들과 놀기도 하고 이리저리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도 있어 신바람이 났어요
물길은 시냇물이 되고 점점 넓어져서 마침내 강물이 되었지요. 강물이 되니 놀이터가 엄청나게 커지고 여러 종류의 친구들도 많아져서 모험 물고기는 점점 더욱 신이 났어요. 모엄 물고기는 더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모험 물고기는 알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아 온 강을 다 뒤지고 다녔어요.
모든 것을 다 조사해보고 다녔지요. 그래서 온갖 지식이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그래서 아는 것이 많은 모엄이를 다른 물고기들이 모두 부러워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전부 모엄이에게 물었어요. 그는 강물의 세상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터라 다 가르쳐 주었지요
그러자 머리가 엄청나게 커진 모엄이는 자신이 다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뻐기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자신보다 아는 것이 부족한 다른 물고기들이 시시해 보여서 같이 놀지 못하고 다른 물고기들에게 불친절하다 보니 자신을 추앙해 줄 친구들마저 사라져 차차 외로워지고 말았지요.
게다가 더욱 불편한 것은 머리가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강이 비좁아서 불편해졌어요.
그제야 모험이는 자신이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같이 나누어줄 친구도 없고 혼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에게 다가갔으나 그들은 모두 자신을 피해버렸지요.
모엄이는 어느 쓸쓸한 황혼에 문득 자신에게 길을 떠나게 해준 새가 떠올라서 불러 보았어요
“하늘을 나는 새야, 너를 만나고 싶어. 볼 수 있겠니?”
그러자 어디선가 ‘휘익’하며 새가 나타났어요.
“엉? 어디 있었는데 그렇게 금시 나타날 수가 있니?”
“나는 너의 친구이기 때문에 항상 네 곁에 있단다. 그리고 물에 사는 너보다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
“그렇구나. 그런데 내게 문제가 생겼어. 머리가 너무 커져서 자꾸 다른 이들과 부딪치니 심심해져서 이 강물에서 놀 수가 없고 또 외로워. 어떡하면 좋지?”
“그래? 정말 네게 좋은 놀이터가 있는데... 너는 가기가 어렵단다. ”
“그것이 무엇이야? 왜 내게 어렵다고 하는 것이야?”
“그 이름은 바다야. 다른 이름은 사랑이라고 하지. 끝없이 넓어서 결코 부딪칠 일은 없으나 너무나 광대해서 네가 지금까지 애써서 알아낸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는 곳이야. 그곳에서는 네가 가장 작고 쓸모없어져 버려지는 곳, 죽음을 통과해야 하는 곳, 그것을 견딜 수가 있겠니? 그곳은 나가거나 도망갈 길이 없어. 종래는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길밖에는 없는 곳이야. 아예 네가 사라져버리는 곳이지”
그 말을 듣고 모엄 물고기는 몹시 두려웠어요. 그러나 호기심은 생겼지요
“거기가 어디야?”
“그곳은 네가 있는 곳과 같아. 그렇지만 경계가 없어 무한히 큰 곳이야. 자세히 살펴봐.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은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니?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은 곳, 그곳은 아무 두려움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들만 들어가는 미지의 곳이란다.”
그러자 모엄이는 잠깐 생각해봤어요.
그는 자신이 아는 것이 많고 호기심과 바라는 것이 많지만 용감하다는 것, 이제는 모른 것이나 아는 것이나,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다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지요.
모엄이는 바다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