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혜간혜(淸兮簡兮) 불현기광(不顯其光)
··························································· 간결함의 미덕, 국헌 이헌구 선생
승리하는 인생을 살고자 함에는 삶의 목적과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인격과 실력을 갈고 닦으며, 이를 향한 간결한 생활을 영위함은 매우 긴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국헌 이헌구 선생의 청아한 기품과 간결한 일처리를 칭송하는 한시를 소개한다.
맑은 기품에 간결한 일처리였네
그 빛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음이여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그리웁거니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청혜간혜(淸兮簡兮)
불현기광(不顯其光)
구이익모(久而益慕)
여하가망(如何可忘)
<관찰사 이헌구 청간선정비(淸簡善政碑)>
전북대학교 박물관 앞에는 '관찰사 이헌구 청간선정비'가 우뚝 서 있다. 전라감사 이헌구를 기리는 4언4구의 비문이 새겨져 있는데, 청아한 인품과 신속정확한 일처리를 한 주인공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리워진다는 내용이다.
이 비는 보기 드물게 쇠로 만든 철비다. 비는 돌로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나무로도 만들었고, 철을 재료로 쓰기도 했다. 전주시내의 한 건물 축조 때 발굴된 이 비는 1979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고을 수령의 업적을 기념하는 선정비는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래서 희소가치가 그리 많지 않다. 또 비문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가는 경우도 있다. 수령이 재임 중 세우는 사례도 있었고, 임무를 마친 뒤 권세가 있을 때 세워진 것도 상당수다.
이헌구의 선정비는 그의 사후에 건립되었다. 관찰사 재임 중에 세류를 타는 인사들이 비문을 쓰기 위해 추렴한 것도 아니고, 감사직에서 물러난 직후에 조각된 것도 아니다. 내직으로 들어가 좌의정 등 권세가 있는 직위에 있을 때 세워진 것도 아니다.
이헌구(李憲球) (1784~1858년)
좌의정 한포재 이건명의 현손. 자는 치서(稚瑞)이고, 호는 국헌(菊軒)이다. 충간(忠簡)의 시호를 받았고 직위는 좌의정에 이르렀다.
전라관찰사 시절의 선정으로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었고, 평안감사 시절엔 산성개축 등으로 국방의식과 무예 숭상 기품을 진작시켰다. 대사헌 시절엔 외척인 김유근 김홍근 등을 탄핵하다 유배되기도 했다. 궤장을 하사받았고, 철종의 묘정(廟庭)에 배향되었다.
철종실록 10권, 철종 9년 5월 27일 판부사 이헌구의 졸기
판부사(判府事) 이헌구(李憲球)가 졸(卒)하였다. 하교하기를,
"이 대신(大臣)의 충후(忠厚)한 자질과 근신(謹愼)하는 지조와 확고한 집념은 내가 의지하였던 바이고 조야(朝野)가 상망(想望)하던 바이었다. 근래 병환이 침중하다고는 하였으나 평일의 정력(精力)으로 보아 아직도 믿을 수가 있었는데, 이제 졸서(卒逝)했다는 단자(單子)를 보니 슬픈 마음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졸서한 판부사 이헌구에게 시호를 내리는 법전을 전례에 의거하여 거행하라. 동원 부기(東園副器)01) 1부(部)를 보내어 주고 성복(成服)하는 날 승지를 보내어 치제(致祭)하고 녹봉(祿俸)은 3년 동안 보내어 주도록 하라."
하였다. 이헌구는 충민공(忠愍公) 이건명(李健命)의 현손(玄孫)으로 청검(淸儉)함은 세속의 모범이 되기에 넉넉하고 성근(誠勤)함은 일을 주간하기에 충분했는데, 중서(中書)에 있은 시일이 많지 않아서 쌓아온 포부를 끝까지 펴볼 수가 없었다. 나라와 백성의 치란(治亂)에 이르러서는 이를 돌보아 연연하는 마음이 가슴에 서려 있어 왕왕 눈물을 흘릴 때가 있었다. 그의 충근(忠謹)함과 박후(樸厚)함이 그지없이 성실하였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지금까지 칭송(稱頌)하여 중고(中古) 이상의 사람과 같다고 하였다.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 6책 10권 6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627면
[註 01]동원 부기(東園副器) : 궁궐(宮闕)에서 쓰는 관곽(棺槨)을 만들고 남은 판재(板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는 “간결하고 단순한 생활”를 영위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초점을 두고 생각과 행동을 간결, 단순화 하여가는 것으로,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 모범이다. 우리도 이렇게 진리에 초점을 맞춘 생활을 영위하게 되면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이루게 되어 하나님의 축복을 누리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자기가 할 일들과 행실을 잘 살펴야 한다. “각 사람은 자기의 행실과 할일들을 확실히 살펴야만 합니다. ··· 사람은 각각 자기 몫의 짐을 져야합니다.”(갈라디아서 6장 4-5절). 우리는 각자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석명(釋明)하고 이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갈 책임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활용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2023. 5.26.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