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새벽 4시의 찬바람을 맞으며 다저스 구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다른 550여명과 함께 애리조나 주의 반이민법 SB 1070을 규탄하기 위해 애리조나 주 피닉스 주 청사로 출발 하기로 했던 것이다.
버스 타기 전 주차장에서 한 라티노 여성분이 "꼬레아노" 라고 부르며 반갑게 다가왔다. 알고 보니 지난번 시위에도 참가했던 분이다.
이 아주머니는 LA 주민으로 당시 연대 차원에서 애리조나 주 청사 시위에 참석하셨다. 그 날은 악명 높은 애리조나 주의 SB 1070 법에 주지사가 서명을 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애리조나 주에서는 자주 보지도 못하던 코리안 아메리칸 수십여명이 농기를 들고 풍물을 치며 시위장를 이끌었고 그 광경을 본 지역 주민들-대부분은 라틴계 이민자들-은 큰 함성과 함께 풍물패의 힘찬 장단에 맞추어 박수를 쳤다. 침울했던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져 열정의 각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그 때를 회상한 아주머니는 " 힘찬 풍물을 치며 행진하던 코리안 아메리칸의 인상은 평생 잊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풍물을 꼭 쳐 달라고 했다.
잠시 몇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만일 SB 1070이 시행되면 라티노 이민자는 물론이고 피부색이 다른 동양계 이민자들도 백인 경찰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똑같이 잠재적 서류 미비자로 보여 이민 신분 검문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시민권자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도 경찰이 합법 이민 신분증을 요구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보여 주지 못하면 똑같이 철창 신세를 질 것도 뻔하다.
그리고 SB 1070이 통과된 2010년 4월 이후부터 세 번이나 법안 반대를 위해 6시간 이상 운전해서 애리조나 주 피닉스 주청사에 달려간 전국의 이민자 지역 사회.양심적인 미국인 특히 우리 남가주 재미 동포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법안이 통과된 다음 날 버스를 대절해 애리조나로 향하던 날은 일요일이었다. 버스 안에서 이번 집회의 참가 동기에 대해 서로 나누는 순서가 있었는데 한 연장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한 번도 주일 예배를 빠진 적이 없었다. 이번 애리조나 주 반이민법 반대 집회가 주일 날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하나님께 기도로 여쭈어 보았다. 주님께서는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요? 주님의 기도 응답을 받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버스를 타고 애리조나 주로 간다."
이 이야기를 듣던 일행은 모두 숙연해지고 '비록 우리가 세대는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정의와 인권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다 똑 같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SB 1070의 실행 예정일 7월 29일을 하루 앞두고 연방 법원은 SB 1070의 주요 내용 실행을 임시 중단하는 판결을 발표했다. 당분간 경찰이 이민자들의 이민 신분을 묻지 않을 것이고 많은 이민자들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챙기는 시민권 증서를 상시 소지하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새벽 4시 애리조나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타며 마음이 훨씬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많은 얼굴이 떠 올랐다. 우리 풍물패에 고마워했던 라티나 아주머니 우리 풍물패를 눈물로 환영해 주던 피닉스 주민들 그리고 기도로 SB 1070 중단을 호소하셨던 어르신 바로 이런 힘들이 모여 SB 1070 시행 임시 중단의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런 힘들이 더 많이 모여 영구적 중단 더 나아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포괄적 이민개혁이 실현될 줄 믿는다. 내 마음은 감사함으로 꽉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