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와 富者
趙甲濟
북한이 불법억류한 6만 명의 국군포로 운명엔 관심을 끈 채 종전선언하자도 돌아다니는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쓴 寓話이다.
강도와 富者
어느 마을에 한 강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강도 집 옆에는 부자 집이 있었습니다. 옛날엔 이 부자 집이나 강도 집이나 다 가난했습니다. 한쪽은 온 가족이 家長의 지도하에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여 오늘날의 富를 이룩했고, 다른 쪽은 도둑질, 강도질만 하고돌아다니다가 마을에서 '상종못할 놈'으로 낙인찍혀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엔 이 강도가 부자집에 침입했다가 뭇매를 맞고 쫒겨났습니다.
이 강도는 요사이 부자집 주인한테 '당신 담이 너무 높다. 일조권을 침해하니 좀 낮추어라'라고 대들고 있습니다. 담 높이가 2미터밖에 안되는데 무슨 일조권 침해냐 하고 주인은 무시해버렸습니다.
강도는 이 마을의 조무래기 깡패, 게으름뱅이들을 선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좀 홀대를 받았던 이들은 강도의 선동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들은 부자가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번 점을 본 받을 생각은 안하고 '저 부자놈은 부정을 해서 저렇게 축재했고, 20미터나 되는 담을 쌓아 이웃을 깔보고 있다'고 소리치고 다닙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의 억지가 말이 되지 않는 과장이고 속임수란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만 어느 한 사람 나서서 이들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은 '조용하게 처리해주시오'라고 하면서 중립을 취합니다.
피, 땀, 눈물로 富를 쌓아올렸던 富者는 죽고 아버지의 고생과 희생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아들이 가장이 되었습니다. 이 젊은 家長은 강도가 소리치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여 그 자의 요구대로 담을 부수어버리고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약하게 볼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명분을 만듭니다.
담을 허물어 일조권을 이웃한테 선물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그렇게 하면 마을사람들로부터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일했다고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강도도 나의 선행에 감동하여 달라지겠지....
부자 아들이 담을 허문 다음날 강도는 유유히 부자 집에 걸어서 들어와 금품을 털고 부녀자들에겐 못된 짓을 했습니다. 부자 아들은 이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면 자신의 무능과 비겁함이 폭로될까 봐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도 집과 친한 것처럼 행동하면서 마을사람들한테는 '그 강도 친구 말이야, 내가 담을 허물었더니 아주 좋아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어. 알고보니 그 친구도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더군. 역시 이쪽에서 선하게 대해주니 그 친구도 선하게 나오더군'이라고 말하고다닙니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이 철없는 부자 아들에게 이웃평화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부자집은 밤만 되면 어떻게 됩니까. 강도는 이제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주인이 신고를 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제 집처럼 들락거립니다. 예쁜 주인 아내를 자기 물건처럼 갖고 놉니다. 주인 아내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위선자 남편보다는 폭력적이지만 본능적인 건장한 강도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강도는 부자 집으로 아예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부자 아들, 즉 주인은 강도의 종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내 잃고 집도 잃은 이 부자 아들은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모든 일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니. 내가 저항했다면 인명 피해가 많았을 거야.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는 그래도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애쓰다가 간 사람이란 문장 하나는 확실하게 새겨질 거야. 강도 그 친구도 잘 먹고 잘 살면 언젠가는 달라질 거야. 내가 죽은 뒤의 일이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