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초순에 접어들었다. 더위를 앞당겨 한여름 못지않은 무더위다. 들녘은 이미 모내기가 끝났다. 냇가에 잡풀이 무성하다. 뒤늦게 ‘금계국’이 역부로 재배하며 보살핀 것보다 더 가지런히 피어 환하게 밝히며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공원보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산책하는 곳이다. 일 년이면 몇 차례 기계로 풀 깎기를 한다. 올해 첫 풀 깎기인데 저처럼 수많은 꽃을 마구 베어버리기도 그렇고 그냥 남겨놓기도 그래서 좀 애매하다. 아무래도 마음이 아팠던지 군데군데 무더기무더기 남겨두고 제초작업을 하였다. 다소 매끄럽지 못해도 그런대로 최선을 다한 모습에 그나마 꽃이 남아있어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잘려나간 풀더미 속에서 천연스럽게 꽃송이가 보였다. 순간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샛별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더 아름답고 고귀하다. 마치 포탄이 빗발친 전쟁터 같았을 텐데 어찌 살아남아서 저렇게 청순한 모습에 꽃을 피우고 태연하랴 싶다. 평화가 따로 없지 싶다. 갸웃갸웃해진다. 목숨이 존엄하면서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구멍이 있다더니 저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주위는 베어진 풀들이 시들시들 참혹한데 홀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싱그러움이 넘친다. 참으로 역전의 용사 같아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짜릿해져 은연중 마음의 박수를 보냈다.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무더기로 꽃이 있을 때보다 한 송이 꽃이 홀로 피어 있을 때 더 그 꽃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꽃이 있을 때는 당연히 그러려니 했는데 오히려 관심을 끌게 하며 아름다움이 돋보이기까지 한다. 작아도 많은 것 못지않고 적어도 넉넉해 보이며 같은 꽃이라도 더 아름답게 돋보이는 것이다. 물론 마음에서 오는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수적으로 많고 몸집이 크다고 한꺼번에 모두 볼 수는 없다. 그런가 하면 작고 적어도 넉넉하게 볼 수가 있다. 오히려 미처 보지 못하던 것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