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샘
함민복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향토적, 전통적
◆ 표현 : '했었구요', '풍겼지요'와 같은 구어체 어투를 통해 정감 어린 분위기를 연출함.
토속적인 시어들을 사용하여 우리 민족의 훈훈한 인정을 드러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그 샘 → 이웃 간의 훈훈한 정을 쌓고 느끼게 해 주는 매개체
* 서로 짠 일도 아닌데 ~ 길어 먹었지요. → 이웃을 배려하는 훈훈한 인정이 담김.
◆ 제재 : 그 샘
◆ 화자 : 이웃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해 주었던 '그 샘'과 당시의 훈훈했던 인심을 그리워함.
◆ 주제 : 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이웃 간의 훈훈한 정과 인심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네 집이 돌아가면서 같이 쓰던 어릴 적 집 앞의 샘에 대한 화자의 회상과,
그 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이웃 간의 넉넉한 인심과 정(情)을 떠올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소개]
함민복 : 시인
출생 : 1962. 충청북도 충주
학력 :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데뷔 : 1988년 세계의 문학 '성선설' 등단
수상 : 2020년 제18회 유심작품상 시부문
2011년 제비꽃 서민시인상
2011년 제6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2005년 제2회 애지 문학상
작품 : 도서, 오디오북
1962년 충청북도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4년 간 근무했다. 이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2학년 때인 1988년에 〈성선설〉 등을 《세계의 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6년에 우연히 놀러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인근 폐가를 빌려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에 정착하게 된다. 강화도에 정착한 후 시집 《말랑말랑한 힘》과
에세이집 《미안한 마음》,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를 발표했으며, 김수영 문학상,
윤동주상 등의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