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뷔페는 대학교 때 어느 책자에 소개된 뾰족뾰족한 그림 한 장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의 그림을 언젠가 만나게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는데 드디어 만났다
2019년에도 전시가 열렸다는데 난 왜 이걸 놓쳤는지.....
우연히 정우철 도슨트시간에 맞추어 관람할 수 있었다
관람객이 구름처럼 몰려다녀 힘들었지만 그래도 설명을 들으니 화가 뷔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웹서핑으로 그림을 몇장 올린다
뷔페의 사인(sign)에 그의 그림선이 다 함축되어 있다
27세의 나이로 프랑스 전후 최고의 예술가로 선정되고, 30세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프랑스의 멋진 젊은 5인 안에 들었으니 뷔페는 30세 이전에 이미 성공한 화가로 부와 명성을 다 얻었다
그래서 뷔페는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좋은 차, 좋은 집은 배고픈 예술가스럽지 않기 때문일까
젊어서부터 이미 성공한 작가였지만 그에게도 가난했던 시절이 있다
가난했던 시절에 그린 그림엔 물감이 없어 색도 단조롭고 물감의 두께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얇다고 한다
실제 초기의 작품들은 거의 단조로운 색감을 볼 수 있다
마치 수채물감으로 살짝 입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물감을 절약해 그린 애잔함이 보인다
사람도 빼빼 마르고 음식도 궁핍해보이고 하물며 포크와 나이프까지 빼빼 마른 느낌이 든다
화가 보테로와 정반대의 이미지다.
자코메티의 조각품을 화폭에 옮겨온 느낌이 든다
그림에서도 나타나지만
뷔페는 뾰족한 물건으로 채색된 그림을 긁어서 표현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 넘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간 화가이기에
둥글둥글한 그림을 그리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사인에서부터 뾰족하게 날이 서 있다
(나의 이런 비합리적인 추론은 얼마나 이성적이질 못한 지 압니다)
뷔페가 아나벨을 만나게 된 계기가 참 재미있고 운명적이다
사진작가인 친구가 창문을 내다보고 있는 노파를 찍으려다
뭔가 밋밋한 듯 해 즉석에서 두 사람을 섭외해 집앞 벤치에 앉혔다고 한다
그렇게 낯선 여인과 친구의 작품에 피사체가 되어준 인연으로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로맨틱한 인연이다
뷔페는 자신의 얼굴에 광대분장을 한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아내인 아나벨은 이토록 아름답게 그렸다
이 그림의 제목 <유언장 정물> 에 여러 장의 메모가 눈에 띄는데
이 내용들은 모두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나벨에게 유산으로 남긴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 나는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늘 공공연하게 했다
노년에 파킨슨 병으로 손이 떨려 더이상 그림을 그리기 어려울 때의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붓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려 다른 한 손으로 팔을 붙들고 채색을 하는 모습이 영 처절해 보였다
마지막 사인을 하는데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지 못하고 여러 번 덧칠하는 모습이 정말 안쓰러웠다
이 그림을 본 후 아나벨은 그의 죽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배가 난파된 모습을 그린 적이 없었기에 아나벨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고.
아나벨과 산책을 마치고 작업실로 들어간 뷔페는 그렇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는 뷔페의 그림이 100 여점이나 걸린 대규모 전시다
대작들을 많이 그렸는데 4미터 짜리 작품도 걸려있다
이 작품을 걸기 위해 통로를 줄이고 전시장 동선에 고심했다고 한다
정우철 도슨트의 인기에 구름처럼 몰려다니던 사람들이지만
도슨트가 끝나고 각자 흩어져 관심있는 그림에 집중하니 무척이나 여유 있는 동선이다
그의 전시포스터가 걸려있는 방
포스터만 봐도 시대별 대표작들을 가늠할 수 있겠다
9월까지 전시일정이 이어지니 여유있게 가 보시길 권합니다
전시 초반엔 얼리버드 티켓 관람일을 지키느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 수 있으니 6월 말이나 7월쯤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