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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낭송시] [안상학]아배 생각 - 낭송 이영광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41 12.03.20 08: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안상학「아배 생각」 낭송 이영광 | 2009.05.18 
 

아배 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나?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출처 : 『아배 생각』, 애지

 

詩 : 안상학 :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88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함. 시집『그대 무사한가』『안동소주』『오래된 엽서』등이 있음.

 

낭송 : 이영광- 시인. 1967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98년『문예중앙』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직선 위에서 떨다』『그늘과 사귀다』등이 있음.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시인과 아배가 밥상 둘레에 함께 앉았습니다. 바람을 쐰다며 툭하면 집을 나서던 시인은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오던 아배와 모퉁이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시인의 방황을 아배는 나무라거나 말리지는 않습니다. 다소 경상도식으로 무뚝뚝할 뿐. 다정다감하지는 않지만 아배의 익살스런 말투에는 시인의 방황을 돌려세우려는 그 애틋함과 깊은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인의 곁에는 아배가 없습니다. 해서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이 시의 뒤편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울고 있는 시인이 보입니다. 그 아배의 살아생전 사투리를 우리도 다시 듣고 싶습니다. 회초리처럼 귓가에 착착 감기는 사투리 꾸중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2009. 5. 18.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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