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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낭송시] [신달자] 여보! 비가 와요 - 낭송 신달자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36 12.03.23 09: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신달자,「여보! 비가 와요」 낭송 신달자 | 2006.11.13 
 

 

여보! 비가 와요

 

          신 달 자(낭송: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 신달자 시집『오래 말하는 사이』, 민음사(예술위원회 선정 2005년 1분기 우수문학도서)


* 정지용 시 「향수」에서 인용.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늘 나누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거창한 이야기를 가끔씩 주고받는 사람보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이야기를 언제나 나누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내게 더 소중한 사람입니다. 평범함의 소중함,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가벼운 말들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닙니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그 말들이야말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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