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8편 여검사의꿈>
③지혜의눈물-7
“아부님, 즈그넌 서방님이 서울 가문 못 따라 가라오. 잔디가 파란 흙무덤이 무거워서나 못 따라 가라오. 그기 즈그 한여라오!”
동혁혼령께서 경숙이 용훈을 잘 따른다고, 칭찬하였으나, 그녀는 남자가 서울을 가면 못 따라간다고, 하소연하였다.
그 까닭은 고부자의 아들 무덤과 나란히 묻힌 처자의 육중한 흙무덤이 짓누르는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
동혁혼령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였으나, 차마 말을 못하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으흐흐, 우리 경숙이 전동훈 사내가 박복천 아내와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누구 말을 듣고, 사내의 오줌 눈 자리에 박복천이 오줌을 누어서 태기를 갖게 되어 우리 경숙을 낳은 연고로 천기를 잃고, 지기(地氣)만 받아서 태어났으니, 아직도 무덤 밖으로 나오지 못한고나! 으흐흐.”
그가 경숙의 실정을 알고, 처지를 밝히자, 이영란이 말하였다.
“아버님, 제가 천기를 강림케 하오리다!”
그녀의 말에 동혁혼령이 또 고개를 끄덕이더니, 반겨 말하였다.
“으흐흐, 네가 능력자고나! 천지신명을 불러 강림하게 하고, 귀두바위신령을 불러서 고자아들 처자에게 경숙을 놓아달라면, 서울이든 백두산이든 경숙에게 날개를 달아서 사해를 자유로이 나르고, 오매불망 우리 용훈이 곁에서 맴돌겠고나! 으흐흐.”
그의 말이 떨어지자, 이영란이 나와서 경숙을 발가벗겨 앞에 뉘어놓고, 두 손을 모으고, 비비면서 빌기 시작하였다.
“천지신명님, 사해용왕님, 백두산신령님 고자아들 처자의 혼신으로 방황하다가 전동훈과 박복천이 소생이 없는 고로, 사내가 소피를 누어 지신이 동하야, 발정 나서 세상에 태어난 경숙이 흙무덤에 눌려 집에만 갇혀 사내를 따르지 못하니, 아무쪼록 날개를 점지하시어, 사내를 따를 수 있게 점지하여주십시오! 만약 천기가 강림하지 못하면, 마당에도 나서지 못하리니, 처자의 소원이 어찌 성취하겠나이까? 아무쪼록 굽어 살피시어, 사내와 동고동락하게 점지하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만번 비나이다!”
그녀는 이러고서 몸을 세우는데, 치마말기가 풀어지었는지, 치마폭이 훌떡 벗기어지더니 발끝으로 내려앉았으나, 개의치 않고 손을 합장한 채 허리를 수없이 구불이면서 빌고 또 빌었다.
“으-으으윽, 으-으-악-.”
그녀가 한창 서서 비는데, 경숙이 날카로운 외마디소리와 함께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만, 송장처럼 한일자로 빳빳이 뻗어버리고 마는 거였다.
“용훈아, 경숙에게 숨을 불어넣어라!”
“예!”
동혁혼령의 말에 천복이 대답하더니, 시퍼런 낯빛으로 눈을 감은 경숙의 콧구멍을 입으로 악물고,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고 있었다.
“캭캭캭, 울 서방님!”
남자가 몇 번인가, 심호흡으로 입김을 불어넣자, 경숙이 목을 고르고 헛기침을 하더니,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누었던 몸을 일으키고는 남자에게 달리어드는 거였다.
“으흐흐, 인제 경숙이는 날개가 돋쳐서 어디든, 용훈을 따라서 가게 되었고나! 어떠냐? 경숙아! 으흐흐.”
“아버님 인쟈, 즈그넌 워디나 서방님얼 따라 가라오! 오호호.”
그녀가 대답하고는 웃기까지 하자, 유희와 양지숙이 한 입같이 근심스레 말하였다.
“아버님, 저희들은 어찌 하시렵니까?”
“으흐흐, 걱정마라! 천기가 강림하니, 천지신명이 힘을 합쳐서 천하에 떨칠 것이니, 걱정할게 없고나! 으흐흐.”
“아이, 좋아라! 아버님!”
유희와 양지숙이 좋아라고 하는데, 이영란이 풀어져 발끝으로 떨어진 치마를 추슬러 허리에 맬 생각도 하지 않고, 발딱 자빠져 눕자, 천복이 달리어들어 몸을 매만지고, 순자가 잽싸게 밖으로 나아가 냉수를 떠다가 입에 흘려 넣자, 곧바로 깨어나 치마를 스스로 끌어다 허리에 둘러매고 있었다.
동혁혼령의 강설이 끝나자, 처음처럼 남자가 경숙을 등에 업고 방을 나서는데, 등에 업힌 그녀는 잠자리마냥 가벼운데 놀라고 있었다.
남자가 경숙을 업고 연구실 골방으로 향하자, 보덕을 비롯한 모든 여인들이 뒤따르고, 석순이 알아서 이브자리를 드넓게 펴고, 남자와 경숙을 가운데로 유희와 양지숙, 또 석순 보덕 김종숙 인숙엄마가 좌우로 나란히 누었다.
“오호호, 서방님!”
첫댓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있다보니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나봅니다~
경숙의 아버지 전병훈과 박복천은 서로 오줌자리에 오줌을 누어
박복천이 낳았다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에게 태서 태었으
니 이영란이 가리켜준 처자의 무덤을 면례하여 고자아들과 합장
하자 죽어서나마 고자아들이발정나서 경숙을뱄는데 죽은처자가
낳을 수 없자 무자식하는 전병훈의 아내 박복천이 임신하여 경숙
을 낳았다는 이야기인데 이 공력에 있어선 옥희가 귀두바위신령
께 빌어서 일어난 일이네요. 그래서 경숙이 천복의 여자로돌아온
거네요. 모르지만, 옥희의 정성이 지혜의 사시합격까지 미치나봐
요.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