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종합 12/07/22 [특별기고] 20일로 3주기 맞는 고 최석우 몬시뇰 유업 - 한국교회사 연구 주추 놓은 '개척자'

[성기화 요셉]

2012. 07. 22발행 [1176호]

[특별기고] 20일로 3주기 맞는 고 최석우 몬시뇰 유업

한국교회사 연구 주추 놓은 '개척자'

▲ 지난 1983년 7월 서울 김포공항에서 최석우 몬시뇰과 함께한 필자(오른쪽). 당시 파리외방전교회 초청으로 자료수집 차 프랑스로 떠난 최 몬시뇰은 바티칸 박물관 내 민속박물관에서 「황사영 백서」 원본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1953년 벨기에 유학하며 교회사 연구 인연
1964년 연구소 설립… 한국교회사 집대성
선종 3주기 맞아 박사학위논문 번역 발간



언젠가부터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젊어진 직원들은 최석우 몬시뇰을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도 한때는 청년이었고, 청년 사제로서 그는 누구보다도 왕성한 학구욕을 갖고 연구에 몰두했다. 수품 직후부터 그는 가톨릭교회사와 관련된 글을 교회 잡지에 기고하거나 단행본으로 번역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생전에 노기남 대주교는 "우리나라 교회에 교회사를 전공할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돼 그를 유학 보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기남 대주교 권유로 유학

　노기남 대주교는 그래서 성품성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최석우 몬시뇰에게 유학을 권했다. 당시 최석우 신부는 피란지 밀양으로 옮겨간 신학교에서 소신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당시 신학교에서 함께 교편을 잡은 선종완 신부나 이원순 박사는 그에게 교회사, 특히 한국교회사를 전공하도록 강력히 권고했다.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최 몬시뇰은 성품성사를 받은 지 4년 뒤인 1953년 교회사를 전공하기 위해 벨기에 루벵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루벵대학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난 최 몬시뇰은 독일 본대학으로 옮겨 교회사학자 후베르트 예딘 교수 지도 아래 한국교회사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준비한다. 그가 당시에 선택한 논문 제목은 '조선에서의 첫 대목구 설정과 가톨릭교회의 기원'이었다. 그가 선택한 이 제목은 당시 '제도사'를 중시하던 독일 역사학계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하겠다. 그는 대목구 설정이 로마 공교회와 직접 연결된 한국교회의 제도적 출발이라고 봤다.

　역사학자 예딘 교수는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사료의 중요함을 누누이강조했다. 최석우 몬시뇰 또한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회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 바티칸 고문서고를 비롯해 여러 곳에 산재돼 있는 한국교회사 관계 사료들을 발굴해 냈다. 언젠가 그는 로마에서 한국교회사 관계 사료를 수집하면서 느꼈던 희열을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그는 교회사 연구에서 자료의 소중함을 거듭 확인했고, 이 확인은 그의 평생을 끈질기게 지배한다.

　1961년에 귀국한 직후부터 가톨릭대학 신학부 교회사 교수로 부임해 강의를 맡았던 그는 1964년 한국교회사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에 취임한다. 그가 연구소 설립을 준비하던 때, 필자는 고교시절 은사인 이병영 선생 소개로 당시 신문로에 있던 순교자현양회 사무실로 그를 처음 찾아뵌 적이 있다. 이 인연으로 필자도 한국교회사연구소 출발을 목격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연구소 발족으로 한국천주교회사를 논하자면 최석우 몬시뇰을 떠올리게 됐고, 최 몬시뇰은 한국천주교회사 내지 한국교회사연구소와 일체를 이뤄 갔다. 그는 이같은 공로로 작고하기 수년 전 몬시뇰 칭호를 받게 된다.

　그는 특히 한국교회사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우선 그는 한국교회 기원과 특성을 밝히는 데에 기여했다. 그리고 교회사를 연구하는 데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사료 발굴·수집에 큰 성과

　특히 최 몬시뇰은 국내 사료뿐만 아니라 서양교회 원사료를 발굴해 활용하면서 한국천주교회사를 연구한 첫 번째 연구자였다. 물론 그에 앞서 다블뤼 신부나 달레 신부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들과 달리 근대 역사학 연구방법론에 따라 한국천주교회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개척자의 한 사람으로 한국사학사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 20일 그의 선종 3주기를 기념해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번역총서의 하나로 그의 박사학위논문을 발간하게 됐다. 그의 박사논문은 집필된 지 반세기가 경과했다. 그동안 한국천주교회사 연구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한국교회사 연구가 그의 근대적 연구에 힘입은 이상 그 기초가 된 논문의 중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 간행된 최 몬시뇰의 책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학문에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한 초기 한국교회사에 관한 풍부한 자료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18세기 유럽인들이 라틴어나 프랑스어로 작성했던 한국천주교회 관계 자료들은 한국 초기교회사를 정리하는 데 여전히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이 자료의 새로운 음미를 통해서 우리 교회사에 대한 풍요로운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동시에 이 책은 한국사학사나 한국교회사 연구사 정리에 있어서도 크게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최 몬시뇰 3주기에 이처럼 뜻깊은 일을 해냈다.

　그러나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그의 유지를 이어가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연구를 이어받아 교회사 연구를 더욱 촉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그가 수집한 자료들을 전산화하고 공개함으로써 한국교회사 연구를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설립자 최 몬시뇰의 유지를 올바르게 이어가게 될 것이다.

▲ 조광 이냐시오(연세대 석좌교수 겸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