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진씨(25)는 가족의 도움으로 홀로 여성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장씨는 대학에서 복식디자인을 전공한 패션학도였다. 또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전공 관련 일자리를 원했지만 취업이 안 돼 실업자 생활을 하던 중 온라인 쇼핑몰을 차려보기로 했다. 지난 해 모 방송에서 나온 4억소녀의 이야기가 계기였다.
"평소 옷에 관심이 많았고, 방송에 나온 4억소녀를 보고 나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 창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창업 비용은 900만원.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보다는 적은 자본이 들었지만, 창업 후 7개월 동안 광고에만 900만원을 썼다. 방문객은 하루 수십명에서 수백명. 그러나 매출 건수는 하루에 한 건도 없을 때가 많았다. 광고 대행사에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광고 효과가 전무한 사이트나 지면에 광고를 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현재 매출은 월 200만원에 불과하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도, 적자만 늘고 있다.
장씨는 최근 "일 자체가 즐겁고 계속해서 성공하고 싶다"며 "창업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싶다"는 글을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올렸다.
장씨가 올린 글은 인터넷에서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 장씨가 운영하는 쇼핑몰 사이트에 방문자가 폭주했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을 경영하고 있는 운영자나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의 조언도 쏟아졌다. "타 쇼핑몰과 차별화되는 개성이 없다", "자본을 투자해 사진이나 모델의 퀄리티를 높여라", "광고비 지출은 절대 삼가라" 등등.
장씨는 "돈이 없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온라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며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본이나 규모가 있어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이 구조화됐다"고 항변했다.
경기가 나쁘고 취업이 힘들수록 거꾸로 호황을 누리는 창업 시장은 구조적으로 창업 실패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구축 업체에 따르면 올 1분기 동안 이 업체를 통해 생겨난 신규쇼핑몰은 모두 5천892개. 이 중 20대 창업자가 전체의 42.6%, 30대는 41.1%였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갖춘 30대 창업자보다 20대 창업자가 많다는 것은 취업난이 창업자 양산에 결정적인 이유가 됐음을 방증한다.
4억소녀 이후 온라인 쇼핑몰 우후죽순
준비 안 된 창업, 대부분 실패 쓴맛
모두들 '4억소녀'를 꿈꾸며 창업에 나서지만 현실은 '0원소녀'가 훨씬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일부 언론에서 몇몇 성공사례를 크게 부각시켜 '스타 마케팅'을 하거나, 창업 관련업체들의 광고성 기사가 구직자들에게 핑크빛 환상을 심어준 탓도 있다.
여성의류 쇼핑몰 '핑크캣'을 운영하는 한주연씨는 4억소녀가 매스컴에 등장했을 때, 주변 지인 스무 명으로부터 쇼핑몰 창업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그 분들 중에 대다수가 지금은 쇼핑몰을 접은 상태에요. 당시에는 옷에 관심있는 2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온라인 쇼핑몰, 시간적 여유없고 노동강도 높아
오프라인 창업보다 결코 수월하지 않아
한씨는 일부 성공사례를 보고 구직자들이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에 비해 자본이 적게 들고, 일일이 손님을 응대하지 않아도 돼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
"온라인 쇼핑몰이야말로, 운영자의 수면시간과 매출이 반비례 할 정도로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또 오프라인 매장처럼 유동인구가 보장되지 않아 쇼핑몰을 알리는 광고비에 더 많은 지출을 하기도 해요."
한씨의 경우 처음에는 동생과 함께 둘이서 창업했지만 현재는 아르바이생을 3명 쓰고 있다. 한 개의 아이템이라도 매일 업데이트를 하고, 빠른 배송을 원칙으로 삼다보니 가족의 도움만으로는 도저히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사진도 찍어야 하고, 시장도 봐야 하고, 배송도 해야 하고 손 가는 일이 많아서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어요. 소자본으로 혼자 시작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어요."
혼자 소호몰로 시작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경쟁 쇼핑몰들이 부지기수인 현 상황에서 나홀로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경고다.
이 대표는 "성공한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따라하려 하지 말고 그들이 성공하기까지의 이면의 노력을 봐야 한다"며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홈페이지 작성 능력이 뛰어난 디자이너나 웹 마스터 등이 외려 창업 이론 교육을 간과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광고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도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 소규모로 창업한 온라인 창업자일수록, 방문자수가 적다는 불안감에 무리한 광고비 지출을 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쇼핑몰 자체가 대형 쇼핑몰이나 경쟁 쇼핑몰과 비교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사이트 자체가 훌륭하다면 광고가 득이 되지만, 사이트 자체가 부실하거나 운영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면 광고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광고 효과에 의존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에게 신뢰할만한 쇼핑몰이라는 명성을 확보하는 인내심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