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서양은 왜 동양을 혐오하는가”
혹자는 최근 BTS와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이 이룬 한류 문화의 성과와 서양인의 높아진 관심을 언급하며, ‘서양의 동양 혐오’라는 표현에 담긴 일반화의 위험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동양과 서양은 1차원적인 의미를 넘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개념을 포함한다. 오랫동안 서양은 동양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여겼고, 문명이란 오로지 서구 백인의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마르크스조차도 “동양인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고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변되어야 하는 존재”라고 했으며, 오리엔탈리즘의 개념을 재정립한 에드워드 사이드는 동양에 대한 서양의 호기심이 동양의 문화와 문명을 대등하게 바라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중동 지역이 서구에 대항하고 대립한 적은 있지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란 쉽지 않았고, 중동 이외의 아시아는 아예 서구의 식민지배를 받는 등 큰 고통을 당해야 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도 아시아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정서는 널리 퍼져 있었다.
이 책은 서양의 동양 혐오와, 편견, 차별이 팬데믹의 상황과 맞물려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를 다룬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서양인들의 단편적인 관심과 호감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팬데믹 시대 더욱 노골화한 ‘오리엔탈리즘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며, 근본적으로는 오늘날 사회 곳곳에 만연한 다양한 형태의 혐오 앞에서 지녀야 할 인간의 ‘기본’에 관한 이야기이다.
🏫 저자 소개
조동범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이 있으며, 산문집 『보통의 식탁』,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인문 교양서 『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창작 이론서 『묘사』, 『진술』,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등을 펴냈다. 그동안 대학 안팎에서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했으며, 청마문학연구상, 딩아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목차
작가의 말
팬데믹, 혐오, 그리고 오리엔탈리즘 ―8
1
오리엔탈리즘과 팬데믹, 그리고 혐오의 역사
오리엔탈리즘이란 무엇인가 ―21
팬데믹과 혐오의 서사 ―28
미지라는 이름의 야만과 환영 ―40
동양, 두 개의 시선 아래 놓이다 ―44
이누이트 소년 ‘미닉’의 이야기가 말하는 것 ―50
2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
과거 속에 갇힌 동양 ―59
타자로서의 동양과 오리엔탈리즘 ―64
동양이라는 이름의 클리셰 ―69
비극적 타자화에 담긴 오만과 편견 ―74
동양과 서양은 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가 ―80
격변의 세계사 속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 ―86
3
동양의 미와 오리엔탈리즘
동양의 미에 대한 이해 혹은 편견 ―99
동양의 미와 구분되는 타자로서의 동양 ―104
동양을 바라보는 문화적 시선 ―109
동양의 도시에 드리운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 ―118
의식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125
4
팬데믹과 오리엔탈리즘
세계화 시대의 팬데믹이 말하는 것 ―143
인종주의, 화사한 색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 ―149
시노포비아, 공포인가 혐오인가 ―155
제노포비아와 집단의 상대성 ―160
팬데믹 아포칼립스; 영화 〈컨테이젼〉과 〈감기〉 ―167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부메랑 ―173
에필로그
팬데믹 이후의 삶과 혐오 ―182
참고문헌 ―187
주 ―189
찾아보기 ―192
🖋 출판사 서평
COVID-19로 인한 팬데믹이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 앞에서 전 세계는 같은 배를 탔지만, 그것이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과 결과는 달랐다. 누군가는 감염병의 위험을 더 많이 감내해야 했고, 누군가는 더 큰 고통이나 가난과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혐오와 편견이라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서양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던 오리엔탈리즘, 즉 ‘서양의 동양 혐오’ 현상은 팬데믹 시대를 맞아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고,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동양 안의 동양 혐오’ 또한 곳곳에서 지뢰처럼 터져나왔다. 온 인류를 하나로 묶은 ‘세계화’의 추세는 혐오라는 괴물이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차별과 편견, 비하와 혐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단지 특정한 인종, 국가, 민족 등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세계로부터 배제된다는 것은 너무나 커다란 폭력이고, 단지 누군가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뼈아픈 슬픔이다. 그 어떤 상황이나 현상도 혐오와 비난과 편견을 정당화하지는 못하며,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COVID-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심스레 엔데믹(Endemic)이 논의되고 있고, 우리의 일상도 어느 정도는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COVID-19가 남긴 상흔과 오리엔탈리즘은 쉽게 지워지거나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모두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기나긴 팬데믹의 끝에 혐오에 대한 반성이 놓이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것을 위한 작은 쓰임이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