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삶 이야기
대전 갑천변에서 새벽 산책 중 어느 허름한
차림의 노인 한 분을 만났습니다.
장애자인 줄 알았는데, 장애자는 아니었고
4바퀴용 스쿠터를 타고 계셨는데 천변 법면에서
칡 덩굴을 조금씩 잘라 스쿠터 뒤에 싣고 계셨습니다.
힘겹게 법면을 오르고 내리시기에 좀 도와 드렸더니
감사의 말씀을 많이도 하셨습니다. 크게 도와 드린 것은 없었고
혹시 넘어지실까 봐 잡아드리며 칡덩굴을
스쿠터 뒤 박스에 담아드린 것뿐인데~.
무엇을 하시려고 칡덩굴을 잘라 가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토끼를 2마리 키우고 계신답니다. 그래서
개인주택에 사시냐고 여쭈어 보니 개인주택은 아니고 주말 농장식으로
유휴지 땅에 작은 컨테이너 하나 두고 매일을 소일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손도 거칠고 얼굴엔 주름이 자글,
자글 하고 까맣게 타신 모습.
연세는 79세라고 말씀하시면서 할머니는 3년 전에 돌아가시고
아들 집에 얹혀살고 있는데 며느리 미안해서
새벽에 농장 갔다가 저녁에 다시 집으로 가신답니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일상의 삶은 동일하시답니다.
토끼 2마리 말고도 청계를 6마리 같이 키우고 있답니다.
그런 살아 있는 동물이 있어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꼭 다녀와야만 한답니다. 또한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랍니다.
그래도 보살펴야 할 동물이 있고
머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랍니다.
그래서 식사는 어떻게 하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가끔 며느리가 준비를 해주면 가져간답니다.
작은 농막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가끔 김밥도 편의점에서 사 먹고
어쩌다 빵을 먹을 때도 있고 떡도 생기면 먹고.
그렇게 사신답니다.
그러면서도 아르바이트하는 며느리가
참 착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같은 여름에는 그래도 기온이 높아 지내기가 편한데
한 겨울에는 찬 바람 불고 추워서 양지쪽에서
햇볕을 쪼이면서 지냈답니다.
자신도 젊어서는 건축 현장에서 막일로 일을 많이 했는데
모아 놓은 재산은 없고 그나마 몸은 쑤시고 아프지만
큰 병이 없어 다행이시랍니다.
그러시면서 저 보고 젊은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할 때 많이 즐기며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에게 너무 올인하지 말아라 쓸 돈 있으면
자식에게 주지 말고 추억을 만들어라
인생 삶 살아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본인 만이 가장 중요하고 허무하더라.
그리고 혼자되니 너무 외롭더라.
집에 저녁에 들어가면 자기보다
자식들이 강아지를 더 챙긴단다.
어서 밖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눈치란다.
노후의 삶
요즈음 너무 오래 살아 큰 일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 좋은 데
아무도 앞 날은 모르는 일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등
잠시 어르신과 나눈 대화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토끼와 닭에게 먹이를 주어야 한다며
4발 스쿠터를 악세레터를 밟으시면서
뒷모습은 멀어져만 가셨습니다.♧
첫댓글
그러니요
옛날 부터 남자는 여자 앞에 가는 것이 행복 하다 했어요
아이구여
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그렇다고 하지요
또끼가 칡 잎새를 잘 먹어요
어려서 기억이 아릿합니다
음악 좋아 하는 곡이네요
오늘도 덥더라고요
네 남은오후시간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운
남은 오후
졸려서 자야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