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거룩한 몸과 피, 성체와 성혈을 모신 이들은 거룩함에 동참해야 합니다.
⠀
2024/6/2/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
마르코 복음 14장 12-16.22-26절
⠀
공동체를 이루는 양식
참으로 이상하고 신비한 일입니다. 어떻게 다른 형제의 생각이나 원하는 바가 나와 꼭 같은지. 의식하지 않은 일상의 행동이 일치하기에 그래서 공동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온 세상에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시각에 동일한 장소에 모여 생활하던 수도원의 일상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한 식구나 다름없는 형제들이 사회 법률상으로는 타인에 불과하게 되었기에 수도원은 까다로운 집회 금지 규정을 적용받게 되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남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공동장소가 사라졌고 성당을 가득
채우던 기도와 찬미 소리는 뚝 그쳤습니다. 그렇게 갈라진 삶이 일상화되던 날, 방 안에서 홀로 미사를 봉헌하는 제 모습을 창문 너머로 목격한 후배 형제가 제 방으로 달려들어 왔습니다. “너무나 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날 ‘그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 참조)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형제와 저, 예수님 이렇게 세 명의 금지된(?) 집회가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빵을 나누어 먹고 같은 잔을 나누어 마시던 성체성사의 감격은 모든 두려움을 몰아냈습니다. 마스크와 소독제로 중무장한 채 복도로 걸어 나오는데 함께 모이던 그 시간, 굳게 닫힌 각 방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익숙한 기도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격리된 시간과 분리된 공간의 제약 속에서도 각자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모시고 있던 형제들은 한 가지로 다시 만날 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성체성혈의 식탁은 달라도 우리는 한 몸입니다.
⠀
류지인 야고보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생활성서 2024년 6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