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82) - 천사걷기로 찾은 현충사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여러 날 이어지는 가운데 꽤 많은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눈이 내리는 12월의 셋째 토요일(12월 17일), 천안의 천사걷기가 주관하는 금년도 마지막 월례걷기행사에 참여하였다.
오전 10시 반, 천안역 서부광장에 집결한 20여명의 참가자는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걷기장소인 아산으로 향하였다. 버스가 출발하자 고재경 천사걷기회장의 안내, 불순한 날씨를 고려하여 오늘 걷기코스는 당초 계획했던 아산시 해암리의 게바위(충무공이 바닷길로 귀환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맞은 장소)에서 천변 따라 아산 시민공원에 이르는 코스가 눈길에 미끄러운 것을 감안하여 시민공원에서 은행나무 길을 지나 현충사로 이어지는 안전한 코스로 변경한다며 모두의 안전한 걷기를 당부한다.
걷기에 앞서 아산 탕정의 점심장소에 이르니 오전 11시 반, 이른 점심을 들고 주변의 지중해마을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워밍업을 마치고 오후 1시 반에 곡교천의 시민공원을 출발하여 현충사로 향하였다. 산천이 하얀 눈으로 덮인 곡교천의 데크 길이 쾌적하고 강물위에 무리를 지어 노니는 오리 떼가 운치 있다. 백의종군길 걷기로 두어 차례 지난 적이 있는 주변의 겨울풍광이 아름다워라.
눈에 덮인 곡교천 은행나무 길이 운치 있다
한 시간 반쯤 걸어 현충사에 이르니 오후 2시가 지난다. 현충사는 지난 4월에 한국체육진흥회원들과 함께 아산시 음봉면 어라산의 충무공 묘소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찾은 적이 있는데 한 해의 막바지에 눈에 덮인 명소를 다시 찾은 감회가 별다르다. 경내를 두루 살피다가 일행과 떨어져 경내에 있는 충무공기념관과 전시관을 따로 찾았다. 지난번에 일정이 빠듯하여 그냥 지나친 것이 아쉬웠는데 해가 가기 전에 이곳으로 다시 인도한 발걸음이 오묘하다. 기념관에 들러 1930년대 초에 동아일보가 주도한 경매에 몰린 충무공 위토(位土, 묘소관리비 조달용 토지)를 찾기 위한 모금운동에 참여한 민초들의 따뜻한 마음을 접한 것이 큰 소득, 충무공 유적 보존 모금운동은 1931년 5월 13일 동아일보가 ‘2000원에 경매당하는 이충무공 묘소 위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며 촉발됐다. 동아일보는 “민족 은인 이충무공의 위토가 경매에 넘어갈 운명에 처했다”고 보도하며 민족의 정신을 일깨웠다. 동아일보가 주도한 이충무공 유적 보존위원회에 1932년 6월까지 약 2만 명, 400여 단체가 보낸 1만6021원30전(현재 10억 원 상당)이 모였다. 보존위원회는 충무공 위토를 되찾았고 남은 돈으로는 1932년 충무공 고택 옆에 현충사를 중건했다.
현충사 경내의 거목 앞에서
기념관에서 살핀 모금참여자들의 면모를 간추린다.
기생 백운선의 편지, ‘저는 기생입니다. 이충무공의 충의 훈업을 어찌 만분으 일이나 알겠습니까? 그러나 귀 신문에 연일 게재하신 기사를 보니 거북선 같은 천고무쌍한 신기를 창조하신 어른의 묘소와 위토가 유지를 못하여서야 말이 됩니까? 한 줌 흙이 태산이 될 수 있기로 돈 3원을 미천한 정성으로 보내오니 물리치지 마시옵소서.’
이천 양정여학교 학생과 직원들이 보내온 편지, ‘본교 어린 여학생과 직원이 이충무공 할아버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적은 푼돈이나마 올립니다.’
참기름 행상의 사연을 소개하는 편지, ‘최성엽 씨는 매일 새벽부터 3경까지 시장 안을 돌아다니는 참기름행상으로서 이제 충무공묘소문제의 기사를 보고 근근한 자산 중에서 성금을 스스로 바치고 친구들에게도 이를 권한 것을 진실로 감사히 여깁니다.’
걷기를 마친 일행들은 오후 3시에 버스에 올라 천안으로 향하였다. 천안역에 이르니 오후 4시가 가깝다. 서울에서 내려온 이들은 전철 등으로, 천안거주자는 각자의 처소로, 나는 기차를 타고 청주로 향하였다. 눈길에도 멈추지 않은 발걸음,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고 활기 있게 지속하소서!
충무공 기념관에서 살핀 모금참여자의 글모음
* 2022년 마지막을 열정과 함성으로 묶은 세계인의 축제, 카타르 월드컵이 오늘(2022년 12월 19일) 새벽 막을 내렸다. 결승전에 오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90분의 본 경기 2:2, 30분의 연장전 3:3으로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4:2로 아르헨티나가 대망의 월드컵을 차지하며 36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승자에게 축하를, 패자에게 격려를 보내며 아프리카 최초로 4강에 오른 모로코의 투지와 지난 대회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3위를 차지한 크로아티아의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 결승전은 프랑스 대통령이 도하로 달려가고 아르헨티나의 펜들이 객석을 꽉 메우는 등 모두가 환호하며 응원하는 진검 승부의 세계, 승자는 자만하지 말고 패자도 낙심하지 말지니 빠른 경주자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유력자라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시기와 우연이 모든 자에게 임함이라.(전도서 9장 11절)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경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