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포옹법*
좁쌀 같은 소름이 온몸에 바글거려요
매일 검은 손을 따라 악몽 속을 헤메죠
어린 울음을 만지면 저주가 비처럼 쏟아진대요
삼천 년 동안 간직한 기억 따윈 구름이래요
조용히 흘려보내면 되는 거라죠
서늘한 관 속, 나는 나를 감싸요
가슴 위에 엑스자로 묶인 팔은 포옹하기 딱이죠
수천 겹 어둠 속에서 두려움을 다독여요
아누비스의 슬픈 눈빛이 몸을 적셔요
도려내지 않은 심장이 뜨겁게 꿈틀대면
내장 빠진 배 속은 채워도 채워도 허기가 몰려와요
붕대로 감싼 겨드랑이에서
송진 냄새를 뚫고 날개가 돋을 것 같아요
시간은 피고 지는 코스모스
나는 온몸을 누에고치처럼 결박당한 채
잠든 시간을 깨워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늙은 아이
꿈의 귀퉁이가 찢기고
불안이 머릿속에 똬리를 틀면
토닥토닥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듯 가슴을 두드려요
나를 묶은 손이 스멀스멀 온몸을 더듬던 어린 밤
선홍빛 꽃잎이 떨어져 이불을 적시죠
가슴 위로 내려앉은 나비가 뾰족한 숨을 고르죠
나비를 꺼내주세요
방부처리 된 이야기가 훨훨 날아오를 수 있게
* 심리학 용어. butterfly hug.
나비질*
팥을 손에 쥐면 차르르 차르르 파도 소리 들린다
바다색 방수포 위에 쪼그려 앉은 당신
흰 수건 머리에 두르고
빛바랜 스웨터에 헤진 몸빼가 바람을 등지고 있다
누렇게 마른 팥대를두들기면
구부러진 등을 따라 촘촘히 박히는 햇살
굽어 비틀린 손가락으로
잔가지와 꼬투리를 걷어내고
검불에 뒤범벅된 알갱이들을 쓸어 키에 담는다
하늘 향해 키를 올렸다 내리면
차르르 차르르 착차르르
파도 소리를 내며 날갯짓하는 팥알들
당신의 붉은 바다가 키 안에서 출렁인다
키내림 하면서
불어올 겨울을 홀로 준비했으리라
헐렁한 옷 속을 파고드는 맵찬 갈바람 견디며
팥알처럼 단단히 여물어 갈 아이들의 날개를 키웠으리라
차르르 차르르 착차르르
티껍지가 날아가고
팥이 키 안쪽으로 튼실하게 쌓이면
눈물 같은 알갱이를 그러모아
함지에 차곡차곡 담던 당신
손을 펴면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팥알들
웅크리고 앉은 키질 소리가
아득한 물결 되어 명치에 쌓인다
마당 한켠 바람이 불면
허공을 향해 펼치는 날갯짓 속에
어머니의 굵은 주름이 차르르 풀어지고 있다
*키로 부치어 바람을 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