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아리랑>
20여년 전 포천 대진대에서 상담교사 자격연수 과정을 밟고 있을 때였다.
연수 기간은 40일 정도가 되었는데 모두 현직에 재직 중인 교사들이니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20일 정도씩 2번에 나누어
합숙연수로 이루어 졌다.
나는 당시에 승진을 염두에 둘 경력이긴 했으나 별 관심 없고, 당시에 초등학교에도 막 생겨나던 상담실 운영과 상담에 대하여
배우려면 당연히 심리학을 배워야 할 것이므로 재미있겠다 싶어서 연수 신청을 했었다.
전국에서 모인 승진에 연수 점수 1점이 아쉬운 분들은 사활을 걸다시피 공부를 하다 보니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나이 많이 먹어 자꾸 사라져가는 기억력을 되살리며 공부하기가 그리 쉬운가?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가끔 회식을 하며 술 한잔
하고 숙소에 돌아오면 한방에 모여 여흥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지역별로 모여 놀게 된다.
주로 영남, 호남에서 오신 분들이 그렇고 충청, 경기, 서울 지역은 모이는 경우가 많지 않아 대부분 각개전투!
어느 날 호남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모여서 ‘진도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놀고 있었다. 그러자 잠잠하던 영남권에서 질 수 없다
싶었는지 ‘밀양아리랑’이 터져 나왔다!
진도아리랑이 이겼을까? 밀양아리랑이 이겼을까? 잠시 후 호남 분들이 모두 함께 놀자고 불러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는데 여기서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의 배틀(battle)이 이루어졌다!
한 소절씩 부르고 상대에게로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 중부지방 출신들은 중간에서 손뼉을 쳐 주고 흥을 돋우며 심판진이 되었다.
심판에 애 먹을 것 전혀 없이 진도아리랑이 절대적으로 압도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양편 인원은 비슷했으나 진도아리랑은 사설(가사)이 매우 많았으나 밀양아리랑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로 시작하는
1절과 ‘정든 님이 오셨는데’로 시작하는 2절 외에 한두 소절을 더 부르고 나니 더 이상은 노래를 이어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곧이어 우리는 다 같이 진도아리랑에 합세를 했는데 그 노랫말이 한(恨), 사랑, 미움, 만남, 이별, 괴로움 등에 성애관련 해학이
곁들여져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우리의 요청으로 호남권에서 불려지는 다양한 가사를 ‘퓨전 진도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 복사하여 우리 반
전원에게 나누어 주고 가끔씩 회식 후에는 노래방에 가서 함께 부르기도 했다!
나도 급 관심이 쏠려 이후 ‘진도아리랑’을 찾아 여러 민요 가수, 대중가요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많이 찾아 들어보고 가사도
찾아 보았다. 가사 내용은 무려 300개 정도가 되었다.
왜냐하면 민요란 것이 오래 전하여 오면서 가사가 만들어 지고 시대에 따라 사건에 따라 새로운 가사가 생겨나고 지금도
계속하여 만들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진도아리랑’을 찾아 들어봐도 가사(사설)가 똑같은 것은 거의 들어볼 수 없다.
아래에 ‘진도아리랑’관련 내용을 몇가지 첨부한다!
1. 짧은(약 3분) ‘진도아리랑’ -박애리 창- 링크
모든 민요의 가사는 똑같은 소절도 더러 있지만 부르는 사람마다 차이가 많은데 여기 가사 중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엔 희망도 많다’에서 ‘희망도’라는 부분이 나에게는 거슬린다. 내가 오래 전부터 들어오기는 ‘희망도’가
아니라 ‘수심도’였다. 민요는 애환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희망도’란 구절은 전체 노래 분위기 정서에 안 맞는 것 같다.
혹시 과거 어떤 권력자가 '수심도'는 너무 비탄조이니 ‘희망도’로 바꿔라 한 것은 아닌지?
https://www.youtube.com/watch?v=InyaAPmAgkM
2. 긴(약 16분) ‘진도 아리랑’ -노부희 창- 링크
다소 긴 느낌이 있고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유튜브에는 더 긴 것도 많고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많다. 이 것은 비교적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Bq2-plIhnw
3. ‘진도아리랑’ 배우기 -유비 한인석- 링크
실전 보다 설명이 쓸데 없이 긴 느낌이 살짝 있기는 한데, 내가 들어본 여러 개의 ‘진도 아리랑 배우기’ 중 이보다 더 잘 된 것은
찾지 못했다. 제1강에서 제3강까지 잘 듣고 따라 부르다 보면 나머지 진도 아리랑은 응용만 하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2wqlSwi2k&t=13s
4. 내가 선별한 진도아리랑 사설 20개
(1) 문경 새재는 웬 고갠고 구부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 난다
(2)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 속엔 수심도 많다
(3) 세월아 멈춰라 오고 가지를 마라 아까운 이내 청춘 다 늙어간다
(4) 까마귀 검으면 속 조차 검냐 겉 몸이 늙으면 마음 조차 늙느냐
(5) 만경 창파에 두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디어라 노를 저어라
(6) 해당화 한 송이를 와자지질끈 끊어다 우리 님 머리위에 꽂아나 줄까
(7)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지도록 노다나 가세
(8) 저녁에 우는 새가 배가 고파서 울것냐 님 보고 싶어서 난 못 살것네
(9) 날 다려 가라 날 다려 가거라 네 심중에 꼭 있으면 날 다려 가거라
(10) 저기 가는 저 가시내 가슴 팍을 보아라 넝쿨 없는 호박이 두 덩이나 달렸네
(11) 담 넘어 뛸 때는 무슨 맘을 먹고서 문고리 잡고서는 발발 떠느냐
(12) 뒷산의 머루 다래는 얼크러설크러 졌는데 나는 언제 님을 만나 얼크러설크러 질까나
(13) 춥냐 덥냐 내 품 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낮거든 내 팔을 베어라
(14) 날 보고 널 봐라 내가 너 따라 살것냐 모진 것이 팔자라서 할 수 없이 산단다
(15) 우리 집 서방님은 명태잡이를 갔는데 태풍아 불어라 석달 열흘만 불어라
(16) 싫어요 싫어요 당신은 싫어요 연지분통 안 사준께 당신이 싫어요
(17) 만나니 반가우나 이별을 어이해 이별을 허랴거든 왜 만났던고
(18)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나를 두고 가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
(19) 저기 가는 저 기럭아 말 물어 보자 우리 네 갈길이 어드메뇨
(20) 왜 왔던고 왜 왔던고 울고나 갈 길을 내가 왜 왔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