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놈
최 병 창
밀어내거나
잡아당겨지지도 않고
찌그러지거나
구겨지지도 않는 고집불통
끝내는 찢어 버리자고
품었던 불덩이들을 쏟아내 보지만
뻗어나가는 물줄기처럼
그놈은 사이사이 빈자리만을 찾아
스멀스멀 조여들었다
기억력이 점점 느슨해지면
밀착해야 할 가속력을 잊어버리고
스치는 것도 인색하다 못해
끝내는 나를 밟고 떠나가야 할
난해하게 문드러지는 하얀 조각들
그것 하나하나에까지
모두 사랑했었노라고
아무리 힘주어 꾹꾹 눌러써보아도
오래전에 제 모습을 잊은 말들은
어두운 눈물까지 내려놓았다더니
반복작용은 어느새
은밀한 밧줄하나를 몸에 감고서
결코 쉽지 않은 헛발질로
굳은살이 박인
오른손까지 내려놓았다
도대체 얼마를 건너야만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촌각의 분초를 재촉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길은 여전히 가뭇했다.
< 2022. 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