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단일화에 진 2002년 대선, 학습된 새누리당의 전략
부천사람사는세상
새누리 1위 - 무소속 2위 - 민주당 3위, Again 2002?
올해 대선은 직전인 2007년 양상과 사뭇 다르다. 그 때에는 이명박 독주체제였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효득표율 중 50% 중반 수치를 기록하며 10% 중반에 머문 정동영 후보를 멀찍이 앞섰다. 대선 결과도 비슷했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관전포인트가 새롭다. 2002년 10월의 한 여론조사를 보자. 당시 <연합뉴스>에서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는 새누리(이회창) 34% - 무소속(정몽준) 28% - 민주당(노무현) 19%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최근 여론조사 수치는 새누리(박근혜) 37% - 무소속(안철수) 32% - 민주당(문재인) 21% 정도이다. 2002년과 매우 유사하다. 부동표가 줄면서 각 후보별로 2%~3%씩 지지율이 증가했다는 정도만이 차이점이다.
2002년 대선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막판의 기적같은 노-정 단일화에 성공했다. ‘여론조사’로 결정했고, 단일화의 명분은 공동정권 운영이었다.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정몽준이 대선 하루 전날 단일화 폐기를 선언했지만 노무현 후보가 기적같이 당선됐다. 당시의 단일화 목적과 방식을 리뷰하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 여론조사가 ‘야권단일후보’ 대 박근혜로 진행되고 있지만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2002년보다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화 파급효과가 이미 한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뼈아픈 교훈이며 이는 철저히 학습되었다. 그들에게는 교본이 마련돼 있다. 현재 공개된 그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전략1) 문 - 안 캠프간 긴장을 고조시켜라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말, 이기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장에 뛰어들어야 명장이 된다. 현 3자구도가 유지된다면 박근혜에게는 해볼만한 싸움이다. 그런데 막판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대재앙 그 자체일 것이다. 박근혜는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역사관’을 금새 바꿀 정도로 승부욕이 철저하다. 그녀는 자신에게 해가 된다면 ‘읍참마속’도 우습게 할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든 단일화를 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활용하는 전술을 보면 유치하다. 그런데 효과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 듯 싶다. A후보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B후보에게 평론을 요청하는 식이다. 어제 CBS에서 단독으로 보도해 파문이 인 안철수 후보 부인의 ‘다운계약서’, 역시 어제 KBS에서 단독으로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 오늘자 조선일보에서 단독으로 보도해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등이 그것이다.
언론에서 던져준 먹잇감을 놓칠 새누리당이 아니다. 사실 언론에는 누가 던져줬는지 궁금하기도 하나 확인된 사실만을 가지고 논해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를 비판하면서 ‘민주당도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꼭 덧붙인다. 민주당의 입장이 매우 궁색해지는 대목이다. 사실 안철수가 공격받고 있는 대목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주로 사용해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던 대목들이다. 과거 민주당은 날선 비판을 날렸기 때문에 입장이 매우 난처한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비판하면 이 자체가 뉴스가 될 것이기에 언론과 새누리당에서는 이를 십분 활용할 것이며, 민주당에서 침묵하면 이 역시 뉴스이기 때문에 언론과 새누리당에서는 이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안철수 뉴스는 안철수에게도 그러하지만 문재인측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 뉴스이다.
전략2) 단일화 감동을 제거하라
2002년 대선의 단일화가 결과적으로 성공했던 배경에는 ‘극적’ 요소가 작용하였다. 누구도 ‘여론조사’를 가지고 대선 후보직을 흔쾌히 포기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이루어졌던 것이 2002년의 일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언론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언급했었고 이회창 - 노무현, 이회창 - 정몽준 등 일대일 대결 여론조사도 지속적으로 보도했었지만 흥미 위주였을 뿐 실제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했었다. 그랬기에 감동이 더 할 수 있었다.
반면 2012년 대선은 상황이 다르다. 유권자 대부분은 3자 대결구도 지지율은 주목하지 않는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일대일 대결구도 지지율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앞서는 점에 크게 고무돼 있다. 언론에서도 당연하게 단일화를 예상하고 있고, 민주당에서조차도 ‘공동정부’를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늘이 도와서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Again 2002’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인가.
새누리당의 책사들 역시 야권에서 단일화를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예측대로 전개되지 않지만 이들로서는 최대한 단일화를 막되 그것이 실패할 경우에는 감동을 제거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조중동 및 방송사 등 이들과 이해가 비슷한 언론사들에 의해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다.
문 - 안 캠프에서 단일화를 추진 과정 자체에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는 지속적인 조롱과 이슈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이들은 잽을 날리고 있다. 문 - 안의 단일화는 권력 나눠먹기라든지, ‘공동정부’의 위헌적 요소는 대선 후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협박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시나리오가 존재할 것이다.
안철수 캠프에 갑자기 합류한 검증받지 않은 교수들이 단일화 이후 감동을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명한 인사들이나 새누리당의 검증팀으로부터 단 한 차례도 검증받지 않은 이들 교수 집단에게서 많은 뉴스가 생산될 수도 있고 실제 그러할 것이다. 문재인 캠프로 단일화가 된다면 막판 안철수 캠프에 영입된 교수들 중 의혹이 존재하는 교수는 즉시 제외시키는 실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야권, 단일화도 어렵지만 ‘감동’을 주는 단일화도 어려운 상황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무차별적으로 터져 나오는 ‘안철수 단독 보도’를 보노라면 자꾸 지난 9월 2일 이명박과 박근혜의 ‘독대’ 의혹이 떠오른다. 역대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여당 대선후보를 독대한 역사가 없다. 당시 박근혜는 친박의 실세인 최경환을 대동하고 갔지만 그를 빼고 이명박과 단독으로 2시간 동안 만났다. 박근혜가 이명박을 그토록 신뢰했었나?
그 후부터 안철수의 대학원 재학 시절의 ‘입주권’ 구입 의혹, 목동에 사는 음대 출신 여성을 비롯해 금감원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됐었다. 문화일보, CBS, KBS, 조선일보 등의 안철수 단독 퍼레이드는 매우 괴이할 정도다. 각 언론사별 대선후보 검증팀의 역량은 비슷한 수준이고, 방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독 이들 언론에서, 야권 성향의 언론에서는 접하지 못한 정보를 가지고 유독 안철수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핵심 인사인 손모씨가 폭로한 것처럼 저들은 터널을 막아서 교통체증을 유발하여 이를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의 투표 자체를 방해하는 전략까지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를 제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 소속 핵심 인사이다. 조사결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터널을 막아 투표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손’을 활용해 안철수 죽이기에 나서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2002 단일화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새누리당의 전략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위기 요인도 존재하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어렵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에 잘 준비하고 대처하면 못 넘을 산도 아니다. 즉, 단일화도 쉽지 않아 보이고 만일 한다고 하더라도 감동을 주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상대의 아킬레스건도 매우 많다.
어떤 때 지는가? 저들이 잘하고 우리가 못할 때 진다. 우리가 잘 했지만 저들이 더 잘했을 때도 진다. 그러나 우리가 못했지만 저들이 더 못하면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잘하고 저들이 못할 때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대의 전략은 서서히 노출되고 있다. 치밀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상대는 이미 단일화에 대한 대응전략이 완비되었다. 우리측도 단일화 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날선 공격에 대한 대응방안이 함께 준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상대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시대를 부정하는 대단히 비상식적인 집단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