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운명은 적색 거성red giant star
수소 핵융합 반응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태양이건 별이건 간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고온 고압의 중심부 일부일 뿐이며, 핵반응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가 그 지역에 한없이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별의 운명, 별의 최후는 그 별이 얼마나 큰 질량을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별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기 질량의 일부를 공간으로 서서히 방출합니다. 방출하고 남은 질량이 태양의 2배 내지 3배 정도에 이른다면, 그러한 별들은 우리 태양과는 판이하게 다른 최후를 맞게 됩니다. 그렇다고 태양의 최후가 그저 밋밋할 뿐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태양의 최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입니다. 앞으로 50억 또는 60억 년이 더 지나면 태양의 중앙부에 있던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변하게 되므로 중심핵 부분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반응에 쓰일 연료 물질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헬륨으로 된 중심핵의 바로 바깥에는 수소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지역이 중심핵 경계 지대에서부터 온도가 1000만 도가 되는 층까지 확장됩니다. 그러나 온도가 1000만 도가 안 되는 층과 표면 사이에서는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편 태양의 자체 중력은 헬륨으로 가득 찬 중심핵을 짓눌러 다시 수축하게 됩니다. 헬륨으로 구성된 중심핵은 다음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 중력의 일방적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수축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축이 진행될수록 그 지역의 온도와 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따라서 헬륨 원자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이에 따라 원자핵 세계의 갈고리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밀착하여 핵력이 발동하게 되면 드디어 헬륨의 핵융합 반응이 시작됩니다.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 불과했던 헬륨에 다시 불이 붙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핵융합 반응의 잔치가 태양의 중심핵 부분에서 또 한 차례 벌어집니다.
태양은 새 연료인 헬륨을 태워서 추가 에너지를 얻는 동시에 탄소와 산소를 헬륨에서 합성해냅니다. 이 단계에서 그 내부 구조에 큰 변혁을 겪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외부가 급격히 팽창하고 대신 온도는 하강합니다. 태양은 이제 적색 거성red giant star이 됩니다. 가시광선으로 드러나는 태양 표면이 중심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각부에서 느끼는 중력은 미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 까닭에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의 바깥 대기층은 항성풍의 형태로 공간에 서서히 흩어져 나갑니다. 벌겋게 부풀어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을 집어삼키고 종내에는 우리 지구가지 자신의 품안에 넣어버립니다. 그러므로 내행성계가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내행성계의 최후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