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주
십일월 첫날 일과를 마치고 창원으로 건너갔다. 금요일 저녁 친구와 주꾸미 안주로 맑은 술을 들면서 그간 밀린 안부를 나누었다. 주말 이틀 가운데 토요일 오후는 낙동강 강변 한림 술뫼생태공원으로 나갔더랬다. 광활한 둔치에 펼쳐진 물억새 군락에서 가을의 서정을 만끽했다. 유등에서 길고 긴 자전거길 따라 걸어 시산을 거쳐 들판을 지나 한림정역으로 갔더니 날이 저물었다.
이튿날 일요일 아침나절은 마산역에서 진전 상평 가는 75번 녹색버스를 탔다. 종점을 앞둔 미천마을에서 내려 부재골로 오르니 노랗게 핀 산국이 진한 향기를 뿜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볼 수 있었다. 마침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는 퇴직 삼년 째 든 예전 근무지 동료를 만나 반가웠다. 부재고개를 넘어 임도를 따라 걸어 의림사로 내려섰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가을 정취를 느꼈다.
일요일 저녁 팔룡동터미널에서 고현행 버스를 탔다. 장유에서 녹산터널을 지나 경제자유구역청을 지나면 신항만이다.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신항만은 조명이 밝게 들어와 불야성을 이루었다. 고현에 닿아 연사 와실로 들어 일찍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와이셔츠를 다림질 해놓고 찌개를 끓여 아침밥을 해결했다. 텔레비전을 켜 뉴스전문 채널에서 날씨 정보에 관심을 두고 살폈다.
아침 기온은 점차 내려가면서 일교차는 여전히 컸다. 미세먼지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 마음이 놓였다. 평소처럼 여섯 시 조금 지나 와실을 나섰다. 해 뜨는 시각이 점차 늦어져 바깥은 아직 어둑했다. 연사마을 골목을 빠져나가 거제대로 횡단보로를 건넜다. 대우조선소로 출근하는 사내들은 통근버스 타러 가고 나는 연사 들녘으로 향했다. 동은 텄으나 해가 뜨기 이른 시각이었다.
연초천을 가로지른 연초교에 이르러 산책로 둑길을 따라 걸었다. 그즈음 희뿌옇던 어둠이 걷혀 날이 밝아왔다. 둑길에는 이른 시각에 산책을 나온 이들이 보이길 시작했다. 주로 고현 중곡지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인 듯했다. 연초천 하류 산책로를 지난 들판 산책로까지 올라왔다. 남성은 드물고 여성들이 많았다. 맞은편 연초 면소재지 방면에서 고현으로 출근하는 한 사내가 지나쳤다.
지난주까지 연사 들판에 남겨져 있던 벼들은 주말이 지나니 추수를 모두 끝내고 휑하니 빈 논바닥이었다. 아직 옮겨가질 않은 콤바인만 한 대 빈 들녘을 지키고 있었다. 논이 저지대 습지라 일모작으로 끝내고 뒷그루는 심지 않았다. 벼 수확 부산물인 볏짚은 콤바인이 지나면서 잘라놓아 내년 퇴비로 삼았다. 일부 구역에서는 볏짚을 공룡 알처럼 둥글게 포장해 축산 사료로 쓰려했다.
산책로 바깥 연초천에는 북녘에서 날아왔을 오리들에 떼 지어 놀았다. 겨울이면 남녘 어디서나 흔히 보는 흰뺨검둥오리들이었다. 수면에서 헤엄치며 놀다가 추수가 끝난 들판을 옮겨 날아 앉기도 했다. 들녘 논바닥에는 추수할 때 떨어지는 벼 낱알이 있게 마련이다. 벼를 거두다 남긴 낙수는 철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기에 오리들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쇠기러기들도 마찬가지다.
연효교에 이르러 걸어왔던 들판을 되돌아봤다. 들녘을 지나 멀리 계룡산과 그 아래 수월지구 아파트가 드러났다. 안개가 끼거나 구름이 걸쳐진 아침이면 나름대로 운치 있게 보이기도 했던 풍경이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은 시야가 흐려 산책을 나서도 괜히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만 그렇지 않아 좋았다. 연초삼거리 못 미친 횡단보도에서 녹색신호를 기다려 학교로 갔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 아침이다. 동료들이 출근하려면 시간이 제법 흘러야 했다. 컴퓨터를 켜 종이신문을 대신한 뉴스를 검색해 봤다. 책상에 둔 달력에 주간 일정을 메모해 나갔다. 이제 해가 짧아져 퇴근 후 산행은 나서질 못하게 되었다. 산책도 가로등이 켜진 곳으로만 짧게 다녀와야 한다. 오늘은 칠천도다리로, 내일은 와현고개에서 해수욕장으로, 모레는 어디로 갈까나. 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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