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경제학.
군복무 시절에는 행군에 질려서 산만 보아도 울렁증이 있었으나,
사회로 나와서 건강을 위해 자발적 등산을 했다. 내가 등산한 산은
자연학습장이면서 몸을 단련시키는 경사진 운동장이었다.
등산은 경사진 운동장을 오르고 내리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했고,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정신수양을 하게 했다. 등산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복잡한 일들을 잊게 했고, 인간 세상을 부피감 있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주었고, 버릴 것은 버리고, 달랠 것은 달래면서
행복한 삶이 뭔지를 알게 해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산행은 돈을 버는 생활경제이면서
부자되는 기초학습임을 알았다. 등산이 왜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일인지 그 이유를 보자.
1) 등산은 부의 기초인 몸을 건강하게 한다.
부의 기초는 건강이다. 건강해야 즐겁게 일을 하기 때문이다.
등산은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병원에 갈 일을 줄여주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등산은 예기치 못한 위험이 따르기에 쉽고 가볍게 도전할 수 없고,
등산을 하면 숨이 차고, 다리가 떨리고, 힘이 들지만
어느 정도 고통이 지나면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생긴다.
등산을 자주하면 다리가 튼튼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집착과 독선을
버리게 했고, 우주의 일부로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등산은 육체라는 나의 부동산을 튼튼하고 풍요롭게 하면서, 안정감과
자존감을 심어주면서 행복을 느끼게 했다.
2) 등산은 부의 에너지인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산은 백과사전보다 많은 명사와 형용사를 펼쳐 놓고 마음 편한 방법을
안내했다. 산은 썩어가는 나뭇잎, 썩지도 못해 뒹구는 낙엽들, 바위에
밀려 허리가 상처 난 나무, 날지도 못하는 새 등 상처 입은 생명체들
도 보여주었고, 산은 삶과 죽음도, 상처와 고난도, 직선과 곡선,
급경사와 완만함 등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자연의 일부로 평온했다.
어느 것 하나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산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라’고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산은 온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곧고 굽은 나무, 사람의 형체를 닮은 그루터기, 부서진 탱크 같은
바위,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나무, 바위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작은 물줄기
등 다양한 존재물들이 자기자리를 지키면서 ‘나, 지금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자기를 보여준다. 산을 오르면 몸은 피곤해도 육체와 정신의
교감 속에서 무한 행복감을 느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3) 등산은 마음의 오류를 잡고 자유롭게 한다.
마음이 편해야 걸림 없이 일을 하고 무쏘의 뿔처럼 홀로 나갈 수 있다.
밥벌이가 쉽지 않고, 마음이 산만하고, 작은 일로 가슴이 아플 때
등산을 하면,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복잡한 일과 번민, 인터넷 도구와
조직시스템의 사슬을 끊어서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일의 오류가 욕심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한다. 산은 말없이 거대한 생명체의 군집을 열어놓고
생명체와 대화할 여유를 주고, 마음 한 폭 쭉 펼쳐서 신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등산은 움직이는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고, 감성을 충만시켜 영혼을 강하게 해주고,
행복을 만드는 것은 ‘나’라를 것을 깨닫게 한다.
4) 등산은 유연한 인간을 만들고 세상으로 나가게 한다.
산에 오를 때, 숨이 가쁠 때에는 들리지 않던 계곡의 물소리가 내려올
때는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란 놈은 몸의 고통에 따라
소리까지 선별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행복도 마음에 달려 있고, 나에게
모든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등산을 자주 해도 다양한 생명체를
제대로 알 수 없지만,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도 존재 이유가 있고
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은 악조건 속에 사는 생명체도 보여준다.
햇살을 찾아 수풀을 헤치고 나오느라 등이 굽은 참나무, 물 한 방울 얻을 곳이 없는
산 정상의 암반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바위틈을 뚫고 나온 잡초 등
저마다 현재 환경에 적응하려는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연출한다.
등산은 도구에 중독된 작은 나를 해방시키고,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영감과 유연함을 주고,
큰 세상을 보고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5) 등산은 함께 하는 행복을 깨닫게 한다.
산은 경쟁과 어울림이 공존하는 생명체의 집합체다. 산에는 참나무,
상수리, 졸참나무, 산 뽕, 야생 벚나무 등 무수한 이름의 나무, 사암과
화강암, 암벽과 자갈 등 수많은 이름의 돌들, 그리고 산에 사는 풀과
새들이 저마다 개별적 존재이지만 하나로 어울리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용사, 다양한 형체, 아직도 이름을 붙이지 못한 생명체,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과 소리 등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 어울려 평온하다. 등산은 인간도 어울려야 행복하다는
것 을 깨닫게 한다.
박필규 (ING생명 일산지점 부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