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기 : 1900년
- 인물 : 최계순 (5세 아동)
- 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내 이름은 계순이다. 나는 5살이고 위로 오빠가 셋이 있다. 사실 밑으로 동생들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작년에, 막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뾰족한 이유도 없이 시름시름 앓아왔다. 한 번은 그걸 고친다고 우리 엄마가 무서운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할머니는 나를 대뜸 보더니 <조상이 노 하셨구먼.> 하고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엄마 뒤에 숨었다. 할머니는 대뜸 부엌으로 들어가 커다란 바가지를 밟아서 부수고 내게 <잡귀야 물러가거라.> 하시며 성을 내셨다. 꼭 귀신같은 할머니는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내게 굵은 소금을 여러 차례 뿌리셨다. 한참동안이나 이상한 행동을 하시고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셨다. 엄마는 <이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라며 눈물을 훔치셨다. 지난해에 낳은 막내 동생이 이유도 없이 죽은 것도 다,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며 <진작 할 것을, 진작에..> 하시며 혀를 끌끌 차셨다.
할머니가 다녀가신 뒤에도 나는 계속 아팠다. 어머니는 당신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새벽마다 정수 물을 떠놓고 빌고 또 비셨다. 사람들은 내가 앓고 있는 병을 <괴질귀신>이라 불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병이라는 뜻이란다. 동생들도 모두 똑같은 귀신이 들었다고 했다. 마치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준다고 했다.
우리 집 뿐 아니라 옆집 오빠 네도, 뒷집 언니 네도 모두 나와 같이 귀신병에 걸려서 가족을 잃었다고 했다. 마을 전체가 이 이상한 귀신 때문에 무서워하고 있다고 했다.
외지에서 온 큰 오빠가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나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의사 선생님께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아프게 된 것은 ‘귀신’ 때문이 아니며 ‘콜레라’라고 하는 병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무서운 할머니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되냐고 몇 번이나 엄마에게 묻고선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