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풍경이다
허영숙
꽃 시장에는 사람보다 꽃이 더 많다
사람이 꽃을 품은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을 품고 있다
자세히 보면 꽃도 사람을 살핀다
꽃 가까이서 향기를 맡으려 할 때는 조심하시라
사람이 꽃의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의 향기를 맡는 것이므로
꽃눈을 열어
안쪽까지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사람이 제 이야기에 맞는 얼굴로
꽃에게 꽃말을 부여하듯
꽃도 사람의 빛깔에 맞는 향기로 부르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 등을 가진 사람 두엇 꺾어다가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이 꽃을 들여다 볼 때
허리가 반쯤 꺾이는 것이다
시인 허영숙
경북 포항 출생 / 釜山女大 卒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詩集, <바코드 2010>.<뭉클한 구름 2016>
첫댓글 꽃집을 가면 각양각색의 꽃과 사람이 서로를 선택하는 것을 봅니다.
예전에는 예쁘고 좋아하는 꽃을 찾았는데
이제는 이 꽃이 내가 키우는 환경에 잘 맞는가를 보게 됩니다.
이제사 겨우 너의 안위를 묻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꽃을 들여다 볼 때
허리가 반쯤 꺾이는 것이다
그렇군요. 탁월한 관찰에 이미지를 덧 씌운 허영숙시인님 , 한 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