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1. 간질 치료의 목적
간질 치료의 목적은 경기를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억제하고 정신 기능을 유지하며 사회 심리적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의 투약과 더불어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상담, 그리고 여러 전문 분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즉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신경방사선과, 신경병리과, 재활의학과, 영양과, 임상심리실 등의 관련된 여러 부서들이 함께 공조하여 치료하여야 그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의 발달된 진단과 치료법들로 과거에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였던 상당수의 난치성 간질환자들이 완치되고 있으므로, 전문적인 치료 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 약물 치료(항경련제)
약물치료는 모든 간질의 치료 중 첫 단계이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물치료 만으로 간질이 치료될 수 있습니다. 즉, 전체 간질 중 약 80%는 일반적인 약물 치료에 의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고 그 중 상당수는 일정기간 투약 후 약물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경기가 완전히 치유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약물 치료에 조절이 잘 안 되는 약 20%에 이르는 난치성 간질이라 하더라도 최근 들어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치료법들에 의해 상당수가 완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약물치료에 의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환자가 치료를 하는 중에도 발작이 계속되어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치료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1) 약물의 종류에 관한 문제입니다.
현재까지 시판되고 있는 간질의 치료제는 수십 종에 이릅니다. 따라서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조절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물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것이 간질의 종류입니다. 물론 모든 간질에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간질은 그 약으로만 잘 조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결정을 간질을 전문으로 치료를 하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약물의 용량입니다.
간질의 치료제로 많은 수의 환자들이 잠이 많아지거나, 어지럽거나, 위장장애 등을 경험하게 되며 자의로 약의 복용횟수를 줄여서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하루에 한번 복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하루에 2회 내지 3회 정도의 약물 복용이 필요하며 제대로 잘 복용할 때에 혈중 약물 농도가 치료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약물의 부작용이나 다른 이유로 의사 선생님이 권한대로 약물을 복용할 수 없을 때는 반드시 다시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하여 약물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약물의 부작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간질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항경련제를 2-3년 이상 복용해야 하므로 항경련제가 지능 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한 관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항경련제는 결국 뇌에 작용하여 뇌의 전기적인 활동에 관여하므로 대뇌 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경련제를 복용중인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복용 전과 후에 차이가 발견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결국 항경련제 투여 전후의 상태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그러한 영향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개발 된 항경련제들은 대뇌에 대한 부작용이 적어서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나, 항경련제를 과다투여 하거나 체질적으로 민감한 일부 환자에서는 항경련제를 장기간 투여할 때 지능 저하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항경련제를 투여할 때에는 약물 투여 전과 후에 환자의 인지 기능과 대뇌 활동 저하, 즉 피로감 또는 의욕 저하 같은 변화가 있는지를 자세히 관찰하여, 그러한 영향이 없거나 덜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 약물의 혈중 농도검사입니다.
예를 들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취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약제의 요구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약물의 혈중 농도검사를 시행하여 약제의 항경련 효과가 제대로 유지되는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3. 수술적 치료
최근 간질을 수술로 치료하여 성공한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간질 때문에 고생한 환자나 보호자들은 한 번쯤 간질 수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신 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간질 환자들이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간질에 적당한 약물을 선택하여 충분한 용량을 일정기간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질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간질이 그 대상입니다. 또한 난치성 간질이라고 할지라도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뇌의 어떤 부위가 간질을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될 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으며 또한 그 부위가 수술적 접근이 가능한 부위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뇌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는 수술로 제거될 때 큰 수술 후 장애를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또는 수술의 대상이 되는지는 간질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에게 있어 뇌는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조절해주는 매우 중요한 곳이므로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더 신중한 결정을 요하며, 이런 신중한 결정을 통해서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될 때 수술 후의 결과도 만족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케톤성 식이요법
케톤성 식이요법은 금식할 때 나타나는 항경련 작용을 지속시키는 치료 방법으로, 기존의 어떠한 약물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 환자의 일부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져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항경련 치료입니다.
뇌세포는 평상시에는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금식으로 당이 고갈되면 지방으로부터 만들어진 케톤체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에너지 생산이 훨씬 증가하여 뇌세포의 기능이 향상되고 항경련 작용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체내에 저장되어 있는 당 성분을 모두 소진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 2-3일간 금식해야 합니다. 이후 당을 극도로 제한하고 지방질이 대부분인 고지방 저탄수화물 및 저단백의 식사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초기의 금식 기간이나 식사에 대한 적응과 교육이 필요한 첫 1-2주간 반드시 병원에 입원하여 금식에 의해 유발되는 합병증을 주위 깊게 관찰하여야 합니다.
케톤성 식이요법의 항경련 효과는 치료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존의 어떠한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 환자의 약 반수에서 경련이 완전히 억제되거나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행한 연구 역시 인제의대 상계 백병원 간질센터의 결과로 난치성 소아 간질 환아의 49명 중 27명(55.1%)에서 경련이 완전히 억제되거나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인지 기능이나 행동 장애 역시 상당히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케톤성 식이요법의 항경련 효과는 치료 시작 후 1-2주 정도에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며, 치료 기간 중 지속되므로, 치료 후 3개월 정도까지 성공적인 치료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중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질이 효과적으로 억제될 경우에는 기존의 항경련제를 모두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며, 약 2-3년간 경련이 재발하지 않으면 다시 정상식사로 환원시킬 수 있는 치료법입니다.
![작성 및 감수 : 대한의학회_대한소아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