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우렁이들
조 윤옥
동기생인 사회복지사가 부천 약대사거리에 Y 요양원을 개원한지 한 달이 되었다.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시간을 내 오후 1시 30분이 되어 갔다. 부천역에서 내려 버스도 노선이 있지만 택시를 타고 사 천 원 미만. 사거리 사통팔달. 위치가 좋다. 1층은 병원이 있고 이층이 요양원이다. 노인들에게 맞게 계단이 평이하게 올라갔다. 본래는 병원 입원실을 정형외과가 들어오면서 주인이 요양원으로 임대를 준 것이다. 그래서 병원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원이 되었으니 기회가 좋다.
노인복지에 상당히 실력이 있는 동기는 26인을 입소 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의 환경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개원을 했다.
11명의 직원. 3-4인실. 물리치료실. 주방. 조리실. 휴게실. 깔끔한 모양으로 노후에 편안하게 살고 싶은 집으로 꾸며 놓았다.
동기는 내가 올 때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다. 주방에서 국과 4식 찬에 혼합곡식으로 한 밥을 식기에 담아 주었다. 그 때 간병인과 입소 어른이 식사를 하는데 싱싱한 생 고추를 그릇에 넣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어르신이 맛있게 드신다. 아마도 제 시간에는 먹기 싫다고 한 모양이다.
아주 말라 우렁이처럼 속이 빈 노인이나 대쪽같이 당당해 보인다. 아직 다 입소되지 않아 열대여섯 어른들 속에 수급자 일급. 수급자 2급 어른들. 일반인으로 구분되나 유난히 모든 분이 마르셨다.
문득 빈 우렁이가 떠올랐다. 당당한 분도. 치매로 밤늦게 휴게실 커피자판에서 커피를 뽑아 줄줄이 흘리고 다니는 어르신이나 거동을 못해 간병인이 식사 수발을 들어드리는 분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임에는 분명하지만 속이 다 빠진 우렁이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진흙 같은 환경. 자녀를 향한 한국 부모의 열정이 단단한 표피만을 남기며, 일흔이 되고, 여든이 되어 서산을 넘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획 가족화로 모실 수 없는 형편들. 아니 너무 나약하게 키워 섬기고 받드는 것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 앞으로는 더욱 나라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길로 가속화 되는 최 고령화 사회가 온다.
또한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편의주의에 부모들은 내 몰리고 있다.
부모를 잘 모시는 일이 나를 위하여, 자신을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영원히 곁을 떠났을 때 잘 해드리지 못한 것만 고스란히 남는다. 나도 어머니가 불의에 돌아가시고, 남는 것이 후회스러운 일이 전부이다. 현대판 우렁이를 만들어 떠나보낸
설움에 울 때가 많다.
복지도 가족화로 가는 사랑의 공동체로 자녀와 센터가 함께 힘을 합쳐 이루어 갔으면 한다. 그리고 정부. 가족. 이웃이 모두 후회 없게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나 역시 어머니께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어르신들을 돌보는 섬김으로 채우려 한다.
우렁이의 모정
조 윤옥
진흙에 묻혀 제살 깎이는 줄
모를 리 없고
앞으로 움직이며
논바닥 길 여는데
새끼를 향한
천적天敵이 사방에 도사려
생존경쟁에 치열하여
골 빠지는 것도 모르는 우렁이
부딪기고 부딪기여
햇볕에 올라와
빈 껍질로 뒹구는 형상
모정母情인가 하노라
2009. 8. 1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늘 축복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