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중국이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1가구1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 심의를 통해 1가구2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13억5569만명(2014년 기준)의 세계 1위 인구 대국 중국의 인구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1가구1자녀 정책 전격 폐기는 심각해진 경제성장률 둔화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성장률 7%대를 지키기 힘들다’는 비관론 확산과 노령화에 따른 노동 가능 인구 감소 우려가 중국 권력 수뇌부를 괴롭혀 왔다. 생각보다 빠른 경제 악화가 1980년 이후 35년간 이어져온 인구억제책인 ‘1자녀 정책’을 폐기시킨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단행된 중국의 1가구1자녀 정책 폐기 결정에,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투자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당장 중국의 폭발적 인구 증가를 전제로 미국과 유럽의 유아용품 시장과 우유 등 유제품·영유아식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중국의 1자녀 정책 폐기 결정이 나오자마자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서는 분유 제조사들인 미드존슨뉴트리션과 바이오스타임스의 주가가 폭등했다. 이들 외에 기저귀 제조사인 P&G와 킴벌리-클락, 유아용 이유식을 만드는 다농 같은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홍콩과 선전으로 대표되는 중화권 투자시장 역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아동용 카시트·유모차 제조사 굿베이비인터내셔널과 아동복업체 미격국제홀딩스, 산부인과 전문병원 화미의료(이상 홍콩), 유아용 식품기업 베이인메이(선전) 등 영·유·아동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중국과 미국·유럽의 시장만 중국의 1자녀 정책 폐기에 환호하는 게 아니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 2자녀 시대 수혜 기업 찾기’가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한국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는 곳은 우유·분유 등 유가공품 제조사들이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이 손에 꼽힌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한국 시장에서는 침체에 빠져 있다. 10년 전보다 12% 이상 줄어들 만큼 유제품시장의 침체가 깊다. 심각한 출산율 하락 현상까지 더해지며 이들 기업의 한국 시장 수익성은 상당히 악화돼 있다. 이 같은 상황 타계를 위해 최근 몇 년 유제품 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렸고, 특히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중국의 분유시장 규모는 20조~22조원 정도다. 최근 5년간 매년 약 18%쯤 성장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자녀 정책이 본격화되면 중국 분유시장은 규모와 성장률 모두 지금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분유 들고 중국에 간 유제품 업체
매일유업은 중국의 특수분유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0월 29일, 매일유업은 중국 유아식 기업인 비잉메이트와의 중국 사업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 비잉메이트와 공동으로 중국에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특수분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분유는 미숙아나 대사질환·알러지 질환이 있는 영유아를 위해 특수가공처리 한 유제품이다. 현재 중국의 특수분유시장은 약 29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국 분유시장의 총 규모가 4000억원 정도이니, 중국의 특수분유시장 하나의 규모가 상당한 셈이다. 2자녀 정책이 본격화되면 중국 특수분유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매일유업이 중국 합작 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영업에 나서면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성이 나아질 수도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중국에 약 339억원어치의 분유를 수출했다. 올해는 약 440억원쯤 수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유제품 기업 남양유업 역시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대리점 업주들에게 제품을 강매하는가 하면, 어린 영업사원이 삼촌뻘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사실이 2013년에 들통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갑질기업·악덕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겹치며 2013년 이후 남양유업의 수익성은 추락했다. 2012년 637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3년 175억원 적자로 추락했고, 2014년에는 적자가 261억원으로 확대됐다.
악덕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한국에서는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기에 최근 중국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 현지 법인 설립설 등이 증권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남양유업의 중국 실적 추세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중국에 약 230억원어치의 분유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70억원어치의 분유를 수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300억원대 중반에서 최대 400억원대까지 분유 수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자녀 정책이 본격화되면 중국의 유아·아동 의류와 용품 시장 규모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한국 기업으로는 ‘중국 자본이 유입된 기업들’이다. 영유아품 기업 아가방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아가방컴퍼니의 주인은 중국 자본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의류업체 랑시(LANCY)가 아가방컴퍼니를 인수했다. 현재 26.63%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랑시는 중국에 600여개 판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유통망을 활용한 아가방컴퍼니 제품의 중국 영업 강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 상반기 아가방컴퍼니 매출에서 수출비중은 31%쯤이다. 지난해 상반기 28% 정도이던 수출비중이 중국 자본에 인수된 후 증가했다. 최대주주인 랑시그룹의 유통망을 이용한 수출 비중 증가로 보이는 대목이다. 2자녀 정책 본격 시행으로 중국 영유아 인구 증가 시 수출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아이들이 입고, 먹고, 쓸 제품 만드는 곳
아동복 제조사인 제로투세븐 역시 시장에서 눈에 띄고 있다. 매일유업이 최대주주인 제로투세븐은 2007년 한국 아동복 기업 최초로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웠을 만큼 중국 사업에 일찍 뛰어들었다. 빨리 진출한 만큼 한국산 아동복 브랜드 중 중국 내 인지도가 높은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올해 한·중 양국이 정식 서명한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유·아동복의 관세가 10년간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중국 시장의 규모 확대와 함께 영업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시장 환경 변화에 제로투세븐은 물론, 쌍방울 등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의 아동복 제조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2자녀 정책은 필연적으로 기저귀의 소비량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CNN머니 등 미국 경제매체들이 분유 제조사와 더불어 P&G, 킴벌리-클라크 등 기저귀 제조사들을 수혜기업으로 언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저귀 제조사인 유한킴벌리를 자회사로 두고, 이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유한양행 역시 눈여겨볼 기업으로 시장 관계자들이 꼽고 있다.
이들 외에도 투자시장에서는 인구 증가에 따른 음식료 및 식량 자원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 유·아동 전문 교육 관련 기업들 역시 중국 2자녀 시대 수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