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봄
문득 넘어지고 싶어 비틀거릴 때가 있다
저문 봄 푸른 가지 끝
그때 넘어지는 곳이 수렁이라도 괜찮다
돌아 나오는 다급한 발끝에
늘 당신을 두니까
권속, 어느 이름에 동명으로 깃든다는 것
그 이름 부르면 부를수록
내 안에서 산처럼 쌓인다
당신에게 봄
당신의 계절만 가득해서
저물고 저문 봄이더라도
야윈 영혼에는 그득해진다
오늘 하루도 다급한 말끝에
당신을 둔다
대장간의 성자
쇠붙이에서 돋은 파란 별들이
은하를 이룬다
물과 불을 불화시켜
물과 불을 화해시켜
단단한 쇠의 날을 세운다
강한 것을 연하게 하는 방법과
연한 끝에서 파랗게 서는 날은
다 물과 불의 일임을
대장장이는 알고 있다
몇십 년을 꽝꽝 맞아온
모루도 그와 같다
모루를 때리던 망치도 쇠도 닳았지만
여전히 남아서 지금도 매를 맞고 있다
오랜 매를 맞아온 모루의 처지는
어떤 성자와도 견줄 만하다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쇠로
쟁기와 칼을 만들었으니
아주 오래된 대장간에서
쇠가 말랑해지는 것 지켜보았다
카페 게시글
―···추천하는 시(동시)
이명덕 시집 <당신에게 봄> 대표시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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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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