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그 숲에는 신기루가 삽니다
우리는 야릇한 것을 숨기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우리도 신기루가 될 수 있습니까
종려나무는 구름을 부릅니다
잎도 꽃도 젖습니다
꽃잎을 따다가 몸을 헹굽니다
우리도 잎이 될 수 있습니까
음지식물이 바람에 걸려 음표가 피어납니다
숲은 불협화음으로 연주가 시작됩니다
비단뱀이 스산하게 기어오릅니다
우리는 까치발로 걷습니다
물방울이 늘어져 아칸서스잎에 달라붙어 중얼거립니다 신기루는 힘이 셉니다
숨은 잎들 앞에서 얇아졌습니다
초록은 언제나 초록입니까
새들은 종려나무 위에 앉습니다
구멍 뚫린 잎에 가느다란 빛이 들어옵니다
손을 뻗어 그 빛을 잡습니다
물고기가 손안에서 펄떡입니다
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까딱하면 건조해지기 쉬운 날들이 많습니다
가끔 당신을 부르면 폭우가 쏟아집니다
숲은 저녁이 들어와서 문을 닫습니다,,
내 귀에 꽂혀 있는 에어팟이 빠집니다
Lethe
카페가 나무와 섞여 있어요
나무는 새에게 빨려 들어가요
날개는 물결모양을 허공에 심고
허공은 나무에 부딪쳐 붉은빛이 흘러나와요
온통 붉은색이 되었어요
새는 나무보다 높아 덫에 걸린 듯 나뭇가지 위에 매달려 있어요
붉은색은 원래 다정한 쪽이어서 바라보다가
창문은 아라베스크무늬를 만들어 이야기가 자라고
계속 자라고 지붕위에서도 자라고
여백과 이야기는 은밀하게 찾아온 노을을 붉은 방에 구겨 넣어요
초승달도 붉은 방으로 느슨하게 들어가요
새들이 움직이면 붉은 것이 흩날려요 붉은 것은 어려워요
나뭇가지에서 초록이 태어나고 있어요 초록은 가끔 쉼표가 되지요
달빛에 그림자가 흔들려요 흔들린 것은 붉은색과 닮았어요
나무가 그림자 위를 밟고 지나가요 지난생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