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아버지는 날 48살에 낳으셨다. 당시 48살이면 할아버지도 되는 나이였었다.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가 나이 많으신 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우리 아버지 죽으면 난 뭘 먹고 사나?’ 그 땐 먹고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시절이었다. 그럴 때 외우던 주기도문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는 간절한 절실한 우리의 기도였었다. 그 때 우리는 난 모두가 다 노바디였었다.
2. 나라가 부자가 되었다. 그 바람에 나도 부자가 되었다. 벽에서 물 나오는 집에서 산다. 그것도 뜨거운 물 찬 물이 다 나오는. 에어컨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자가용도 있다. 전에는 어떻게 먹고 살까를 염려하며 살았는데 요즘은 뭘 먹으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산다.
3. 전엔 상고출신 상가점원 참 별 볼일 없는 노바디였는데 어느새 나도 썸바디가 되었다. 꽤 알려진 그리고 제법 영향력 있는 영감이 되었다.
4. 요즘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나의 기도는 형식적이다. 간절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
‘어디 가서 밥 세끼 못 먹으랴?’ 자신만만하다. 그런 나에게 그런 우리들에게 예수님이 기도를 가르쳐 주신다.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눅11:3)
그렇게 기도해야만 한다고 너는 그렇게 기도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라고 네 힘으로는 네 능력으로는 밥 세끼는 고사하고 밥 한끼도 먹을 수 없다고 그것을 깨달으라고 말씀하신다. 일용할 양식을 그것도 날마다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5. 내가 착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까불고 있었구나 사탄에게 속고 있었구나
벽에서 물 나오는 집에 살지만 모든 것이 넉넉하고 풍족한 세상에 살지만 일용할 양식이 냉장고에 가득가득 차 있는 집에 살고 있지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예수님이 새삼스럽게 가르쳐 주시는 기도하면서 살아야만 하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기도하면서 살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