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옥순
올해 집에서 아버지가 하늘로 올라가신지 벌써 3년이 넘어가는 해입니다. 아
버지는 살아계실 때 어머니하고 어떻게 해서든 4남매를 키우시려고 다친 두 다
리를 걸으시면서 까지 남의 땅을 빌려서 논농사, 밭농사로 평생 일만 하시고
병과 싸우시다 여든넷으로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만, 당신 몸보다 어머니와 자식을 위해 사셨다. 한 번 더 아버지 사랑
받고 안고 싶은 시간도 없이....... 아버지는 전라남도 무주출신이시며 고모랑
크면서 6,25를 겪은 뒤 어머니를 만나서 일찍이 언니를 낳고 집안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저를 서른일곱에 나을까말까 부모님이 불꽃이 튀기까지 한 집안에
서 얼마나 큰 걱정을 했는지……….
아버지께선 그래도 사는 걱정은 제쳐두고 귀한 딸이라 무지 사랑을 해주셨다
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엿을 두개만 사오면 저만 주시곤 했다고 어머니가 들
려주었습니다. 그러신 아버지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 철없는 저는 아버지를
어머니와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을 때, 아버지가 술 드시는 모습을 본 일,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살까’ 울면서 뛰쳐나가기 일쑤였던 기억, 나를 키워준
아버지인데도 그분의 마음을 믿기가 힘들었던 일, 어머니 또한 그렇게 울기만
하셨던 일들이 이런 일로 저는 부모님을 원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버진 그렇게 살았어도 자식들인 우리에게 사랑도 효도도 제대로 못
받고 가셨지만, 아버지가 없었다면 저 언니 오빠는 뭐먹고 자랐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보며 저는 깨달며 살고 있습니다. 큰
방만한 논뙈기 하나로 아버지는 논에서 집으로 오다가 다리에서 미끄러져 두
다리를 다쳐 철로 고정하고 수술을 거쳤지만 다른 한 쪽다리는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다리를 걷지 못하고 지팡이에 의지하며 아픈 다리 참으며 다시 논,
밭일을 시작하면서 우리들을 먹이고 키우셨던 아버지. 제가 17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아버지는 다친 다리(썩은 철 때문에 병이 더 깊어졌다.) 때문에
병원을 계속 다녀야 했고 농사가 워낙 어려운 일이라 끝난 후엔 꼭 막걸리로
아픈 다리와 힘든 걸 달랬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어린애가 된 듯이 장
난도 치시며 어머니와 농담도 하며 웃으셨던 모습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추석
명절인 3년째 되는 날 아버지성묘에 다 편지를 놓고 와서 이날 많이 울었던 일
이 생각납니다. 예전에 저는 아버지에게 농담으로 '100살 넘게 사셔야 되
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고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납니다. 우리보
다 왜 그렇게 술을 좋아하셨는지 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토록 이십년
넘게 미워하고 사랑해드리지 못했는지….
왜 아버지도 다른 사람 못지않게 어머니와 우리들과 여행도 다니시고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 없었을까? 아버지도 속으로 '나도 사람인데’ 라고
말했을 텐데...
아버지와 평생을 같이 사신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한테 시집 와서 환갑
을 넘게 아버지 마음과 맞춰가며 힘든 일들은 마음속에 꾹 감추면서까지 자식
들 뒷바라지로 많은 고생하셨습니다 못하신 일 못 다한 마음 평생 사시고 가
슴에 못 박힌 것처럼 떨쳐버리지 못하신 채 하늘로 올라가신 아버지. 어느 날
어머니와 나를 찾으시며 돌아가실 줄 아셨는지 하늘로 올라가시기가 겁이 나셨
는지 우리 손을 꽉 잡으시며 눈물만 흘리시고 말없이 바라만 보다 어머니만 두
고 하늘로 먼저 가신 아버지. 지금은 빈자리이지만 삼십이 되서도 철이 덜 든
막내딸이 드리고 싶은 말은 매질과 사랑으로 키워주셨던 아버지에게 말도 안
듣고 무지 미워했던 기억. 형제들이 질투할 만큼 눈감는 순간까지 여전히 막내
딸을 사랑해주신 그 마음은 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한 후회하는 마음으로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라도 하늘에 있는 아버지에게 사랑하고 감사드린다는 말로나마 전
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부모님에게 잘해드리라는 주위사람들의 말이 아버지
에 대한 편지 쓸 용기를 나게 합니다. 더욱더 어머니와 사람들에게 더 잘해드
리며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고 다음 성묘에 가면 아버지에게 이렇게나마 인사
를 드리려고 합니다. 추운 날씬데 목련공원의 묘에 계신 아버지는 잘 계셨으
면………….
어느덧 가을이 다가고 길거리의 나뭇잎이 쌓이는 소리가 겨울 소식을 알려줍
니다.
2004.18집
첫댓글 돌아가신지 오래 됐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회상하게 되는 글이라 좋았습니다.
가족을 많이 사랑하셨던 우리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철이 덜 든
막내딸이 드리고 싶은 말은 매질과 사랑으로 키워주셨던 아버지에게 말도 안
듣고 무지 미워했던 기억. 형제들이 질투할 만큼 눈감는 순간까지 여전히 막내
딸을 사랑해주신 그 마음은 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한 후회하는 마음으로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라도 하늘에 있는 아버지에게 사랑하고 감사드린다는 말로나마 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