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을 걷기
이번 겨울 들어서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늘의 날씨를 점검해
보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지난 12월 27일, 눈이 제일 처음 많이 오던 날
눈이 1cm정도 쌓일 것이라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2.5cm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기상청이 한 방이 아니라 여러 방 얻어맞았고 서울시의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웬걸! 한 술 더 떠
1월 4일 새벽부터 내리는 눈은 눈발이 굵어 하늘에서 목화솜을
잘게 뜯어내려 보내는 듯하다.
매일 낮이면 운동하러 가는 게 나의 일상인데
이 날은 직장인들이 새해 첫 출근 날이지만 월요일이기 때문에
우리 집의 차는 쉬는 날이고 방송에선 북악산길, 삼청동길,,,
그리고
내가 왕래하는 후암동길은 자동차통행이 금지된 곳이란다. 가장 추울 때 입을 수 있는 Silver fox Coat에다 털목도리로 목을 감고 귀까지 내려오는 털모자 그리고 우산을 쓰고,,, 택시가 있으면 좋고 버스라도 후암동시장까지만 가도 거기서 온 거리만큼만 더 걸어 갈 수만 있다면 한 번 가보리라 하고 일단 집을 나섰다. 그 때가 아침 11시 조금 지난 시각인데 아직 눈 치우는 사람들이 안 보이고 정말 눈이 발 등을 덮는다. 버스 정거장 앞에서 잠간 기다리니 버스가 왔는데 물어보니 시장 앞까지 못 간다고 한다. 그런데 눈이 우산 속으로도 들이치니까 눈 뜨기도 어렵게 만든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 TV나 보면서 오늘 날씨를 관망해 볼까? 대신 다니는 차가 별로 없으니 한 발 한 발 착실히 걸어가면 목적지에 당도하지 않을까? 하는 내기-근성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왕 운동하는 김에 이 또한 운동이라 생각하니 해 볼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옷이 든든하니까 몸은 안 추운데 장갑 낀 손의 손끝이 시리고 바람에 불려 들어온 눈이 목덜미를 차갑게 한다. 이 모는 것을 참아야지. 거기 도착하자마자 운동 보다 먼저 뜨거운 물속에 담가야지! 달리는 말이 이따가 먹을 당근을 눈앞에 그리며 이렇게 갈까? 얌전히 차근차근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거기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경, 얼마 안 걸린 셈이다. 그런데 탈의실에서 옷을 벗어보니 안에 입은 스웨터, 그리고 속옷이 땀에 많이 젖어 있었다. 이 또한 반가운 현상이 아닌가. 이 추운 겨울에 난 땀은 나의 체중을 얼마나 내리게 했는지, 흡족하다. 이날 Health Center에서 하는 운동은 평소대로이었지만 반 야외 공 연습장에선 눈이 계속 쌓여 공을 치지 못했다. 이날 적설량이 무려 27cm 그런데 가만 있자! 갑자기 나의 지갑에 있는 이 호텔 1일 숙박권이 생각나 오늘 밤 집에 가느라 애쓸 필요 없이 여기 하루 묵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전화하면서 밤에 올 때 내가 내일 아침에 먹을 약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가 오늘밤에 어떤 방법으로 여기에 올 까 마음속으로 그려 보면서! 다음날 아침엔 밖에 나갈 필요 없이 운동과 목욕을 잘 하고 집에 왔다. 오뉴월 개 팔자에다 비교할쏘냐?
오늘 아침-1월 6일은 아침기온이 -13도, 낮 기온이 -7도 야채 값이 대략 5-10배로 올라 야단이라고 한다. 요즘엔 골목골목 다니던 야채장사도 안 보인다. 그러나 콩나물과 두부는 가격변동 없이 살 수 있어 김치 맛이 좋은 우리 집에선 김치찌게, 콩나물-김치 국, 콩나물-새우젖국 등으로 우선 며칠 살아갈 수 있다. 다음 주에도 눈이 온다는데 얼마나 올까?
오늘 아침 영자 신문에 제가 평소 즐겨읽는 오영진씨의 Column; Walk in a Snowstorm을 읽으면서 나처럼 걸어서 목적지에 당도한 기분을 잘 그려서 쓴 Essay를 여러분들도 보셨으면 해서 첨부문서로 올립니다. |
첫댓글 이 날 Health Center의 정회원은 몇사람 안 보이고 Sauna 실은 그야말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나의 독무대
아름다운 수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오영진씨 글도. 후암동시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일본식 이층집에서 군의관제대말년쯤에 제가 처가살이를 했었지요.군사형명직후 윤보선대통령이 이집의 이층방에 며칠간 피신도 했었지요.그 아랬집은 자유당시절 내무부장관"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던 이익흥씨가 살고 있었고.. 지금은 그 집들이 다 헐리고 다세대주택이 되었더군요.봄에 아름다운 목련화가 뒤뜰에 피곤했는데..지난해 가보니 그 후암동시장 길이 아주 좁아보이던데 눈을 어떻게들 치우는지?,미국같으면 트럭이 확 밀고가는데. 그러나 가끔 눈이 오면 신나는 일이지요.하늘이 주시는 축복일수도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40년 전후의 후암동시장길을 마치 향토사학자가 구수하게 일러주듯이 잘 적어주셨습니다.
눈 온 다음엔 각 상점마다 비로 눈을 쓸어 도로로 내려 보냈고 염화칼시엄이 많이
섞여 까만 눈으로 변 한 것을 paw crane, Truck이 다니며 실어 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