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염에 좋은 자운영
자운영, 수영, 냉이, 토끼풀 같은 것들이 녹색 융단인 양 땅을 덮었다. 다른 곳은 한겨울이지만 이 곳은 봄처럼 느껴진다. 땅바닥을 덮고 있는 작은 풀들이 마치 잘 다듬어 놓은 잔디밭을 보는 것 같다.
봄철이면 자운영이 늪 주변의 넓은 풀밭을 온통 홍자색 꽃 융단으로 뒤덮을 것이다. 자운영은 중국에서 들여온 콩과에 딸린 두해살이풀이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여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는 까닭에 녹비작물로 들여와 재배하던 것이 우리나라 각지에 널리 퍼졌다. 가을에 씨앗을 뿌리면 싹이 터서 땅바닥에 달라붙어서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봄에 왕성하게 자라면 이를 갈아엎고 모내기를 했다. 모내기 전에 넓은 논에 일제히 핀 홍자색 꽃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지금은 거의 재배하지 않으나 논두렁이나 길가, 늪지 주변, 호수 주변 같은 곳에 자생상태로 널리 퍼져 있다. <사진> 인후염에 좋은 자운영
줄기는 10~30cm로 가지를 많이 치며 땅 위를 기거나 비스듬히 선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는 2~5cm이고 9~11개로 이어지는 홀수의 깃꼴겹잎인데, 작은 잎은 타원꼴로 길이 1cm쯤이다. 4~5월에 긴 꽃대가 나와서 5~10개의 나비꼴꽃이 두상으로 모여서 핀다.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에서만 자란다.
자운영은 훌륭한 약초이기도 하거니와 맛있는 나물이 될 수 있다. 날것으로나 살짝 데친 다음 참기름으로 무쳐서 먹으면 맛도 괜찮고,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갖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잘 활용하면 겨울 채소로 인기를 끌 수 있겠다.
자운영을 한자로는 홍화채(紅花菜)라고 쓴다. 잎을 씹어보면 단맛과 약간 비릿한 맛, 매운 맛, 떫은맛이 섞여 있다. 성질은 평하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삭이고 출혈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눈을 밝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신경통과 눈이 빨갛게 충혈된 것을 낫게 한다.
대상포진이나 종기, 악창, 갖가지 피부염, 외상으로 인한 출혈 등에는 짓찧어서 즙을 내어 바르면 효험이 있고, 치질로 인한 출혈이나 잇몸에서 피가 날 때에는 생즙을 내거나 생것 30~50g을 물로 달여서 한 번에 50㎖씩 하루 3~5번 마시면 출혈이 멎는다.
인후염에는 자운영과 은행열매를 그늘에서 잘 말려서 각각 같은 양으로 곱게 가루내어 거기에 용뇌를 약간 넣은 다음 이 가루를 종이대롱 같은 것으로 목 안에 불어넣는다. 인후염이 심하지 않다면 아마 3~5번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치질에도 쓸 수 있는데 숫치질에는 자운영을 즙을 내어 바르고 암치질에는 하루 40g씩을 물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기침이나 가래에는 자운영을 생즙을 내어 마시거나 그늘에서 말린 것 40g쯤을 흑설탕을 약간 넣고 달여서 마신다.
초 여름철에 꼬투리모양의 열매가 달려서 그 속에 납작한 콩팥모양의 윤이 반짝반짝 나고 연한 갈색의 씨앗이 익는다. 이 씨앗을 자운영자(紫雲英子)라고 하여 결명자와 마찬가지로 눈을 밝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약으로 쓴다. 자운영 씨앗은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간의 열을 내리며 충혈된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하루 5~10g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가루내어 복용한다.
간을 튼튼하게 하는 냉이
넓은 풀밭 군데군데에 냉이가 일부러 심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깔렸다. 몇 개 뿌리를 캐어 먹어 보니 향긋한 단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우리 겨레와 가장 친근한 풀의 하나인 냉이 역시 본디부터 이 땅에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식물이다. 나생이, 나승구, 나잉개, 계심채, 정장채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제채(薺菜)로 쓴다. 냉이는 온 세계에 널리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본디는 유럽에서 자라던 것이 농경활동에 따라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한다.
냉이는 흔한 봄나물로만 여기고 약초로는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기 쉽지만 냉이만큼 뛰어난 약성을 지닌 식물도 흔치 않다. 냉이는 간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기운을 나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출혈을 멎게 하는데 매우 좋은 효력이 있는 약초이다.
이른 봄철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밥맛이 없을 때 냉이를 잘게 썰어서 죽에 넣어 끓여 먹으면 곧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냉이에는 단백질, 비타민, 회분, 섬유질, 탄수화물, 칼슘, 인 등의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채취한 냉이
냉이를 한의학에서는 이질이나 설사, 출혈을 멎게 하는 약으로 많이 쓴다. 자궁출혈이나 토혈,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 치질로 인한 출혈 등에는 냉이 80~100g을 물로 달여서 마시거나 약성이 남게 검게 태워서 먹으면 효험이 있다.
냉이는 눈을 밝게 하는데 매우 좋다. 줄기와 뿌리를 달여서 차 마시듯이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익상취편이라고 하여 눈꼬리 부분에 군살이 생겨나서 자라는 데에는 냉이를 곱게 가루내어 눈에 넣는다. 눈이 까칠하고 통증이 약간 생기지만 며칠 지나면 통증이 없어지고 군살이 삭아 없어진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아프며 꺼칠꺼칠한 느낌이 들 때에는 냉이를 짓찧은 다음 곱게 걸러서 눈에 한 방울씩 넣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우유빛처럼 하얗게 나올 때에는 냉이 600g을 물로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2~3개월 복용한다. 대개 일주일쯤 지나면 오줌빛깔이 맑아지기 시작하여 한두 달이면 치유가 가능하다.
글ㆍ사진 /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장
좋은 자료라 퍼 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