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잘 가라 치사한 새끼</p><p>송영숙</p><p> </p><p>어젯밤 내 집 앞에</p><p>한 자루 오래된 사과를 두고 가신 이는</p><p>설마 당신</p><p>그것도 사과라고 단내를 풍기십니까</p><p> </p><p>올 농사는 괜찮을 것 같사옵니다</p><p>그만 주세요 이제 좀 살 만합니다</p><p> </p><p>뜻을 이룬 자는 떠난다 하셨지요</p><p>옳습니다 지당하신 말씀</p><p>쟁여놓은 슬픔 넘쳐흐르던 하필 그날이었죠</p><p>얻어먹은 밥이 모래알이더군요</p><p> </p><p>당신은 무릇 반가<span data-ke-size="size14">半跏</span>로 사유<span data-ke-size="size14">思惟</span>하고 있었으나</p><p>속을 알 수 없었고</p><p> </p><p>치사한 새끼 넌 아웃이야 말로는 못하고</p><p> </p><p>사과는 우리 오래 사랑한 값으로 여기시라</p><p>저는 그걸 말이라고 뱉어놓기는 했지만</p><p>못 먹는 것 말고 다 먹던 시절은 갔습니다</p><p> </p><p>안녕 땡큐 쏘 머치</p><p>----송영숙 시집 {남자들이여 출산하라}(근간)에서</p>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