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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님의 통역 덕분에 속도감 있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마지막 질문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제가 보기에 여러분들은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챙길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즉, 지혜롭지 못합니다. 괴로워한다고 해서 무엇이 해결이 됩니까. 괴로워하는 것은 감정 낭비일 뿐입니다. 넘어졌을 때는 앉아서 울어야 합니까, 일어나야 합니까? 앉아서 우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일어나서 걸어야 합니다. 또 넘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많이 넘어졌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계속 일어나서 앞으로 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적지에 도달해서 되돌아보면 한 번도 안 넘어지나, 열 번 넘어지나, 백 번 넘어지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내가 여기에 왔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친 것은 아무런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지금 살아있다면 나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하게 살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를 바랍니다.”
저녁 8시 30분에 강연을 마쳤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강연이 어땠는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어떠셨어요?”
“Some things were easy to understand, and some were difficult.”
(잘 이해되는 것도 있었고, 어려운 것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들으러 오세요.”
"Yes. Okay."
(네. 그럴게요.)
스님은 알콜 중독에 대해 질문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았지만 이미 강연장을 떠난 후였습니다. 남북 관계에 대해 질문한 청년은 스님에게 강의를 아주 잘 들었다며 인사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영어 통역 강연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이경미 님 댁으로 출발했습니다.
생방송을 시작하기 1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빠르게 방송 장비를 세팅한 후 현지 시간으로 밤 9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10시였습니다.
먼저 스님이 한국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 동부지역에 있는 보스턴에 와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은 부탄을 답사하는 중이라서 법회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뉴욕에 도착하여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강연이 있었는데요. 이스라엘의 가자 지역 폭격 때문에 대학마다 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경찰들은 그걸 막느라 학교가 어수선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많은 분이 참석해서 즉문즉설 강연을 무사히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뉴욕을 출발해서 보스턴에 도착했습니다. 교회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마치자마자 수행법회 시간에 맞춰서 가까이에 있는 정토회 회원의 집으로 이동하여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자들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하고 나니 약속한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는 부탄에 가서 부탄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진행할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서 협약식을 한 게 아니고 1년 동안 시범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협약식을 진행했습니다. 시범사업을 해나가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조사하고 점검한 후 올해 하반기에 5년간의 협약을 정식으로 체결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법문이 끝나면 지난주에 부탄을 답사하고 온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스님이 답사를 했으면 됐지 왜 우리한테 그 모습을 보여주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문제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문제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정토회의 설립 취지 중에 첫 번째가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며, 세 번째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정토회의 설립 취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환경 문제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문제가 이 프로젝트 속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관점을 갖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다 보면 소비를 부추기는 일을 할 수도 있고, 또 환경 문제를 너무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부탄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다 보니까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또 농민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다 보면 개발 위주로 흘러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문제들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중도적으로 해결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영상을 함께 보면서 여러분들도 그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그러니 이 영상 자체가 사실은 법문입니다. ‘나하고 관계없다’ 이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잘 보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서둘러 장비를 철수하고 이동할 채비를 했습니다.
“스님, 물이라도 한 잔 드시고 가시지요.”
“괜찮습니다. 갈 길이 멀어요.”
스님은 물도 마시지 않고 오늘 강연 총괄을 하고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 준 이경미, 리 애커슨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차를 타고 밤 10시 10분에 다시 뉴욕으로 출발했습니다. 곧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에 탄 스님은 저녁 식사로 봉사자들이 싼 김밥을 한 줄 먹었습니다. 그리고 곧 여러 서류를 검토한 후에 단잠에 들었습니다.
차에서 푹 자고 나니 다시 뉴욕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훨씬 이른 새벽 2시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장거리 운전을 해준 김명호 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밤새 운전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요.”
오늘은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은 미국 뉴저지에서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