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曹操)의 서주(徐州) 정벌(征伐) -
의맹서(義盟書)에 서명(署名)한 동승(董承)을 비롯한 무리를 주살(誅殺)함으로써 일단 측근에 있던 자들의 피의 숙청(肅淸)을 끝낸 조조(曹操)는 모사(謀士) 순욱(荀彧)과 정욱(程昱)을 불러 물었다.
"아직도 처치(處置)하지 못한 인물(人物)들은 어찌했으면 좋겠나?
그러자 순욱(荀彧)이 대답한다.
"서량(西凉)의 마등(馬騰)과 서주(徐州) 유비(劉備) 말씀입니까?"
"그렇소! 그들도 동승(董承)과 의결(議結)하여 나를 없애려는 반심(叛心)을 품지 않았는가?"
"물론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方法)으로 놈들을 없애는 것이 좋겠는가?"
"마등(馬騰)은 서량(西凉)에 있으니 그를 간단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사람을 보내 그의 환심 (歡心)을 사두었다가 적당(適當)한 기회(機會)에 허도(許都)로 불러들여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유비(劉備)의 군사(軍事)는 병력(兵力)의 수(數)로 보아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관우(關羽)를 비롯해 장비(張飛)와 조자룡(趙子龍) 등(等)의 걸출(傑出)한 장수(將帥)들이 건재(健在)하므로 쉽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므로 당분간(當分間)은 은인자중(隱忍自重) 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순욱(荀彧)은 조조(曹操)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이렇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렇게 하나하나 염려(念慮)와 걱정을 앞세우다가는 무슨 큰일을 하겠는가?" 조조(曹操)가 불만(不滿)이 가득한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욱(程昱)이,
"하북(河北)에 원소(袁紹)만 없다면 별로 걱정할 바가 아니지만 원소(袁紹)가 지금 관도(官渡)에 대군(大軍)을 집결(集結)시켜 놓고 호시탐탐(虎視眈眈) 기회(機會)를 노리고 있으니 우리가 서주(徐州)의 유비(劉備)를 치기 위해 연주(兗州)를 비우는 것은 매우 위(危險)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의 대꾸로 그의 속 마음을 알아차린 순욱(荀彧)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정욱(程昱)을 향하여,
"주공(主公)께서 기어이 유비(劉備)에게 응징(膺懲)을 하신다면 사실(事實) 원소(袁紹)의 문제는 그리 큰일이 아니오. 원소(袁紹)는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자라 겁(怯도) 많고 욕심(欲心도 많지요. 그래서 5할, 7할의 승률(勝率)에도 전쟁(戰爭)을 하지 않으려 하고 완벽(完璧)한 승률이어야 죽어라 싸우는 자요. 전시(戰時)란 수시(隨時)로 돌변(突變)하는데 완벽한 승률이라니?... 우리가 서주(徐州를) 공격(攻擊)하여 열흘 내에 서주성(徐州城)을 함락(陷落)시킬 수만 있다면 원소(袁紹)는 감히 나서지도 못할 것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정욱(程昱)이,
"매우 송구(悚懼)스럽지만 견고(堅固)하기 이를 데 없는 서주성(徐州城)을 과연(果然) 열흘 만에 함락(陷落)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욱(荀彧)이,
"불가능(不可能)할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程昱)이 재차(再次) 물었다.
"선생(先生)의 말씀대로 원소(袁紹)가 우유부단(優柔不斷)한 것은 사실(事實)이지만 그의 측근(側近)에는 허유(許攸)와 전풍(田豊) 등 지략가(智略家)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소(袁紹)에게 연주(兗州) 공격(攻擊을) 주청(奏請)하지 않겠습니까?"
정욱(程昱)의 물음에 순욱(荀彧)이,
"그거야 연주성(兗州城)을 지켜주는 장군(將軍)들과 병사(兵士)들이 어떻게 대처(對處)하며 버티느냐에 달려있지 않겠소? 서주성(徐州城)이 함락(陷落)될 때까지만 버텨준다면 우린 남북으로 공격하여 쌍방(雙方)에서 승리(勝利)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程昱)이,
"선생! 만약 서주성(徐州城)을 함락(陷落)시키지 못하면 우린 물러날 곳도 없이 위험(危險)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니,
순욱(荀彧)이,
"용병(勇兵)은 본래(本來) 위험(危險)을 수반(隨伴)한 모험(冒險)이니 시도(試圖)하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가 있고 그런 모험을 감행(敢行)하지 않고서는 진정(眞情)한 승리(勝利)도 없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지금 서주(徐州)의 공격(攻擊)을 미루었다가 차후(此後)에 다시 서주(徐州)를 공격한다면 유비(劉備)가 허창(許昌)을 습격(襲擊)할 텐데 그때의 위험(危險)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 간의 논쟁(論爭)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조조(曹操)가 입을 열어 말한다.
"정욱(程昱)은 지략(智略)이 있고, 순욱(荀彧)은 견문(見聞)이 넓어! 두 사람의 가르침을 잘 들었네 알고들 있는가? 예전에 원소(袁紹)가 십팔 제후(十八 諸侯)들의 맹주(盟主)일 때, 내가 정면 공격(正面攻擊)을 주장(主張)했지만 동탁(董卓)의 세력(勢力)에 벌벌 떨며 공격(攻擊) 시기(時期)를 늦췄다네 그래서 내가 선봉(先鋒)에 나서서 죽어라 싸웠지만, 후군(後軍)이 따라주질 않아서 내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지, 그런 것을 종합(綜合해) 보면 원소(袁紹)는 병사(兵士)만 많이 가지고 있지, 뱃속은 졸장부(拙丈夫)요! 그에 비하면 유비(劉備)는 군사(軍事)는 적어도 워낙 인걸(人傑) 이어서 지금 쳐 없애지 않으면 날이 갈수록 골칫덩이가 될 것이네, 그러니 원소(袁紹)가 염려(念慮)되어 늦출 수는 없는 일이지. 결심(決心)했으니 두 말들 말게! 이십만 대군(二十萬 大軍)으로 서주성(徐州城)을 공격(攻擊)하겠네!" 하고, 단호(斷乎)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주공(主公)의 명(命)를 받들겠습니다."
순욱(荀彧)과 정욱(程昱)은 조조(曹操)를 향하여 두 손을 읍(揖)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리하여 수일간(數日間)의 준비(準備) 끝에 조조(曹操)의 이십만(二十萬) 대군(大軍)이 연주성(兗州城)을 출발하여 유비(劉備)가 장악(掌握)하고 있는 서주 정벌(徐州征伐)에 나섰다.
조조(曹操)가 이십만(二十萬) 대군(大軍)을 이끌고 서주(徐州) 정벌(征伐) 길에 올랐다는 소식(消息)이 서주(徐州)에 들어왔다.
유비(劉備)는 그 사실을 하비성(下邳城)을 지키고 있는 관우(關羽)에게 알리고 조조군(曹操軍)의 공격(攻擊)에 대비(對備)한 만반(萬般)의 방어태세 (防禦態勢)를 갖추게 하였다.
그리고 장비(張飛), 조자룡(趙子龍)과 함께 서주성(徐州城) 성루(城樓)에서 출정식(出征式)을 겸한 하늘에 제(祭)를 올렸다.
유비가 제문(祭文)을 읽는다.
"신(臣) 유비(劉備)가 피눈물로 하늘과 역대(歷代) 제왕(帝王)께 제(祭)를 올립니다. 조정(朝廷)의 불행(不幸)으로 역적(逆賊)들이 활개치고, 귀비(貴妃)께서 역적에게 참혹(慘酷)하게 당(當)시고, 충신(忠臣)들도 연이어 죽임 당했는데도, 신(臣)은 나라 재건(再建)도 못하고 역적(逆賊)도 제거(除去)하지 못해, 고통(苦痛) 속에 애간장이 타옵니다. 이에 하늘에 제(祭)를 올리오니, 천지신명(天地神明)과 역대(歷代) 제왕(帝王)께서는 역적(逆賊) 조조(曹操)를 멸(滅)할 수 있는 힘과 지례(智慧)를 제게 주시옵소서.>
제문(祭文)을 읽은 유비(劉備), 장비(張飛), 조자룡(趙子龍)이 삼배(三拜)를 하고 일어서자 자룡(子龍)이 성(城) 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주공(主公)! 조조군(曹操軍)이 옵니다."
그 소리에 유비(劉備)와 장비(張飛)가 성(城) 밖을 바라보니 과연(果然) 조조(曹操)의 대군(大軍)이 질서정연(秩序整然)하게 성(城)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비(劉備)가 측근(側近)에 대기(待機)하고 있던 미방(靡芳)을 부른다.
"미방(靡芳)!"
"네!"
"준비(準備)되었는가?"
"분부(分付)만 내리십시오!"
"그래, 지난번에 역적(逆賊) 조조(曹操)를 협공(挾攻)하자고 원소(袁紹)에게 밀지(密旨)를 보냈으니 지금쯤 원소(袁紹)의 대군도 지척(咫尺)에 왔을 거네 자네는 원소(袁紹) 진영에 들어가면 먼저 허유(許攸)부터 만나게 허유는 원소(袁紹)가 믿는 중요(重要)한 인물(人物)이야. 허유(許攸)에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고하고 그의 지지(支持)를 얻으면 원소(袁紹)를 만나게. 그래야 원소의 확신(確信)이 커질 것이야."
"알겠습니다!" 미방(靡芳)은 유비(劉備)의 밀명(密命)을 띠고 원소(袁紹)의 진영(陣營)으로 달려갔다.
그런 뒤에 유비(劉備)는,
"하비성(下邳城)에 있는 둘째에게는 조조(曹操)의 침공(侵攻)을 알렸으니 어련히 알아서 준비하겠지.. 이젠 우리들이 조조(曹操)에게 맞설 준비를 해야 하네, 셋째, 자룡(子龍), 당부한 대로 군사들을 준비하게!"
"옛 !"
"옛 !"
장비(張飛)와 조자룡(趙子龍)은 즉각(卽刻) 자기 자리로 돌아가 전투(戰鬪) 태세(態勢)에 돌입(突入)하였다.
유비(劉備)와 조자룡(趙子龍)이 성문(城門) 밖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
잠시 후, 서주성(徐州城)을 에워싼 조조(曹操)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바로 그때, 서주성문(徐州城門)이 열리며 유비(劉備)와 조자룡(趙子龍)이 말을 타고 천천히 조조(曹操)가 타고 있는 전투(戰鬪) 마차(馬車) 앞으로 다가왔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對話)할 수 있는 거리로 접근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말을 멈추고, 조조(曹操)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비(劉備)! 내 손바닥 아래 놀던 놈이 내 잠시 소홀(疏忽)한 틈에 서주(徐州)를 삼켜구나." 하고, 호령하였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대꾸한다.
"조조(曹操)! 승상(丞相)이란 자가 역적(逆賊) 짓을 하다니!... 나와 천하의 영웅(英雄)들은 역적 조조(曹操)를 죽인다 맹세(盟誓)했네."
"그래? 그러나 나를 죽이려는 자는 많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모두 다 무덤으로 갔지. 넌 내 적수(敵手)가 못되니 어서 성(城)을 내놓게. 그러면 부추 길러 먹을 땅뙈기는 조금 떼어 주겠네. 만약 대항(對抗)한다면 내 병사들이 자네 군사들은 씨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야."
"그럼 어디 해보게. 내 병사들은 적어도 다들 뛰어나니, 자네 병사는 많아도 우리한테 당하지 못할 것이네."
"어찌 그리 자신 하누?"
"원소(袁紹)의 대군이 그대 뒤를 기습(奇襲)하여 며칠 뒤에는 허창(許昌)을 함락(陷落)할 텐데 그러면 그대는 갈 곳이 없을 테니 어디 묻히겠는가?"
"원소(袁紹)를 과대평가(過大評價)하는구먼 과연 그렇게 될까, 엉?"
"아니, 그대를 과대평가(過大評價)했었지, 그대가 아무리 지독(至毒)해도 사람인 줄 알았는데 회임(懷妊) 중인 귀비(貴妃)까지 목 졸라 죽이고, 자기 딸년을 황후(皇后)로 봉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짓 아니던가?"
"정녕(丁寧) 싸우겠다는 건가?"
"죽는 날까지 싸울 거요."
"좋다!"
말을 끝낸 조조(曹操)가 손짓을 하자, 조조가 탄 전투(戰鬪) 마차(馬車) 병사들이 마차를 자기 진영(陣營)으로 돌렸다.
유비(劉備)와 조자룡(趙子龍)도 그 자리에서 말을 돌려 성안으로 다시 돌아와 본격적(本格的)인 전쟁(戰爭) 준비(準備)에 들어갔다.
삼국지 -- 118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