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생활>을 쓴 헨리 소로우의 글을 다시 읽어본다.
나는 고독보다 더 사귀기 좋은 친구를 발견한 적이 없다. 우리는 대개 자신의 방에 파묻혀 있을 때보다도 밖에 나가 사람들 틈에 묻혀 있을 때 더 고독해진다...고독은 자신과 친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공간의 마일 수에 의해 계산되어 지는 것이 아니다... 사교는 너무 값이 싸다. 우리는 서로 자주 만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만난다... 내 집에는 의자가 세 개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고, 셋째 것은 사교를 위한 것이다.
...한 사람이 민감하게 깨어 있음으로 하여 많은 이를 유익하게 할 수 있듯이, 한 사람이 부주의하거나 깨어있지 못하므로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할 수 있음을 자주 보게 된다. 세상에서도, 수도원 안에서도 자기 임무에 충실히 깨어 있기 위해서는 이기적이며 옹졸한 사심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도 잠시 잊고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심을 줄여가는 좋은 방법이다.
...누구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결국은 이렇듯 나 자신만 챙겼음을 다시 알았을 때 나는 참 외롭다. 많은 이유로 아프고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 곁을 몸으로 뿐 아니라 마음으로 비켜가는 나 자신을 다시 발견했을때, 나는 참 부끄럽다. '아무래도 나는 가망이 없구나' 한숨을 쉬며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다는 슬픈 결심을 해본다. 지키지도 못할...
...아침에 일어나서 신발을 신으려고 현관에 나가면 누군가 어느새 내가 신는 쪽으로 가지런히 돌려놓은 정성에 고마움을 느끼며 나도 다른 이의 신발을 돌려 놓게 된다.
따듯이 안아줄 줄 안다. 내 발을
너는 보잘것도 없이
추운 뜨락에서 잠들지만
나의 무딘 발이 네게로 불쑥 찾아들었을 땐
너는 어김없이 그랬다
어머니가 안아주시듯
그렇게 내 발을 포옥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