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아는게 약(18)유기농업의 고초<하>마을 분위기에 맞춰가는 지혜도 필요
평생 농사지은 농민에겐 생소할 수 있는 유기농업
관행농법 이해하면서 유연한 자세로 대처를
상편에서는 초보 귀농인들이 유기농업을 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그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낸 사례들을 살펴본다.
성실하며 심성도 착하고 손기술도 좋아 주민들의 인기를 얻은 초보 귀농인이 있었다. 하지만 동네 할머니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딱 한가지 있었다. 바로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이었다. 함께 사니까 농사도 자신들 식으로 지으면 좋으련만 자신들의 조언이 먹혀들지 않으니 자꾸 간섭을 했다. 그 귀농인은 할머니들이 오가며 던지는 “약 치라”는 소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마침내 귀농인은 일부러 보란 듯이 할머니들이 일하러 나가는 이른 새벽에 물을 가득 채운 농약통을 지고 농작물에 농약을 뿌리는 시늉을 했다.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해했고 그 후에는 더이상 “약 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한가지 방법이 더 있었다. 자신의 집 현관 앞에 작은 선반을 만들어 그 안에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사탕과 믹스커피·음료들을 가득 사다넣었다. 그러고는 집에 들른 할머니들에게 하나씩 손에 쥐어드렸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결국 주민들의 마음을 연 계기가 됐고, 이장 소개로 유기농으로 농사짓기 적합한 땅까지 얻을 수 있었다.
약을 치라거나 비료를 주라는 주민들의 잔소리를 들으면 어떤 귀농인은 그동안 도시에서 배웠던 지식들을 동원해 일장 연설을 하기도 한다. 농약을 치면 몸에 해롭다거나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땅을 소중히 가꿔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평생 농사지은 주민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격이다. 초보 농사꾼이 하기에는 적절한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럴 때는 차라리 ‘우리 아이가 아토피’라거나 ‘건강이 안 좋다’고 둘러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결국 귀농 초기에는 주민들의 방식에 맞춰나가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을에 들어가 주민들과 비교적 관계를 잘 맺고 지내는 젊은 귀농인 부부 사례도 있다. 이 부부가 어린 아기를 데리고 귀농한 덕분에 마을에서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유기농을 한다고 젊은 엄마가 아기를 등에 업고 풀을 매고 있으니 지나가는 주민에게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안쓰럽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열심히 살려고 하니 도와주고도 싶었을 것이다. 부부가 없는 틈에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돕는답시고 부부의 밭에 농약을 뿌리고 밭에 비닐멀칭도 했다. 부부가 다음 날 비닐멀칭이 돼 있고 제초제에 죽은 풀들을 발견하고 놀라서 당황할 때였다. 주민들이 옆에서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부부는 마을 분위기에 맞춰 관행농법을 적절히 병행했다. 그렇게 주민과 부부가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기간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지금은 유기농업으로 조금씩 전환을 해나가는 중이다. 부부가 참 유연하게 대처해나간 경우다.
유기농업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라 판로가 없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농사를 짓지만 소량으로 나오는 만큼 어느 한 작물로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 ‘꾸러미’가 정착된 듯하다. 소농들이 자구책으로 도시 소비자들에게 여러 농산물을 보내고 일정 금액을 받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엔 귀농인들끼리 모여서 혹은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젠 유기농업에 관한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가 지혜가 돼 유기농업으로 정착해가는 귀농인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호진<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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