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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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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6시다
참고 참던 소변을 보고 왔다
앞으로는 정말 커피를 안 마셔야지...
어제 아침 바올라가 나를 위해서 준비해 준 커피를 고마워서 마시고
또 누리아(호스피탈리오) 언니가 커피 서비스를 하겠다고 해서
호의를 거절 못해서 마시고 해서 두잔을 마셨더니 밤새 잠이 안 와서 꼴딱 새웠다
어제밤 이야기...
나이 오십이 넘어서 별별 경험을 다 해보네^^
"코카"에서는 귀곡산장같은 알베르게에서 도저히 잘 수가 없어서 팬션으로 옮기고
"비예구이요" 알베르게는 창문에 커텐도 덧문도 없어서 누가 안을 들여다 볼까봐 밤새 불도 켜지못하고 보냈는데
이곳 "알카사렌"에서는 대문에서 마당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페가처럼 보였지만 실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건 또 웬일!!! 덧문을 닫고 불을꺼니 칠흙같은 어둠이라더니...너무 어두워서 등골이 오싹하다
바에서 9시 넘어서 돌아와 일기쓰고 11시가 넘어서 잘려고 누웠는데 잠은 안오고 눈은 더 말똥말똥하다
그래서 방과 복도에 불을 켜놓고... 잠금장치가 망가진 방문 앞에는 의자위에 배낭을 얹어서 막아놓고...
대걸레 막대기가 있길래 옆에 세워놓고...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곳은 아직도 아날로그시대이다 알베르게가 성당 바로 옆에 있어서
매 시간마다 교회 종탑에서 땡땡 현재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친다
교회가 몇군데 있는데 디지탈처럼 정확하지가 않고 각각 몇 분씩 다르다 보니까
한 곳에서 땡땡 치고 난뒤 2~3분 간격으로 돌아 가면서 땡땡하고 종을치니 안그래도 잠이 안오는데 진짜 미치겠다
어릴 때 많이 들었던 무서운 옛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계바늘이 12시를 가리키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아닌걸 알면서도 무서운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정말 무섭다
12시의 성당 종소리를 안들을려고 두 손으로 귀를 꼭 막았다
그러다가 어떻게 깜빡 잠이 들었는지 12시 종치는 소리는 못들었다
잠이깼다 일부러 시계를 안 봤다
잠이 깨서 안 자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어릴 때처럼 더 무서운 생각이 상상이 되어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책 내용이 재미가 있다
열다섯살 된 남자아이가 사춘기 때 쓴 일기형식의 성장기 이야기이다
보다가 눈이 감기길래 책을 제자리에 놓으면 잠이 또 깰까봐 배위에 그대로 놓고 그냥잤다
또 잠이깼다...에휴, 이러기를 계속 반복하면서 성당에서 여섯시 종이치기를 기다렸다
어린시절 푸세식 화장실이 집 밖에 있어서 무서워서 화장실을 못 가고
소변을 참고 밤을 새 본적이 아스라히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겁이 많은 눈이 큰 아이였다
귀신이야기를 들은 날 밤에는 자다가 잠꼬대를 하면서 가위에 자주 눌렸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재미있다는 전설의 고향은 절대로 안 봤다
지금도 한여름에 TV에서 가끔하는 등골이 서늘한 공포영화나 피를 흘리는 잔인한 영화는 안본다
어쨌던 아침이 왔다
날이 밝으니 간 밤에 무서워서 오무리고 밤을 거의 새다시피한 50대 중반의 내가 좀 웃긴다
타임머신을 타고 아주 옛날, 어린시절을 돌아갔다 온 것같아서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비가온다
오늘은 며칠만에 30km이상을 걸어야한다 일찍 나서야지...
이 곳의 날씨는 해, 비, 구름으로 거의 매일 반복된다
7시에 알베르게를 나서서 가는 길에 바의 창 덧문 아래 알베르게 키를 넣어 놓았다
새벽에는 비가 많이 오더니 지금은 서쪽하늘이 조금 개인다
늘 아침에는 흐렸다가 비가 오다가 해가 났다가 하니까 날씨에 신경을 안 쓴다
이틀을 쉬었더니만 발걸음도 가볍고 아침 공기도 상쾌하고 싱그럽다
7시이면은 이른 시간이라 골목에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이곳 건축양식은 담이높고 대문이 성문처럼 생겨서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가없다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서 한참을 가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다란 거름 무더기가 보인다
비가 온 뒤라 자연의 향기(소의 분뇨)가 코를 찌른다 이 얼마만에 맡아보는 고향 냄새인가!!!
한 시간 쯤 걸었나...
길 양옆으로 한쪽으로는 샛노란 유채꽃밭,
다른 한쪽은 새빨간 양귀비 꽃밭이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천국이 또 있을까!!!
삼십분 정도 지나니까 이제는 소나무 숲 길이다
그런데 이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잔뜩 구름이 끼어서 어두컴컴하고
게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는 소나무숲 길을 걸어니 등골이 좀 오싹하다
어제밤 기억도나고...오늘따라 산토끼는 또 왜 이리도 많은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분위기가 음산하지 않으면 귀엽고 예쁜 토끼를 쫓아서 사진이라도 찍어볼텐데...
가끔 내 발자욱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다 보고 확인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를 맞으면서 진짜 비맞은 중처럼 궁시렁궁시렁 중얼거리면서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이제는 제발 솔밭길은 그만 나오고 밀밭길이 나왔으면 하고...
한시간 정도 걸어니 파란하늘이 구름사이로 보이고 소망하던 밀밭이 나왔다
다리를 건너고 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서 이번에는 진흙탕길로 접어 들었다
어제밤에 이 지역 전체에 비가 많이 왔나보다
길이랑 풀잎이 온통 젖어 있어서 쉴 자리가 마땅치가 않아 쉬지않고 계속 걸었다
흙탕길을 한 시간정도 걸으니 걷기가 좀 수월한 풀밭길이다
저 끝에 마을이 보인다 반갑다!!!그렇지만 저 마을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은 더 걸릴것이다
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때 차가 한대온다
나이든 아저씨가 두사람 타고 오다가 내 옆에서 차를 멈추고는
내가 순례자인줄 알아보고 격려의 말과함께 화이팅하는 제스추어를 해 보인다
4시간 가까이 걸어면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말을 걸어주었다 고맙고 반가워서 눈물이 다 난다
마을에 다다르니 11시다
마을이 꽤 큰데도 이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없다
배가 고파서 먼저 레스토랑을 찾았다
꽤 근사한 레스토랑이 보이길래 들어 갔더니 점심식사는 오후2시부터라네...
2시까지 기다리기에는 배가 너무 고프기도하고 이마을에는 알베르게가 없으니 다음 마을까지 가야만 한다
그래서 진열장 안을 살펴보니 계란찜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물렛이라고 하더라
종업원 보고 손가락으로 오물렛을 가리키며 달라고하니 나이프를 들고 얼마 만큼 줄까하고 묻는다
배가 너무 고파서 반을 달라고하니 종업원이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이프로 8분의1로 표시를 하면서 한쪽을 가리키길래 2쪽을 달라고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조금 있으니 접시에 오물렛 2쪽과 바게뜨빵을 가져다 준다
오물렛이 보기보다 두꺼워서 바게뜨빵이랑 먹으니 한쪽만 먹어도 배가 부르네~
돈 주고 산거 두고나올 수 없지~ 냅프킨에다 싸가지고 나왔다 비상식량이다^^
레스토랑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알베르게가 있는 다음 마을까지는 약 두시간정도 가야만한다
마을을 벗어나서 삽십분 정도는 아스팔트 길을 가다가
그 다음에는 빗물이 여기저기 고인길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걸었다
한 시간 정도 걸어니 이번에도 길이 도로와 연결되었다
걷기는 좀 편한것 같아서 괜찮다 싶더니 바로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니 이내 거슬린다
그러나 곧 흙길로 접어든다 자갈이 울퉁불퉁 있어서 걷기가 좀 불편하지만
현대 문명을 벗어나려고 하는 여행이라 이 길이 더 좋다
2시쯤 목적지 "뿌엔떼 두에로" 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좀 걱정이다 이곳의 알베르게는 시설이 어떨지...
사람들이 가르쳐 준 곳으로 찾아가니 마을 끝에 있다
멀리서 보니까 사방으로 철망으로 울타리가 처져있어서 안전해 보이고
주변 풍경이 평화스러워 보이는게 우선 마음에 든다
가까이 다가가니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수도 가에서 쓰레기 통인지를 씻고 있다
지금까지 알베르게에 도착했을 때는 항상 내가 호스피탈리오를 찾아가야만 했는데
이 곳에는 사람이 있다. 어쨌던 반갑다 그 남자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아준다
알베르게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고 응접실이랑 주방이 가정집처럼 잘 꾸며져 있다
그 남자가 내가 잘 방으로 안내 해 주었다
두개의 방을 보여주면서 아무도 없으니까 나보고 원하는 방에 자라고한다
그래서 나는 침대에 누워서 창밖을 볼 수 가 있는 작고 아늑한 이층침대가 두개있는 방을 선택했다
배낭을 두고 샤워할 준비를 하고 나오니
그 남자가 냄비 뚜껑을 열어 보이면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하네
냄비속에는 먹음직스러운 해물 빠예야가 들어있다
11시쯤 먹은 음식이 아직 소화가 안되어서 별로 먹고싶지도않고
또 다른 이유는 남자가 쪼끔 맘에 안들게(?) 생겼고
그리고 여자가 좀 도도하게 보여야지 쉬워 보이면 안되겠기에 ㅎㅎㅎ
맛있어 보이기는 해서 속으로 좀 아쉽지만 배가 부르다고 사양을 하고 샤워하러갔다
물이 뜨겁다 기분좋게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밖으로 나와서 집을 한바퀴 돌아보니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넓은 마당에 빨래줄이 길게 처져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빨래가 하고싶다
그래서 입은 옷만 남겨놓고 다 가지고 나와서 빨래를했다
얼마만에 손 빨래를 해 봤는지...수질이 좋아서 때도 잘 빠지고 비눗물도 잘 헹구어진다
한국에서는 깨끗하게 빨래하기 위해서 옥시크린 같은 세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대충 비누질해서 쓱쓱 문질러서 헹구는데도
묵은 때까지 속 빠져서 너무 깨끗한게 확인이된다
빨래를 다 빨아서 뒷마당의 빨래줄에 탈탈 털어서 빨래집게로 찝어서
예술적(?)으로 널어놓고 쳐다보니 기분이 너무좋다
4시다 오늘 35km정도 걸었더니 몸이 노곤하니 금방이라도 골아 떨어질것 같이 잠이온다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다 좀 잔 것같은데 잠결에도 바깥에서 계속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조용할 때보다 사람소리가 들리니까 더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희한한 현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더니 잠깐씩 혼자의 시간은 필요하고 또 고독을 즐길 수 있지만
계속 무인도나 깊은 산속에 혼자 살아라고 한다면 아마도 미치겠지^^
6시쯤 배가 고파서 아까 레스토랑에서 싸가지고 온 오물렛 한조각과 빵을 가지고 주방으로 가니
아까 그 남자는 안 보이고 나이가 좀 더 든 남자가 나를 보더니 반색을한다
주방으로 따라들어 오더니 냄비 뚜껑을 열어 보이면서 빠예야를 먹어란다
먹어도 괜찮냐니까 이 아저씨 신이나서 접시에 들어서
내가 가지고 온 오물렛과 함께 담아서 전자렌지에 데워준다
그러면서 나보고 식탁에 앉으라고 하고는 포크와 스푼을 놓고 상을 차려준다
안그래도 아까 못 먹어서 좀 아쉬웠는데 잘 됐다ㅎㅎㅎ
이 아저씨 내가 식사하는 내내 알아들을 수 없지만 쏼라쏼라 떠들어댄다
응접실로 들어가더니 대나무 대롱을 들고 나오더니 피리를 불어 주면서 재롱(?)을 떤다
촐싹형이지만 밉상은 아니다 내 기록을 보니까 54살이더라면서
자기는 60살이란다 그래서 더 반가운가 보다^^
그러더니 빨래 널어놓은것을 가리키면서 아주 기특하다는듯이
내 양쪽 뺨을 귀여운 어린애에게 하듯이 두 손으로 톡톡친다
내가 빨래를 반듯이 펴서 잘 널어놓은것이 이 남자에게는 아주 감동적으로 보였나 보다
좀 있으니까 처음에 있던 남자가 몇명 남자랑 같이 들어온다
이 곳 알베르게는 호스피탈리오가 여럿이 운영하나보다
각자 자기 소개를 해 주는데 스페인어가 생소하기도 하고 발음이 어려워서 금방 까먹었다
다들 나이가 좀 먹은 사람들이라 젊은 사람들 보다 마음이 편하다
아마도 웬 쪼끄만 동양 여자가 하나 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하려고 우루루 몰려온것같다
모두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궁금해 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그냥 눈이 마주치면은 서로 웃는다
다들 착하고 순박해 보인다 이 알베르게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이 곳 알베르게 분위기를 보니까 봉사자들 모임이 잘 활성화가 되어 있는것 같다
순례자들을 위해서 숙소와 정보도 제공도 해주고
아직 미완성된 마드리드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발전 시키기 위한 모임이다
이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큰 도시가 있는데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주말에는 여기에 와서 봉사를 하면서 쉬기도 한다
처음 나를 반겨준 남자는 시내에 있는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며 영어를 좀 할줄 안다
이 남자 딸이 둘인데 이혼하고 혼자 살고 딸들은 엄마랑 같이 살고 있단다
사람들이 여럿이서 스페인어로 떠드니 알아들을 수도 없고해서
응접실로 들어와서 벽에 걸린 이 지역 지도를 보니
이 곳에서 "살라망카"라는 곳이 별로 멀지않다
스페인에서 제일 가 보고싶엇던 곳이다
이 도시는 대학교가 많으며 특히 정통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전세계에서 공부하러 많이 온다
그리고 역사가 깊은 아주 오래된 도시로 12세기 로마시대 때 아주 부흥했던 곳으로
많은 유적들이 보존되어 있다고 알고있다
오늘은 35km 정도 걸었다 지도 표기해 놓은것 보다 더 많이 걸었다
마을을 나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간 밤에 비가 와서 거름더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천연의 향기(?)가 구수하게 냄새를 풍겼다^^
가축 사료로 쓸 밀짚더미...
이쪽은 핏빛의 양귀비꽃들...
또 다른쪽은 노란 유채꽃들...
진흙길로 길이 끊어져서 너무나 힘들었던 길...
레스토랑 앞에 설치 해놓은 재미있는 모습의 수도꼭지...
다음마을로 나가는 방향의 화살표...
반갑다~ 오늘 쉴 곳...뿌엔떼 두에로...
마을 곳곳에 설치 해 놓은 재활용품 모으는 통...
알베르게에서 처음 만난 호스피탈리오...
호스피탈리오가 안전한 순례길이 되라고 선물로 준 가리비와 T자 나무 목걸이...
이 목걸이는 스페인 말로 보호라는 단어의 첫 글자인데 나무를 산티아고 대성당에 가지고 가서 기도를 하고
다시 가지고 와서 만든 아주 귀하고 의미가 있는것이다.
레온에서 카미노를 끝내면서 그 곳 알베르게에서 만난 아주 작고 여리게 보이는
그러나 강단이 있어 보이는 한국 아가씨에게 선물로 주었다
알베르게의 여기저기...
알베르게 현판을 손수 조각했다고 아주 자랑스러워 하는 호스피탈리오 아저씨...
내가 잘 방...
호스피탈리오들이 상주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정들었던 곳...
알베르게도 내 집처럼 편안하고 좋았다~아마도 내 기억에 오래 남을듯~~~^*^
*일일경비 - 점심 : 4.50 합계 : 4.50유로
첫댓글 원 없이 넓은 세상을 다녀본 둥근돌님 부러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