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촌 강가로 나가
여름이 가는 끝자락 팔월 다섯째 화요일이다. 어제는 낙남정맥 여항산 미산령을 넘으면서 이즈음 핀 야생화를 감상한 황홀경에 빠져 보냈다. 밤을 넘긴 이튿날 새벽까지 전날 봤던 야생화의 잔영이 눈앞에 그려지고 향기는 코끝에 남은 듯했다. 강가 야생화들이 궁금해 날이 밝아오기 전 새벽에 길을 나섰다. 반송 소하천을 따라 원이대로로 가니 귀뚜라미 소리가 아주 또렷했다.
날이 덜 밝아온 여명에 대방동을 기점으로 낙동강 강가 명촌으로 가는 14번 농어촌버스를 탔다. 충혼탑을 둘러 명곡 교차로에서 소답동을 거쳐 굴현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잠시 백월산 아래로 들었다가 마금산 온천장을 지났다. 낙동강이 인접한 바깥신천에서 강둑을 따라가 종점인 명촌에서 내렸다. 명촌에는 부곡 임해진 맞은편 강가답게 마을 어귀에 두 군데 민물횟집이 보였다.
강둑을 넘으니 드넓은 둔치에는 생태공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간 세월이 흘러 낡은 산책로와 교량을 보수하던 공사는 마무리 단계였다.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우리 지역은 워낙 가물어 금계국 생육이 부진해 잎줄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늦은 봄의 꽃이 빈약했다. 금계국은 여름의 장맛비에 잎줄기가 되살아 나 한여름에 다시 노란 꽃을 피워 아직 저물지 않은 채 둔치를 장식했다.
금계국 말고도 연분홍 무릇이 꽃대를 밀어 올려 꽃송이를 달고 있었다. 무릇은 상사화나 꽃무릇과 마찬가지로 잎줄기가 사그라진 뒤 꽃대가 올라오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의 원리로 꽃을 피웠다. 무룻이 핀 자리 옆에는 넝쿨로 뻗어가는 박주가리는 얼핏 보면 열매와 같은 꽃을 달고 있었다. 나라 밖에서 들어와 이제 귀화식물이 된 도깨비가지도 특이한 모양의 꽃잎을 펼쳐 보였다.
북면 생태공원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적한 곳인데도 자전거를 타고 나온 이들이 간간이 지났다. 나는 산책로를 벗어나 생태 보도를 따라 걸으니 풀숲에 몸을 숨겼던 까투리들이 놀라 날아올랐다. 올 초여름 어미 꿩이 알을 품어 깐 새끼들이 어느새 성체가 된 녀석인 듯했다. 넓은 둔치는 산에서 서식하는 꿩들의 낙원이다시피 했고 몸을 숨겨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고라니도 많다.
둔치의 생활체육 공원 파크 골프장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라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더러 나타났다. 산책로 길섶에는 나팔꽃 가운데서 엷은 보라색 꽃잎의 나팔꽃이 우점종이 되어 무성했다. 금계국과 함께 달맞이꽃은 지천으로 피어 노란 꽃잎으로 덮을 정도였다. 수크렁은 억샌 이삭을 내밀어 나왔고 물억새는 지난봄 가뭄에 잎줄기 생육이 부진해 여름이 다 가도록 야위어 보였다.
산책로 길바닥에 넝쿨로 뻗어가면서 앙증맞게 생긴 노란 꽃잎을 단 여우팥의 꽃도 봤다. 비록 개체가 귀해 단 한 송이만 봤지만 부처꽃도 만났다. 화려한 분홍색의 꽃잎은 층층이 탑을 쌓아 올려놓은 듯했다. 부처꽃은 내가 처음 본 꽃으로 그 이름을 몰라 휴대폰의 인터넷 검색창에서 사진으로 찍어 판별해 낸 꽃이었다. 이제 때로는 꽃 이름 검색창을 통해 새롭게 아는 꽃도 생겼다.
북면 생태공원에서 본포 취수장 벼랑을 따라 생태보도교를 따라 걸었더니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온 물줄기가 유장하게 흘렀다. 창원시민들의 식수원을 취수하는 양수장에는 녹조 저감을 위해 분수 물줄기가 솟구치도록 해 놓았더랬다. 본포교 밑을 지나니 오토캠핑장을 겸한 본포 생태공원이 펼쳐졌다. 둔치에는 달맞이꽃이 유난히 많아 보였고 군락을 지은 물억새가 뒤덮어 있었다.
본포 생태공원에서 상옥정을 지나 1번 마을버스 신전 종점으로 향해 가니 김해 한림으로 신설도로가 시원스레 뚫렸다. 강둑을 따라 자전거길은 계속 이어졌는데 둔치에는 생태 교란 식물의 하나인 가시박의 덩굴이 무성했다. 얼핏 보면 무성한 오이 넝쿨을 보는 듯한 가시박 덩굴은 세력이 엄청나 갈대밭을 덮을 기세였다. 신설도로 경사면에는 칡넝쿨이 정글처럼 덮여가고 있었다. 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