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업계가 대작 게임의 출현에 목말라 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같이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는 게임들의 독주가 멈출 줄 모르면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수요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국내 그래픽카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그래픽카드 유통업체의 경우 매출이 30% 가량 감소함에 따라 다양한 활로 모색에 고심해왔으나, 여전히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수요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PC방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손꼽힌다. 지난해 전면 금연화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PC방들이 고육지책으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투자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PC방 입장에서는 최근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PC방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은 단연 리그 오브 레전드다.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85주째 PC방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독식하고 있다. 점유율도 약 38.5%로, 다른 10위권 내 게임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 보다 높다.
다중 사용자 접속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하드웨어 요구사항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업계는 현재 전국 PC방의 약 40%가 지포스 GTS 250과 같은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대작으로 분류되는 게임을 구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진행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PC방 업그레이드 주기는 주로 대작 신작 게임 출시 시기와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아키에이지> 출시 이후 눈에 띄는 대작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앞서 2012년 5월에 출시된 <디아블로 3>와 6월에 출시된 <블레이드 앤 소울> 또한 기대만큼 업그레이드 수요를 견인하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장 독식이 장기화되면서 그래픽카드 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을 홀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주요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대회 후원이나 프로게임단 스폰서 등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배틀필드 4>와 같은 패키지 게임으로 관련 업계의 고사양 그래픽카드 프로모션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다만 이마저도 패키지 게임 특성상 주로 개인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 그래픽카드 업계 관계자는 “PC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심지어 일부 PC방에서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과감히 일부 고사양 게이머 수요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당분간은 패키지 게임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올해 출시 예정인 온라인 게임 대작들에 기대를 걸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래픽카드 업계는 한결같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항마로 꼽히는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오는 하반기 정식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시기에 발맞춰 그래픽카드 업계의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