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레버-내 신경병의 회상
작가 ; 다니엘 슈레버(1841-1911)
초발행 ; 1903
(편집증 환자인 저자가 직접 기록한 책이라서 유명하다.)
**편집증(paranoia)
만성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정신장애의 일종. 체계적 망상이 특징이다. 'paranoia'는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했던 용어이며 현재 많이 쓰고 있는 정신이상과 유사한 뜻으로 사용되었다. 19세기말에 이 용어는 망상이 서서히 진행되어 복잡하고 논리적·체계적이지만 환각이나 인격황폐는 일어나지 않는 망상정신병을 뜻한다..
** 나는 임진수 교수의 프로이트-라캉 교실에서 심층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파라노이드(편집증)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슈레브’를 많이 공부했다.(그래도 머리가 나빠서인지 별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 그의 망상도 좋은 사례이지만,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병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실제로 앞만 보고 달려와서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루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찾아오는 정신장애의 사례가 많다고 한다. 문학적으로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나도 프로이드 공부하면서 슈레브 사례를 배웠지만 그가 직접 쓴 책을 남겼다는 것은 처음으로 알았다.
프로이트, 라캉, 들뢰즈 등에게 편집증에 관한 학문적 성찰을 촉발시켰던 '다니엘 파울 슈레버'(1842~1911)의 회고록으로 국내 최초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번역 소개하였다. 바로 19세기 독일, 한 저명한 정신병자의 편집증적 세계관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로 이 회상록을 통해서 어떤 목소리나 시각으로 걸러진 것이 아닌, 슈레버 박사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될 것이라는 소개다.
1842년 독일 라이프치히 출생. 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 판사회의 의장을 역임할 정도의 엘리트였으나, 정신병(강박증)에 걸려 두 차례 치료소에 입원했다. 신이 어떤 음모로 자신을 공격하고 여성화해서 임신시키려 한다고 생각하거나, 음식을 흘리거나 말을 더듬거나 잠을 못 자는 까닭이 신의 계획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증상을 보였는데, 이는 부친인 모리츠 슈레버의 영향이 크다. 오늘날 정신의학, 정신분석뿐 아니라 현대문학과 철학이론,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프로이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어린시절 슈레버는 폭군의 기질을 가진 아버지의 혹독한 교육 아래서 자라면서 켐니츠 지방법원장을 역임하던 1884년 가을에 처음 정신병이 발병한다. 일 년 조금 넘게 앓다가 1885년 말에 치유되는데, 1893년 10월 드레스덴 고등법원 판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때에 슈레버는 또다시 자신의 두번째 발병을 경험한다. 직위에 대한 부담감이 그 원인이었다.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자신을 처음 치료했던 플레히지히 박사를 적으로 간주하며 일종의 망상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상록을 시작했다고 한다.
1903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저자 슈레버가 죽은 해인 1912년에 발표된 「편집증자 슈레버―자전적 기록에 의한 정신분석」이라는 프로이트의 논문과 함께 정신분석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중요한 기록을 남긴 슈레버는 한국에서 프로이트나 라캉의 텍스트, 영화(〈다크 시티〉)나 사건(‘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등을 통해 이름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19세기 최초의 출간으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 이 회상록은 단순히 정신의학과 정신분석 분야에만 국한되어 읽어서는 안되며.. 이 기록은 망상이라는 형태로 변형된, 20세기 초 한 유산시민 계급의 의식과 무의식을 규정했던 사회·정치·역사·문화적 상황들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자신을 엄습하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맞서 싸운 한 개인의 생생한 인간 드라마라는 소개이자 평가다.
이렇게 본인 스스로 정신병의 세계로 뛰어든? 슈레버.. 하지만 그는 이것을 소상히 기록으로 남겨 망상에 빠진 광인으로서 편집증적 세계관을 담은 회상록이자 자서전을 이렇게 남겼다. 과연, 그의 정신세계는 어떠했으며 그 여파는 오늘날 인간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명징해 왔는지 만나보자. 또한 이런 슈레버에 대해서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와 라캉의 평을 들어보자.
“나는 슈레버의 책 내용을 알기 전에 편집증 이론을 발전시켰다. (……) 이 이론에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망상(Wahn)이 들어 있는지 아니면 망상 속에 오늘날 사람들이 믿는 것보다 더 많은 진리가 들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가 할 일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슈레버에게 세계 전체는 의미의 광기에 의해 포착된다. 우리는 그가 외롭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주변 세계에는 어떤 의미에서 슈레버 자신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크 라캉
극심한 편집증적 망상에 시달리던 환자가 자신의 신경병 증상 내용을 소상히 기록한 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회상록은 글쓴이가 당시 독일의 최고급 엘리트 지식인이었다는 것, 극히 이성적이고 명료한 언어를 구사해 증상을 보고하고 있다는 것, 동시에 그 증상 내용이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망상 덩어리라는 것 때문에 정신의학·정신분석학 분야에서 극히 희귀하고도 유용한 텍스트로 남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비롯해 여러 학자들의 탐구욕을 자극했던 이 회상록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됐다.
첫 번째보다 훨씬 심했던 두번째 발병은 1902년까지 계속됐고 슈레버는 그 시기 말기에 이 회상록을 집필했다. 회상록을 집필하던 1900년 무렵에는 자신의 증상을 스스로 기술할 수 있을 만큼 정상을 회복했다. 슈레버는 1903년 회상록을 출간한 뒤 가정으로 돌아와 비교적 안온한 생활을 하다가 1911년 숨을 거두었다.
*문학을 하시는 분은 인간 심층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공부하면 문학적 표현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프로이트 이론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라캉은 치료의학보다는 문화 이론으로 더 인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문학인은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프로이트-라캉 이론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첫댓글 다니엘 파울 슈레버(1842~1911)
이 회상록의 초고는 관련자들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매우 직접적인 진술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출판사 편집자가 그런 부분을 삭제한 채 출간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 슈레버 집안 사람들이 이 책을 모조리 사들여 폐기하는 통에 하마터면 지상에서 사라질 뻔했다. 그랬던 것이 1911년 프로이트가 이 회상록을 자료로 삼아 슈레버의 편집증을 해석한 논문 <편집증 환자 슈레버-자전적 기록에 의한 정신분석>(한국어판 프로이트 전집 11권 <늑대인간>에 수록)을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슈레버의 망상을 ‘아버지 콤플렉스’와 ‘동성애 소망’의 결과로 해석했다. 일찍 여읜 아버지에 대한 동성애적 애착이 플레히지히 교수에게 전이돼 박해망상으로 진전됐다는 것이다. 실현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소망을 부정하는 과정에서 애착이 증오로 바뀌고, 다시 증오에 뒤따르는 두려움이 박해망상으로 나타났다고 프로이트는 해석했다.
1951년 미국 정신분석학자 윌리엄 니덜랜드는 슈레버의 광기를 잘못된 가정교육의 결과로 해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슈레버의 아버지는 유명한 신체교정 전문의였다. 그는 과학적인 수단을 통해 인간을 더 완전한 존재로 개선한다는 계몽주의적 확신에 찬 개혁가였는데, 어린 슈레버의 자세를 반듯하게 유지시키고 육체에 건전한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위해 자신이 고안한 신체 통제 기구들을 사용했다. 그런 기구들로 육체적 압박을 받았던 슈레버가 훗날 편집증적 망상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 니덜랜드의 해석이었다.
독일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엘리아스 카네티(1905~1994)는 1960년 펴낸 인류학적 저서 <군중과 권력>의 마지막을 슈레버 사례의 분석으로 채웠다. 그는 슈레버가 앓은 편집증이 ‘권력의 병’이라며 “이 병에 대한 탐구는 권력의 본질을 밝히는 데 가장 명백하고 완벽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썼다. 슈레버는 망상 속에서 자신이 주변의 수많은 영혼들을 자기 내부로 빨아들여 몸 안에서 파괴한다고 주장했는데, 카네티는 슈레버의 편집증적 망상이 “군중을 먹이로 삼고 군중으로부터 양분을 끌어내는 권력의 원형”이라고 설명했다. 또 카네티는 슈레버의 편집증적 망상 체계와 슈레버 사후 등장한 나치즘 체제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옮긴이는 이 회상록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망상이라는 형태로 변형된, 20세기 초 한 유산시민 계급의 의식과 무의식을 규정했던 사회·정치·역사·문화적 상황들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자신을 엄습하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맞서 싸운 한 개인의 생생한 인간 드라마다.”
정신분석학자들에 의하면 슈레버의 망상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유래하였다고 말한다. 아버지(모리츠 슈레버)는 교육학자로서 아이들이 울면 무시하고, 아기들을 찬 물에 목욕시키고, 아이들과 신체 접촉을 하지 말 것을 주장하였다.l 프로이트의 읽기에 의하면 아버지에 대한 동성애적 애착과 박해망상에 의한 두려움 그리고 증오, 박해망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또 다른 학자는 아버지와 소통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도 한다. 아버지와 환자와 가족 관계를 살피면서 읽기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네~
저에게는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네요.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