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땅을 다스리던 시절부터 몇대에 걸쳐서, 우리는 옛 고향땅과 거의 접촉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쪽 이웃의 힘은 강력하고, 비록 몇대 동안 전쟁이 없었지만, 그 힘은 우리에게 위협적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토가르 유목민입니다. 그들 동남쪽의 정착민 이웃들에게는 느기와트티에그라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방목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저 하늘에 닿는 산들의 동남쪽에 있는 몇몇 오아시스조차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황금의 산들 동쪽에 있는 머나먼 대평원에 사는 사람들까지 복속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유목민이지만 우리 부족민과는 언어도 생김새도 뚜렷이 다른 그들 말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나 새롭게 정착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야 할 것입니다. 토가르의 힘은 위협적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최후를 맞든간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요,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들려준, 우리 부족민이 옛 고향에서 오래 전에 이주해왔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우리는 원래 화하(Xwaehaex)의 자손임을 자처하던 정착민들의 서북쪽에 살던 강력한 이웃이었습니다. 그 정착민들의 전사는 싸움에 능숙했고 용기가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300년 전에, 그들의 통치자 진의 므죽이 우리 조상들과 그 동맹자들을 쳐부수었고 우리 방목지를 빼앗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부족은 길고 힘겨운 여정 끝에 하늘에 닿는 산들의 북쪽에 있는 풍요로운 초원지대를 차지했고, 사막과 폭설에도 용감히 맞섰습니다. 진의 므죽의 힘이 사방으로 뻗쳤는데도 그에게 머리 숙이기를 거부한 것입니다.
그러나 화하인들의 주나라 통치자들은 타락에 빠져들었고 이제 그들은 분열되었습니다. 최근에 상인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진나라가 다른 모든 나라를 정복할 것 같다고 알려주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 나라의 일에 상관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진의 힘이 아직은 우리 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강력한 토가르족조차 우리 땅을 침략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상인들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그들은 황금의 산들 동남쪽의 유목민과 격렬하게 싸우느라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솔하게 판단해선 안됩니다. 용기만 가지고는 승리의 파도에 올라탔고 그 제국에서 순식간에 수천명의 전사를 소집할 수 있는 강대한 토가르족을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동쪽보다는 다른 곳에서 이득을 취해야 합니다.
당분간 우리 남쪽, 하늘에 닿는 산들 너머 수많은 번영하는 오아시스가 죽음의 사막 가장자리를 따라 놓여있는 그 땅은 충분히 풍요로워 보입니다. 오아시스 사이를 이동하는 상인은 많이 있고, 비단과 교역하기 위한 금이나 가장 가까운 화하 국가인 진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손에 넣은 비단을 잔뜩 싣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지역을 더욱더 많이 약탈해야 합니다. 사람도 군대도 성공적으로 통과한 적 없는 금단의 땅인 저 죽음의 사막에 놓여있는 오아시스 사이의 무역로를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머나먼 동북쪽 토가르족의 땅처럼, 우리 북쪽과 서쪽에는 우리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유목민이 삽니다. 그들 중 일부는 우리 동맹자이고, 우리는 그들과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황금의 산들을 통치하는 우리 친척들과 말입니다. 그들에게서도 비단을 얻을 수 있지만, 우리는 진나라하고도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청동과 철 주조술도 우리 상인들이 진나라에게서 배워온 것입니다. 우리 남서쪽에는 하오마를 마시는 유목민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오마 풀이 풍부하게 자라는 하늘에 닿는 산들 서남쪽 평원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상인들이 말하기를 그들은 한때 무척 강력했지만 나중에 호르사리인들에게 정복되었고, 그 호르사리인들도 결국에는 야바나인들이 메가스 알렉산드로스라고 부르는 왕에게 정복되었다고 합니다. 야바나인들이 마사게타이라 부르는 마즈사카타족과 마찬가지로 이 하오마를 마시는 유목민들과도 우리는 교역을 합니다. 그리고 야바나인과 호르사리인들의 역사와 기술에 대해 알려준 것도 마사게타이족이었습니다. 헬라스인이라 자칭하는 야바나인들은 여전히 호르사리의 전 영토의 지배자입니다. 그들이 박트리아네라고 부르는 땅과 실리스 강 서쪽 다른 땅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고 여전히 그 경계를 습격하고 있는 우리 서남쪽 평원의 이웃들이 야바나인들을 쓰러뜨리기는 어렵다고 말해주었지만, 우리는 아직 그들과 교전하거나 서로의 힘을 시험해보지 않았습니다.
세계는 넓고 수많은 사람이 끊없는 초원의 가장자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우리가 강하고 약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지만,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쳐부술 강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영광과 부를 어떻게 손에 넣었겠습니까? 수많은 승리를 거두고 젊은 나이에 전장에서 죽어 동료 부족민들에게 겁쟁이라고 경멸받지 않는 것이 전사에게 영광스러운 것이 아닙니까? 진의 므죽이 우리를 치기 전에, 우리는 전 주나라의 지배자나 마찬가지였고, 주의 통치자가 수도를 동쪽으로 옮기고 진의 통치자가 결국 우리 전사들을 쳐부술 때까지 중원을 유린했습니다. 그시절 우리는 우리 동맹자였던 토가르족과 동등했으며, 토가르와 주 모두 우리 힘을 존중하고 두려워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용기와 기술 어느 것도 부족하지 않으며, 위대한 라우카라면 우리를 이끌어 가장 강력한 적에게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라우카를 우리 세대에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진격하든, 우리가 모든 것을 정복하고 고대의 업적을 능가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입니다.
첫댓글 저기서 언급된 화하(華夏), 그러니까 중국의 므죽이라 하면, 혹시 춘추전국시대 진(秦)의 목공을 말하는 건가요? EB의 제작진들은 사카족을 진의 목공에게 패배한 서융족의 후손이라고 본 모양이군요.
근데 토가르 유목민은 누구일까요? 동호족? 흉노족?
발음의 유사성을 생각하면, 돌궐족 아닐까요?
괵 튀르크가 AD 6세기에 처음 나온 걸로 아는데, BC 3세기에 튀르크어족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을까요?
위키 백과를 보니 월지쪽인거 같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aka
토가르라면 대월지라고 보는게 정설입니다.
고대 중국의 주나라, 즉 서주가 유목민 견융족에게 수도가 함락당하고 그 잔여 세력이 동쪽으로 이주한 사실도 서술했군요. 그런데 견융족이 사카나 그 원류인 스키타이족과 관계가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뭐, 이합집산이 자유로운 유목민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가능하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