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윤석영 / 왼쪽 측면의 새로운 지배자를 꿈꾸며 [ 2009-02-13 ]-KFA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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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한국축구계는 재능 넘치는 왼쪽 풀백들을 대거 배출했다. 이영표(도르트문트)를 시작으로 김동진(제니트)과 김치우(서울)라는 톱 클래스 요원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활용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정도.

그리고 이들을 위협할 또 한 명의 재능 넘치는 왼쪽 풀백 요원이 등장했다. 바로 전남의 새내기 윤석영(19)이 그 주인공이다. 각급 유소년대표를 거쳐 2007년 한국에서 개최된 U-17 월드컵에도 참가했던 윤석영은 2008년에는 한 살 위 형들과의 경쟁을 이기고 AFC U-19 챔피언십에서 주전 왼쪽 풀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광양제철고(전남 유스)를 졸업하고, 올해 전남에 입단한 윤석영은 동계훈련을 통해서 전남 박항서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고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임에도 팀에서 왼쪽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선배들과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

박 감독은 “기동력과 스피드, 크로스가 모두 좋다. 잠재력이 보이는 선수이다. 기술적 부분이나 수비시 위치선정 등에서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지만 기대를 갖고 있다”라며 윤석영을 중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축구를 위해 수원에서 장흥으로

윤석영은 어린 시절 수원에서 성장했다. 그 덕분에 수원삼성의 팬이었고, 고종수의 팬이기도 했다. 특히 고종수는 같은 왼발잡이라 더욱 특별한 감정을 갖고 좋아했던, 그의 첫 번째 스타였다. 이렇게 축구에 빠지기 시작한 그는 곧 정식으로 축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윤석영이 축구를 시작한 곳은 수원이 아니라 전남의 장흥초.

“수원시에서 정식 축구부 외의 팀들이 참가하는 수원시협회장기 대회가 있었어요. 거기에 출전하는 등 축구를 정말 좋아했죠. 그렇게 지내다보니 축구를 정식으로 하고 싶었고, 마침 아버지가 장흥초 감독님을 아셔서 5학년 때 내려가게 됐어요. 이후로 계속 장흥중, 광양제철고, 전남 드래곤즈까지 계속 이 지역에 머물게 됐죠.(웃음)”

“사실 부모님, 그리고 수원에서 같이 축구하던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워낙 먼 지역으로 갔기 때문에 소외감도 많이 느꼈고, 친구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U-17 대표팀 초창기 시절의 윤석영 ⓒ스포탈코리아

왜소한 체격조건을 이겨내다.

이렇게 장흥초 5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축구를 시작한 윤석영은 6학년 시절인 2002년에 U-12 대표상비군에 뽑혔다. 그리고 일본에서 열린 친선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도 만끽했다.

그러나 장흥중에 진학하면서 윤석영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왜소한 체격과 파워로 인해 후보로 밀리기까지 했던 것. 그러나 거기서 포기할 윤석영이 아니었다. 그는 독기를 품고 개인훈련에 매진했다.

“초등학교 때 동원컵 왕중왕전 3위를 한 적이 있었고, U-12 대표상비군에도 뽑혔었죠.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후보로 밀렸어요. 키가 크지 않으면서 힘도 약하니까 밀린 거죠. 거의 게임을 뛰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축구를 하기 싫은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개인훈련을 더 열심히 했죠.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그 때가 가장 열심히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축구실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개인적으로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 슈팅 훈련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 파워가 약하니까 팔굽혀펴기나 복근 운동 등도 많이 했고요. 지금 선수들은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지만, 저는 이를 악물고 했죠. 아버지가 사다주시는 장어나 붕어도 많이 먹었고요.(웃음)”

이러한 윤석영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그는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해에 장흥중은 춘계선수권 그룹 우승과 왕중왕전 우승, 그리고 탐라기 우승을 차지했고, 윤석영은 탐라기에서 MVP를 받는 기쁨을 맛봤다.

“3학년 들어가는 동계훈련부터 주전으로 올라섰어요. 그 때까지도 키가 173cm 정도에 불과했고, 몸도 아직 약한 편이라 생각을 많이 하면서 축구를 해야 했어요. 의식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쉽게 주고, 드리블도 짧게 치고 나가는 스타일을 구사했죠. 주위에서는 영리하게 축구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윤석영은 한 동안 뽑히지 않았던 대표상비군에도 다시 선발됐고, 전남 지역 축구 선수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광양제철고(전남 유스)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게 되었다. 물론 그는 기쁜 마음으로 광양제철고행을 결정했다.

“중학교 때 축구하면서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가 바로 광양제철고였어요. 다행히 3학년 때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당시 감독님이셨던 이평재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꿈이 이뤄져서 행복했죠.(웃음)”

프레월드컵으로 열렸던 8개국대회 일본전에서의 윤석영 ⓒ한태일

2007년 U-17 월드컵을 향한 긴 여정

광양제철고(전남 유스)에서 뛰게 된 윤석영은 연령별 대표상비군에도 꾸준히 뽑히며 기량을 연마해나갔다. 중 3때까지 173cm에 불과했던 키도 고교 1학년 때 180cm까지 컸고, 지금은 182cm에 이르렀다.

그러나 윤석영의 고교 생활이 순탄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2007년 FIFA U-17 월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됨에 따라 KFA에서는 2년 전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을 출범시켜 준비에 들어갔다. 박경훈 감독이 새롭게 선임되고, 2년 후를 대비해 U-15 대표팀이 구성됐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윤석영 역시 포함됐다. 그러나 2006년에 열렸던 대표선발전에서 윤석영은 고배를 마셨다. 꿈에 그리던 광양제철고에 입학하면서 사기충천했던 윤석영이지만, 대표팀에 대한 경쟁은 치열했다.

“선발전을 하는데, 발표되기도 전에 결과를 알겠더라고요.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뛰어보면 알잖아요. 그 때 너무 못했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선발전이 고교 입학하기 전에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몸 관리를 너무 못했어요. 그래서 선발전 소집이 끝나고 집에 가자마자 바로 운동을 시작했죠.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몸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더 열심히 해서 반드시 다시 뽑히겠다는 결심을 했죠.”

한번의 좌절을 겪은 윤석영은 와신상담, 결국 1년 만인 2007년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대표선발전을 통해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

“1년간 정말 이를 악물고 훈련했어요. 선발전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특히 선발전에서의 플레이는 지금 생각해도 최고였어요. 제 축구인생에 있어서 그날 선발전 경기가 단연 최고의 플레이였죠. 실력의 200%는 발휘한 것 같아요.(웃음)”

이후부터 U-17 대표팀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윤석영은 좌우 풀백을 오가며 박경훈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2007년 1월 호주에서 열린 4개국대회를 시작으로 U-17 월드컵을 2개월여 앞두고 프레월드컵 성격으로 열렸던 8개국 친선대회까지 줄곧 주전으로 기용되었던 것.

“이 때까지만 해도 주로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됐어요. (김)민우 형이 왼쪽 풀백을 보고요. 원래 왼쪽이 전문이라 오른쪽에 적응하려고 오른발 킥 연습도 많이 했었죠. 그러다가 월드컵 개막을 한 달 정도 남기고 왼쪽 풀백으로 이동했어요. 민우 형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올라가고요. 감독님이 월드컵 본선을 위해 회심의 카드로 구상한 부분이었어요.”

U-17 월드컵 토고전에서의 윤석영 ⓒKFA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장염으로 좌절

한국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만을 바라보고 2년여를 준비해온 윤석영이었지만, 불운의 그림자는 월드컵을 바로 눈앞에 두고 그에게 찾아왔다. 월드컵 개막을 3일 앞두고, 장염에 걸려 출장이 힘들어진 것. 더군다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올라가며 그와 ‘왼쪽 라인 콤비’를 형성했던 김민우마저 발목이 부러지며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U-17 대표팀과 박경훈 감독에게도 메가톤급 충격이었다.

“진짜 그 때 기분은...어휴..말로 할 수가 없어요. 월드컵을 바로 눈앞에 두고, 어디 다친 것도 아니고 장염으로 못 뛰게 됐으니까요. 그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월드컵을 앞두고 민우 형과 새롭게 왼쪽 측면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예감이 좋았거든요. 민우 형도 원래 왼쪽 풀백을 봤었기 때문에 공수에서 다 잘해주고, 저도 공격적인 면이 강했죠. 제가 오버래핑을 나가면 민우 형이 풀백 위치로 체인지 해주는 등 둘이 로테이션을 적절하게 하면서 좋은 호흡을 맞췄어요. 그런데 둘 다 결국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된 거죠.”

결국 U-17 대표팀은 월드컵 직전에 전술을 다시 수정해야 했고, 이에 따른 후유증인지 안방에서 열린 대회였음에도 페루와 코스타리카에 2연패를 당하며 좌절을 맛봤다. 팀의 패배를 경기장 밖에서 바라봐야만 했던 윤석영 역시 가슴이 쓰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제가 뛸 수 없는 상황에서 팀이라도 이겼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2연패를 당하니 정말 착잡했어요. 월드컵을 위해 2년을 준비했는데 장염 때문에 1경기도 못 뛴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박경훈 감독님께 편지를 썼어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됐으니 아프더라도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1분이라도 출장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감독님도 감동받으셨던 것 같아요.”

결국 윤석영은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토고전에 선발 출장했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온 몸을 던져 플레이했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2-1 승리에 일조했다.

“컨디션은 좋지 않았어요. 50%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뛰다보니 몸도 무겁고 호흡도 많이 차더라고요. 그래도 죽기 살기로 뛰었죠. 제 플레이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어요. 결과적으로 팀이 이겨서 기분 좋았지만, 예선에서 탈락하게 되어 아쉬움은 컸어요.”

“어쨌든 U-17 월드컵을 치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운동 선수임에도 몸 관리를 잘하지 못했어요. 그런 부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죠.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향상됐어요. 소속팀에서는 항상 공격만 봐서 수비력이 부족했는데, 대표팀에서 계속 풀백을 보면서 좋아졌죠. 전술이해능력 면에서도 발전했어요. 수비 자체가 전술 조직이잖아요.”

U-19 대표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윤석영 ⓒ스포탈코리아

U-20 대표팀 합류, 형들 틈에서 주전을 굳건히 하다.

U-17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윤석영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8년 2월, U-19 대표팀의 광양 전지훈련에 참가해 1살 위 형들과 경쟁을 펼치게 된 것. 조동현 감독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윤석영은 이후 꾸준히 U-19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며 입지를 다졌다.

“솔직히 말하면 U-17 대표팀 시절보다 U-19 대표팀이 더 편하게 느껴졌어요. 월드컵에 나간 경험도 있고, 형들과 경쟁하는 거니까 떨어져도 그만이다,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더 자신 있게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다 했죠.(웃음) 그게 오히려 좋은 효과를 얻은 것 같아요.”

어느덧 U-19 대표팀의 왼쪽 풀백 자리를 공고히 한 윤석영은 2008년 10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 참가하게 되었다. 윤석영으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중동 원정이었고, U-19 대표팀 자체도 조 예선에서 UAE에게 패하는 등 쉽지 않은 행보를 펼쳤다.

“저는 사우디, 그리고 중동이 처음이었어요. 두바이를 경유해서 갔는데 공항에 내리자마자 왠지 모를 덥고 답답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조 예선에서도 팀 전체의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공격 주축이었던 (조)영철이 형은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뛰지 못했고, 다른 형들도 의욕들은 대단했지만 컨디션 자체는 그리 좋지 않았죠.”

“그런 점 때문에 조 예선에서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큰 걱정은 없었어요. 어차피 우리는 8강 토너먼트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8강전 들어가면서부터는 선수들 전체의 하고자하는 의욕이 대단해졌거든요.”

공교롭게 8강전 상대는 ‘영원한 숙적’ 일본이었다.
일본전을 준비하는 U-19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비장했다. 일본전이라는 특수성에 대회 1달 전 일본에서 열렸던 센다이컵에서 0-3으로 완패했던 기억이 그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4강 진출팀에게만 주어지는 U-20 월드컵 출전티켓은 확실한 동기부여 카드였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일본과는 항상 라이벌 의식이 있었고, 센다이컵에서 진 것도 너무 분했거든요. 이번에는 복수해야겠다는 각오였죠. 주장이었던 (구)자철이 형을 중심으로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선수들끼리 모여서 미팅도 많이 했어요. 한번은 미팅 도중에 (박)종우 형이 ‘우리는 실미도 부대이다. 절대 질 수 없다’라고 해서 진지한 상황임에도 전부 웃고 난리가 난 적도 있었죠.(웃음)”

이러한 의지들이 모였던 탓일까. U-19 대표팀은 8강에서 일본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스코어도 3-0 대승이었을 뿐 아니라 경기내용에서도 완벽하게 일본을 압도한 경기였다.

“그 경기는 정말 대단했어요. 뛰면서 ‘일본이 왜 이렇게 약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웃음) 그런데 일본이 못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잘했던 거였어요. 선수들 각자가 200%씩 실력 발휘를 했던 것 같아요. 저도 150% 정도는 실력 발휘했고요.”

그러나 일본전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친 탓이었을까.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진 U-19 대표팀은 4강에서 맞붙은 우즈베키스탄에게 덜미를 잡혔다. 일본전과 같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은 채 프리킥으로 불의의 일격을 맞고 0-1로 패하고 만 것.

“물론 일본전에서 이기고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긴 했지만, 그래도 우승이 목표였기 때문에 준비는 많이 했어요. 전반 초반에 어이없게 실점을 내주면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갔어요. 상대 프리킥이 우리 수비벽 맞고 굴절되면서 실점을 허용했죠.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급해지면서 경기가 안 풀렸던 것 같아요.”

전남 유스(광양제철고) 시절의 윤석영 ⓒ스포탈코리아

프로 새내기로서 다시 출발

이미 광양제철고 3학년 시절부터 윤석영은 전남행이 확정되어 있었다. 전남은 윤석영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당연히 산하 유소년 클럽에서 우선 지명할 수 있는 4명 중에 윤석영을 포함시켰다. 7월에 끝난 SBS U-18 챌린지리그에서 준우승을, 그리고 곧바로 참가한 백록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사실상 전남에서 훈련하면서 미리 프로의 세계를 맛보기도 했다.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서도 윤석영은 스스로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프로의식’이었다. 이제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페셔널 선수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것.

“이제는 정말 프로잖아요. 형들은 훈련장에서나 사생활에서나 정말 프로답게 몸 상태를 비롯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하는데, 저는 운동할 때만 하고, 그 외에는 대충 대충이었어요. 제 스스로는 나름대로 몸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프로 와서 형들 하는 것을 보니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인드 자체에서도 차이가 났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어요.”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U-18 리그를 경험하면서 프로 리그에 대한 적응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전에 토너먼트 대회를 할 때에는 10일 정도 몰아서 경기하다가 한참 쉬고 그랬는데, 리그를 하면서 1주일 단위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죠. K-리그와 같은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됐어요.”

“일단 팀이 꼭 6강 플레이오프 오르고, 나아가 우승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개인적으로는 신인왕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웃음)”

팀을 위해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

윤석영이 목표로 삼고 있는 선수는 파트리스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랑스)와 김치우(서울).
주 포지션이 왼쪽 풀백인 윤석영은 이들을 롤 모델로 삼아 한발 한발 착실히 내딛고 있다. 에브라의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김치우의 정교한 왼발을 닮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에브라는 정말 풀백이 아니라 윙어 같아요.(웃음) 오버래핑 나갈 때 모습을 보면 정말 폭발적이죠. 경기력도 기복이 없고요. 치우 형은 왼발 크로스와 슈팅 등이 정말 좋아요. 스피드 있게 치고 나가는 플레이도 좋고요. 이 선수들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일단 올해에는 K-리그 데뷔 외에 세계무대에 스스로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바로 이집트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이 그 무대. 윤석영으로서도 이 무대를 놓칠 수 없다.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그 과정을 통해 기량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롤 모델들에게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일단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만약 나가게 된다면 일단 조 예선을 통과하고 싶어요. 그리고 바로 앞 선배들이 캐나다 U-20 월드컵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우리도 축구팬들이 감동할 수 있는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어요. 제 자신도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고요.”

“축구선수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는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뛸 수 있는 선수, 즉 박지성 형과 같은 선수가 되는 거예요. 항상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고,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언젠가는 유럽무대로 진출해보고 싶고요. 일단 2009년을 저의 해로 만들어보고 싶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