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모 교도소에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특강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교도소 정문 출입문에서 출입을 위한 절차를 마치고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특강 장소인 구내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까지는 몇 개의 철창 출입구를 통과해야 했으며,
그곳까지 걸어가는 데는
10여 분 정도의 긴장된 시간이 흘렀다.
지나가는 길에 적지 않은 수감자들과 마주쳤다.
게 중에는 교도관의 인솔 아래
대오를 갖춰 이동하는 수감자들도 있었고
철창 안에서 지내고 있는 수감자들의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수감자 중에는
살인을 저지른 자,
고의로 타인의 신체에 중대한 상해를 입힌 자,
사기를 치거나 횡령을 하고 들어온 자,
강도질하고 들어온 자 등
각종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용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감자들은 외모부터 흉측하고
눈빛에 살기가 성성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예상을 하고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교도소에 갔는데
뜻밖에도
교도소 안에서 만난 수감자들은 대부분
일반 시민들과 차이가 없는
평범한 외모에 눈빛도 편안한 사람들이었다.
참으로 뜻밖이었다.
특강 내내 수감자들은 나의 강의에 집중하였고 반응도 너무 좋았다.
강의가 끝나고
교도소 소장님께서 수고하셨다는 인사와 함께
차 한잔하시고 가시라 하셔서 소장실에 들렀다.
차를 마시면서
나는 소장님에게 나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소장님! 교도소 수감자라면 눈빛에 살기가 돌고 외모부터 다소 흉측하게 보이리라 생각했는데 눈빛도 편안해 보이고 얼굴도 일반 시민들과 전혀 차이점이 없어 보입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소장님은 껄껄 웃으시며
“네, 그러셨을 거예요. 그러나 이곳의 수감자들은 이미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고 마음을 비운 상태라 평온한 상태입니다. 더는 쫓기며 불안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고, 삼시 세끼 정시에 식사하고 정시에 충분히 자고 일어나 적당한 운동도 하고 지내어 마음도 몸도 매우 건강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외모도 편히 보이고 눈빛도 편히 보이시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해주시는 것이었다.
소장님께서 그렇게 설명해주시니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렇다.
정갈하고 선량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자신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평범한 진실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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