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사람은 이름대로 자란다고 하죠. 집도 자신만의 이름이 있으면 어떨까요. 집도 사람처럼, 변하기도 성장하기도 합니다. 몇 동 몇 호가 아닌, 집의 본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삶에 여유를 더해주고 아이의 성장시키며, 부모의 고된 삶을 치유하는 세 개의 정원이 있는 이 집의 이름은 '사유의 정원'입니다. 집의 얼굴 현관문을 집의 얼굴이라고들 합니다. 아쉽게도 공동주택은 현관문을 바꿀 수 없습니다. 교체를 하더라도, 같은 크기와 같은 디자인, 색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요. 상업 공간처럼, 원하는 대로 외관을 꾸미고 그 공간을 떠날 때 원상복구 공사를 할 수 있다면 아파트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좀 더 다채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관문 대신, 중문이 이 집의 진정한 얼굴이 되었네요. 문이 열리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기대감을 자아내는 따듯하고 기품 가득한 얼굴의 중문입니다. 로망 집에 대한 사람들의 로망은 대체로 마당, 마루, 정원, 다락 등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공간들입니다. 초고층 아파트의 화려함과 편리함을 선망하면서도 내가 살아왔던 집을 그리워합니다. 그 집은 비록 낡고 볼품없지만 집 이외의 것들 즉 지역, 층수 ,이름 등의 의미가 아닌 본질에 집중하고 누렸던 시간들이죠. 많은 사람들이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집의 “본질”에 충실한, “마당, 마루, 정원, 다락”이 있는 “편리한” 아파트! 로망이죠! 획일화된 아파트가 변해봐야 얼마나 변하겠어! 하는 마음들. 정해놓은 그 한계를 부정합니다. 작은 집 ‘작은 집’이란 행복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참고 견디는 억지로 집에 맞춰 생활하는 그런 집이 아닙니다. 당장 오늘부터 지금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작은 집을 선택한 사람들. 내 가족의 삶에 꼭 필요한 만큼의 삶, 그 이야기가 담긴 집. 작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집입니다. 공간적 호사 세 개의 정원 중, 첫 번째 정원. 현관 정원입니다. 시야에 산이 들어오고, 나무와 동물 등 자연이 들어옵니다. 공간적 호사를 누립니다. 공간에 무엇을 놓느냐가 그 공간의 분위기, 그리고 쓰임을 결정합니다. 인테리어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대부분, 현관장을 바닥에서 띄울 경우 자주 신는 신발을 놓죠. 살아가는 방식에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한, 공간을 설계하는 일에도 정답이 없습니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좀 더 나은 것을 찾는 것. 나에게 조금 더 맞는 것을 찾는 과정입니다. 거실 인생 도서관 이곳은 아이들의 인생 도서관입니다.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도록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사유의 공간입니다. 독서와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자기만의 빛을 찾아서 떠납니다. 하루하루 책의 숲에서 작은 씨앗을 심는 아이들이, 언젠가 자기만의 빛깔을 가진,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선물 집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은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머무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집은 가장 완전한 집이 됩니다. 사춘기가 될 두 아이들에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께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
TV를 바라보는 한 방향의 공간이 아닌, 어디에 앉더라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 아이들과 함께 게임하고, 책을 읽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선택
아파트는 나의 선택이 아닌, 누군가의 선택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멋진 그림을 볼 때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공간도 그러합니다. 알게 모르게, 공간은 우리의 감정과 움직임을 통제하고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방의 형태와 천장의 높이, 색상, 가구의 종류와 배치, 조명의 종류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집을 가꾸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선택에 내 삶을 맞추어 살아가며, 내 삶의 주권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닐까요. 나의 선택이 나, 그리고 가족 모두의 행복과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소품, 가구, 조명 등 작은 것부터 온전히 나의 취향, 나의 기준에 맞는 것으로 바꿔봅시다.
사유의 정원
세 개의 정원 중, 두 번째 정원. 거실 정원입니다. 이곳은, 가족들에게 식물뿐 아니라, 마음을 가꾸며 삶을 가꾸는 곳입니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사람, 그 관계 속에서 아이들의 행동, 말투,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책을 통한 독서, 문화의 경험, 부모님이 나눠주는 삶의 지혜들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쉬게 합니다. 삶에 들여온, 사유의 정원을 누리며, 가족의 화목한 향기와 책의 지혜로운 향기, 식물의 싱그러운 향기 가득하길 바랍니다.
주방
디자인과 요리
디자인은 종종 요리에 비유됩니다. 저에게 디자인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위한 요리 만들기’ 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네요. 각종 재료들을 정성스럽게 버무려, 잘 디자인된 공간을 대접합니다. 보기 좋고,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준비할 때,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인테리어도 그렇습니다. 제가 정성을 다해 설계한 공간에서 풍요롭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침실
빛
집에서 공간의 분위기,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 아니,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요. 사람의 움직임. 동선? 소재와 형태?
“빛”입니다.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광! 볕이 들지 않는 곳에 살아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죠. 햇볕이 닿는 곳은 공간뿐 아니라 마음의 밝기와 온기도 더해줍니다. 모든 방에 외부와 연결된 창을 달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거울의 방향을 조절하며 안방 너머 파우더룸, 드레스룸까지 빛의 흐름을 연결해 줍니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바람은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일상다화(日常茶花)
부모로 살아갈 때, 내가 희석되는 것은 너무나 쉽죠. 집을 설계할 때 꼭 지키는 것 하나! 가족 구성원 중 그 어떤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는 것. 내가 없이, 그저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공허해집니다.
아이의 일상을 행복하게 하려면, 부모의 일상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부모의 일상이 아이의 일상을 만듭니다.
안방 정원의 이름입니다. 돌과 풀, 흙과 나무, 바람과 하늘, 빛, 음악, 차, 이 모든 것이 있는 장소입니다. 생업의 고단함이 일상을 짓누를 때, 일과 육아로부터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 그저 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온전한 나의 마음을 풀어보는 곳입니다. 집 안에서 가장 천천히 흐르는 이 공간 안에서 부부의 일상 대화가 큰 위로가 되길. 부모로서 표현할 수 없는 힘듦과 상처를 보듬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찻잎의 한 방울이 부부의 마음에 번지기까지,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정원이 눈에 새겨집니다. 차를 우리는데 드는 시간과 식물의 느린 속도가, 바쁜 삶의 박자를 늦춰줍니다. 제대로 우려난 차는, 차분히 함께 앉아 있을 시간과 내면을 정돈하며 휴식하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 공간 속에서 차를 마시며, 함께 나누는 대화와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는 따듯한 말 한마디가 부부의 일상을 지켜줍니다.
드레스룸
집의 시간들
집에서의 보내는 시간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나요. 그 집을 얼마나 애정하며 살아가는지, 그 집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무늬가 어떠한지에 따라 집에서의 시간들이 달라지겠죠. 집 안에 내 ‘욕망’을 채우는 물건을 하나씩 늘여봅시다.
갖고 나면 기쁨과 함께 허탈감도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좋아하고 바라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시간과 내 삶,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물건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담은 공간이, 내 삶을 지켜주고, 내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공간의 표정
안방 정원, 안방, 파우더룸, 드레스룸 이 모든 공간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공간은 구별되어 나누어져 있지만, 동시에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안방 정원과 안방은 “블라인드”로, 안방과 파우더룸은 “회전 거울”로,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은 “미닫이문”으로 개방의 정도에 따라 그 순간 공간의 관계와 쓰임을 달리합니다.
풍경의 크기를 조절하고, 빛의 강약을 조절합니다. 햇빛과 온도, 풍경과 바람에 따라 집은 항상 변화합니다. 드레스룸에서, 파우더룸에서 안방 너머의 정원을 보고, 그 너머의 풍경을 봅니다.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개의 공간으로 공기와 빛, 바람을 타고 분위기가 통과하며, 시선이 넘나듭니다. 작은 집을 알차게 나누었지만, 그 어떤 집보다 공간의 표정은 풍부하며, 시선의 깊이가 남다릅니다. 집이 커 보이는 비밀이죠.
아이들 방
아지트
여러분들에겐, 아지트가 어디인가요. ‘아지트’라는 말은 나만 알고 있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공간,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입니다. 두 형제들을 위한 아지트! 공부를 거실에서 해야 하는, 두 형제들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그 공간 안에서 나눈 대화와 교감, 같이 쌓아가는 추억들이 둘 사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길.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형제가 되길. 이 공간에서 겪는 추억들이, 배려된 공간과의 좋은 기억들이 앞으로의 삶에 고스란히 남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기도합니다